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맥그로드 간지의 마지막 밤에
    잡다구리 2007. 7. 3. 13:29
    아직 맥그로드간지에 있어요.
     
    어제는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티벳 박물관에 갔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휴관해서 건물만 겨우 둘러봤죠.
    그래도 기념품 가게는 영업을 했는데,
    그 가게 안의 전시물만 둘러봐도 아기자기 이뻤어요.
     
    여행 할 때 가장 문제가 날짜 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건데,
    얼마 하지 않아 벌써부터 그러기 시작했네요.
    뭐 앞으로도 게속 요일 감각은 전혀 없어질 것 같아요.
    시간이나 중요한 날짜만 대강 파악하고 있으면 되니까요.
     
    '박수나트'라는 폭포도 보러 갔는데,
    가이드 북의 사진은 전혀 믿을게 못 되더군요.
    거기가 어떠냐면...음...문경세재의 폭포들보다
    조금 더 높다는 것 말고는 별 다를 것도 없죠.
     
    단지 계곡이 좀 깊다는 것이 다른 점인데,
    인도인들은 탄성을 지르며 좋다고 난리더군요.
    우리가 보기엔 제주도 천지연 폭포보다 볼 것 없는데.
    그래도 가까이 가서 보면 크지 않겠냐고
    가까이 가 봤지만 그게 그거였어요.
    아 정말 실망실망 대실망. ㅠ.ㅠ
     
     
     
    여기, 맥그로드간지는 뭔가 볼 꺼리는 별로 없어요.
    그냥 휴양지라고나 할까요.
    달라이 라마의 행사가 아니면 무척 조용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조용한데다 동네 전체가 기본적으로 경관이 좋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정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쉬다 가는 곳이죠.
     
    저랑 지금 함께 방을 쓰고 있는 방돌이 아저씨(?)는
    여기서 한 보름정도 푹 쉬었다 갈 생각이라는군요.
    하지만 달라이 라마 행사 때문에 방 구하기가 어렵고,
    이미 묵고 있는 방은 내일 예약된 손님때문에 빼 줘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 맥그로드 간지의 비 오는 날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맑은 날엔 멀리 높이 눈 덮인 산이 보여서 좋지만,
    비 오는 날엔 이 동네 특유의 풍경이 더욱 선명해지거든요.
    좀 더 여유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제는 저녁 먹고 숙소에 올라 와서,
    어떻게 어떻게 알게 된 한국 사람들과 수다를 떨었어요.
    제가 묵고 있는 숙소에 한국 사람들이 좀 많기도 했고,
    숙소의 테라스와 옥상이 모여서 놀기 딱 좋은 곳이었거든요.
     
    거의 한 다섯 시간동안 수다 떨며 논 것 같네요.
    최근에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집중해서 수다를 떤 적이 없었는데 ^^
     
    이름은 안 밝히기로 하고 그 멤버들을 간단히 소개해 볼께요.
     
    -델리에서 만난 이쁘고 뽀얀 피부의 여자애 하나.
    (다소 무뚝뚝하고 무표정할 땐 좀 무서워요 ㅡ.ㅡ;)
     
    -델리에서 버스를 타러 가는 도중에 길에서 만난 남자분과 여자분.
    (남자분은 지금 저랑 같은 방을 쓰고 있고,
     여자분은 우리 숙소 안의 다른 방에 있죠.)
     
    -여기 도착해서 방 구하러 다니다가 길에서 만난 여자분 하나.
     (이제 곧 파키스탄으로 넘어간다고 하네요.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구요. 여자분 혼자 대단하죠?)
     
    -인도 현지인처럼 생긴 까만 여자애.
     (엄청 잘 먹어요~ 잘 먹는 건 욕이 아니에요~
      함께 얘기하면 정신이 없지만, 재밌어요~ ^^)
     
    -길에서 만나 한동안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남녀 커플 한 쌍.
     (두분이 엄청 재밌어요. 시트콤 찍으며 다니는 듯 한 느낌.
      맛있는 것 찾아 먹으러 다니는 게 좋다고...
      첨엔 두 분이 부부나 연인인줄 알았는데, 길에서 만났다네요 ^^)
     
    -조폭(?)처럼 생긴 젊은(겉보기는 아니지만) 청년.
     
    -아, '토라토라'는 수다 멤버는 아니었지만 넣고 싶네요.
     주다인처럼 생긴, 인상 깊은(?) 소녀(?)여서요. ^^;
     
    나중에 밤이 되어 수다를 떨다 보니,
    제가 묵고 있는 바로 옆방에 스위스 여자 셋이 묵고 있는 거였어요.
    걔네들이랑도 어떻게 대강대강 얘기를 했는데, 영어가 짧아서... ㅠ.ㅠ
    (셋 중 하나가 무지무지 이뻐요,  꼭 메일 주소 받아 내야 하는데... ㅠ.ㅠ)
     
     
     
    어제는 대한민국와 프랑스가 축구를 한 날이었죠.
    도깨비 식당이라는 한국 식당에 이 근처 동네 한국인들이
    아주 많이도 모여서 축구를 봤어요.
     
