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바라나시, 갠지스 강 가에서
    잡다구리 2007. 7. 3. 13:31
    생각해보니 다를 게 없었어요.
    그래요, 한국에서도 그랬죠.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배신당하고, 버려졌죠.
    인도 사람들에게 실망한 것들만 생각하다가
    어젯밤 갑자기 그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이젠 너무나 먼 과거 일 같이 느껴지는 그 곳의 일들.
    그래요 그 곳에서도 그랬죠, 다른 건 없었던 거에요 애초부터.
    어차피 똑같은 곳이라면 떠날 필요도 없겠죠.
    모두 똑같은 곳이라면, 이곳과 그곳이 그리도 닮았다면,
    굳이 애써 다시 돌아갈 필요 없겠죠.
     
     
     
    어젯밤, 바라나시에서 지내는 첫 날 밤에 숙소에서 유령을 봤어요.
    터번을 두른 점잖은 신사였죠.
    슬픈 눈으로 갠지스 강을 은은하게 바라보고 있었어요.
    왜인가요, 원래 여기 있는 분인가요.
    혹시 무심코 찍은 내 사진 때문에 하늘에 못 가는 건가요.
    차마 잊고 떠날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가슴에 사무친 건가요.
     
    속이 탔어요, 불러도 거들떠 보지도 않더군요.
    오늘 밤엔 강 위에 초라도 몇 개 띄워 하늘로 올라가길 빌어 줘야겠어요.
    모두 다 잊고 떠나가라고, 떠나가라고.
     
     
     
    당신도 특별한 의식이 필요한가요.
    모두 잊고 떠나는 게 너무너무 어려운가요.
    뭔가 정신이 확 들 정도로 충격적인 어떤 일이,
    떠나기 위해 치뤄야 할 어떤 의식 절차가,
    초인적인 힘과 용기와 인내와 고뇌가 필요한가요.
    나 역시도 그런가요, 나 역시도 그런가요.
     
     
     
    네팔로 떠날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때'가 중요하죠.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죠.
    너무 늦지도 않게, 너무 빠르지도 않게.
     
    그래요, 언젠가 한 번 즘은 때가 오겠죠.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 스쳐 지난다 하더라도,
    누구나 한 번 즘은 그런 때가 오는 거겠죠.
    그래서 우리 모두 번번히 실패에 실패를 연속하며
    배워가는 거겠죠, 그 때를 놓치지 않는 방법을.
     
     
     
    이 지구별, 한없이 좁고도 좁은 공간에서 만난 당신과 나,
    모두 좋은 시간 잘 맞춰서 좋은 곳으로 떠날 수 있길 바래요.
    언젠가는 저 먼 어디선가 힘든 여정을 풀어놓으며
    웃으며 만날 날 있기를 기약해요.

    (20060709)

    '잡다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팔, 포카라에서  (0) 2007.07.03
    바라나시에서 마지막 날에  (0) 2007.07.03
    떠나기 전에  (0) 2007.07.03
    델리, 다시 처음이라오.  (0) 2007.07.03
    마날리에서  (0) 2007.07.03

    댓글

Copyright EMPTYDREAM All rights reserved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