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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팔, 포카라에서
    잡다구리 2007. 7. 3. 13:33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가도 한국인들을 굳이 찾지 않았어요.
    한국 음식점, 한국인 도미토리 등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고,
    그냥 마음에 드는 아무 숙소에 묵으며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죠.
    그 동네에 한국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있어도 굳이 가지 않았어요.
    모두 귀찮았죠, 한 때는 일부러 한국사람들을 피한 적도 있었어요.
    일본인인 척 하면 모두 그냥 스쳐 지나갔으니까요.
     
    웃기는 일이죠, 이젠 어딜 가도 한국식당이 있다는 소식만 들으면
    일단 거기로 달려가서 사람들과 수다떠는 제 모습,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요.
    영어를 좀 더 열심히 배워서 능숙하게 말 할 수 있으면 달라질까요.
    뻔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들과 대화를 해 봐야 늘 거기서 거기에요.
    물론 쉬운 생활영어로 여행하는데는 아무 지장 없긴 한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많이 어렵죠.
    어떤 때는 차라리 말을 안 하는게 나을 정도에요,
    민감한 사안들을 잘 못 말했다가 오해라도 일으킬까봐서요.
     
    꼭 그런 이유만 있는건 아닐테죠.
    한국인들만의 정이랄까, 그런것 여행에서 필요할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너무 같은나라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도 피해야겠어요.
    적당히 수위를 조절해야죠, 이왕 나온 해외여행이라면
    전세계 사람들과 농담따먹기를 해야 의미가 있을테니까요.
     
     
     
    네팔, 포카라에 있어요. 어젯밤에 도착했죠.
    인도 고락푸르에서 소나울리로는 버스를 타고 갔죠.
    소나울리는 네팔과 인도의 국경이 있는 마을이었어요.
    양국 사람들은 여권이나 신분증 하나 안 보여주고 그냥 지나다니더군요.
     
    네팔 비자비 30달러를 내고 넘어와 비자 받고 스템프 찍고,
    그 즘에서 만난 사람들과 바로 룸비니에 있는 한국절에 갔죠.
    대성석가사라는 한국절은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가 아예
    따로 건물 하나로 만들어 놓았더군요.
     
    너무너무 조용해서 저는 그 다음날 아침에 바로 길을 떠났어요.
    사람들은 그 조용한 분위기에 대개 이삼일 머무는 분위기더군요.
     
    룸비니에서 바이와라라는 네팔의 큰 도시로 나와 버스를 탔어요.
    바이와라로 가는 데도 버스를 탔는데, 거기서 네팔 청년을 만났어요.
    한국말을 아주 잘 했어요. 네팔에서 별 세개짜리 경찰이라는데, 대단한건가요?
    어쨌든 한국에서 좀 살았다고 하더군요.
    한국이 좋으냐? 물었더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예스'라더군요.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표정, 많은걸 말 해 주고 있었죠.
     
    최소한 한국인들은 네팔 사람 대할때 인도사람처럼 해선 안 되는데.
    인도 사람들은 네팔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많이 무시하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니 대체적으로 우리도 그들처럼 그런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바이라와에서 포카라까지 버스로 9시간 걸렸어요.
    그냥 쭉 달리면 대여섯 시간이면 될 것 같은데, 중간에 많이도 쉬더군요.
    오면서 쉬었던 시간들을 다 합치면 세 시간은 충분히 넘을 정도에요.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고 닥달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네요.
    그래서 깜깜한 밤에 포카라에 도착해서
    시내에서 여행자거리까지 한 한시간동안 걸었지요.
     
    서양인, 인도인, 내팔인, 가게주인 등등 물어물어 포카라짱이라는
    한국식당겸 도미토리(?)를 찾아냈어요.
    예전같았으면 그냥 맘에 드는 숙소 아무데나 묵고 말았겠죠.
    왜 이렇게 돼 가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되네요.
     
    오늘은 몸 상태 봐서 사랑콧이라는 언덕에 올라가려 했지만,
    그럴 상태가 아니라서 느긋하게 동네 구경을 했죠.
    약간 먼 거리를 걷기는 했지만, 그냥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니 좋네요.
    아직 높은 설산이 호수에 비치는 장관은 볼 수 없었어요.
    간간히 비를 흩뿌리는 먹구름 때문이죠.
     
    아무래도 트래킹을 하기엔 무리일 것 같고,
    내일은 몸 상태가 어떻든 사랑콧에 올라가려 하고 있어요.
    환전을 별로 하지 않아 돈이 별로 없기 때문에(라는 변명으로)
    걸어서 갔다올 생각이에요. 거머리가 없으면 좋겠네요.
     
    포카라, 생각보다 큰 도시이고, 상상했던 풍경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돌아 다닐수록 은은한 매력이 풍기는 곳임은 틀림없어요.
    여기서 한 나흘 쉬었다 갈 생각이에요.
    언제 또 이 첩첩산중에 들어올 기회가 있을까 하면서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죠.

    (200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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