    근데 전반전 중간 즘 케이블에 문제가 생겼는지 티비가 안 나왔어요.
    이 곳, 인도 사람들의 농간이 아니겠냐는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몇몇은 근처 극장(DVD상영관; 비디오 방)으로 갔어요.
     
    비디오방에서 오늘 축구 경기를 보여준다는데,
    평소보다 입장료를 두 배나 올려서 받는다더군요.
    그거 때문에 그 업소 주인들이 케이블을 끊은게 아닐까
    우리끼리 막 추측하고 욕하고 그랬죠.
    (인도에 있으면 한국사람들끼리 인도사람들 욕을 엄청 하거든요 ^^;)
     
    저는 아무래도 돈이 아까워서 그냥 다른 사람들과 밖에 서 있었는데,
    식당 주인과 친한 현지인 한 명이 자기 가게를 열어서 티비를 보여줫어요.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면서 음료수 등을 파는 가게였는데,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 같았어요.
    그 사람도 아마 인디언이었겠죠? 티벳인일까요?
    어쨌든 현지인들 중에서도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
    짧지 않은 시간동안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에요.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쁘진 않겠지만,
    여태껏 제가 만난 인도인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겪은 인도인들은
    관광객을 한 푼이라도 벗겨 먹으려는 사람들이거나,
    외국인 여자들을 꼬셔보거나 추행하려는 이상한 놈들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오지랖 넓은 참견꾼 그 정도거든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도인들은 여태껏 하나도 못 만나봤어요.
     
    그런 좋은 현지인들은 시골로 가야 만날 수 있을 거라던데...
    제가 언제 인도의 오지로 들어가 볼 기회가 있겠어요,
    아마 평생 그런 좋은 인도인들은 못 만나볼 지도 모르죠.
     
    어쨌든 축구는 대부분의 한국인들과 프랑스인들 몇 명,
    그리고 현지인들 몇 명이 어울려(?) 보는 가운데 무승부가 됐죠.
    경기가 끝나고 모두 어울려 기념 사진도 찍었는데,
    아쉽게도 저는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
    그 기념적인 장면을 못 찍고 말았네요, 가슴에 간직해야죠.
     
     
     
    내일 새벽이면 짧은 시간이나마 정든 이 곳을 떠나야해요.
    내일 새벽 네 시에 '스리나가르'라는 곳으로 가거든요.
     
    마을 한 가운데 큰 호수가 있는 곳이래요.
    가이드북이 있긴 하지만 귀찮아서 대강대강 읽기 때문에
    가는 곳에 대해 그리 많이 알고 있진 않아요
     
    뭐 어차피 갈 곳인데 미리 이런저런 정보들로
    선입관 가져서 뭐 하겠어요, 그냥 가서 느껴 보는 거죠. ^^
     
     
     
    여기는 지금 저녁 여덟시 즘.
    비가 와서 그런지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렸네요.
     
    좁은 골목길을 빵빵거리며 지나는 차들이 많이 짜증나고,
    아직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서 그다지 조용하다고도 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들려와 한국의 익숙한 거리처럼 포근하진 않지만,
    그래도 안락함이랄까 친근함이랄까.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결코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싫은 느낌들까지도 감싸버리는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이제 스리나가르, 레, 마날리 이 쪽으로 가면
    한동안 인터넷을 할 수 없을 거에요.
    가격도 비싸고, 느리기도 더 느리다고 해서죠.
     
    언제 다시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서 차분히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그럴 시간이 또 올 거라고 믿고 오늘은 그만 할께요.
     
    오늘 한국 사람들과 인디아 요리를 잘 하는 식당에서
    거하게(?) 저녁을 먹기로 했거든요.
    글 쓰는 것보단 먹는게 우선이잖아요? ^^;;;
     
    다소 두서없이 횡설수설 했더라도 알아서 정리해 주세요~
     
    모두들 행복하세요~
     
     
     
    p.s.

    1.
    여기, isdn이라고 쓰여 있는데도 인터넷이 꽤 느리네요.
    그나마 여기 인터넷이 싸고 빠른 편이라고 하던데... ㅠ.ㅠ
    2.
    비가 오면 평소보다 인터넷 속도가 더 느려지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네요. ㅡ.ㅡ;;;


    (20060619)

    '잡다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델리, 다시 처음이라오.  (0) 2007.07.03
    마날리에서  (0) 2007.07.03
    인도의 '맥그로드간즈'에서  (0) 2007.07.03
    D-DAY  (0) 2007.07.03
    이상해  (0) 2007.07.03

    댓글

Copyright EMPTYDREAM All rights reserved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