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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사에서 마지막 저녁
    잡다구리 2007. 7. 3. 13:35
    어디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죠.
    라사도 어김없죠, 잘 못하는 영어도 거의 안 통하는 동네에서
    이제 버스 타고 목적지도 잘 찾아가고 택시기사랑 요금 흥정도 해요.
     
    컴퓨터에 한국어가 '조선어'라고 적혀 있는 것도 아무렇지 않고,
    사람들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매일 똑같은 물을 똑같은 집에서 사도 값이 바뀌는 것도,
    중국말로 티벳어로 뭐라뭐라 물어오는 것도,
    마치 예전부터 우리동네였던 것처럼 익숙해졌어요.
     
    여행의 아쉬운 점은 바로 그거죠,
    익숙해 질 때 즘엔 떠나야 한다는 것.
     
    그래요, 이제 떠나요, 티벳 동쪽으로.
    윈난 성으로 갈 예정이에요, 로컬버스를 타고.
    론리플래닛에도 딱 한 단락으로 간단히 소개된 곳으로
    안 되면 다시 돌아오지 뭐 하며 무작정 떠나기로 했어요.
    도박이긴 하지만, 나름 승률 높은 도박이라 생각해요.
     
    교통의 요지라는 꺼얼무 쪽으로 굳이 가지 않는 것은,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티벳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티벳은 이상하게도 정이 가는 곳이네요.
     
    중국보다는 티벳이,
    인도보다는 라닥이.
     
    생각하면 좀 웃기는 말이에요.
    '몇 개 국 여행했어요? 다섯 나라요.'
     
    어떤 외국인이 서울을 한 달 동안 구경했다면,
    그 외국인은 한국을 여행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편의상 그렇게 말 하는 건 알지만,
    그런 질문, 그런 대답 할 때마다 웃기다 생각이 들죠.
     
    그러곤 이렇게 혼자 생각해요.
    나는 인도가 아니라 라닥을 여행했고,
    중국이 아니라 티벳을 여행했다고.
     
    뭐 시간 흐르고 나면 흐릿해진 기억으로 뭉둥그리게 되겠지만,
    기억이 살아 있는 한은 그렇게 추억하고 싶네요.
    적어도 내게는 특별했던 곳이고, 특별한 의미였던 곳이니까요.
     
     
     
    이제 또 떠날 때가 왔네요.
    많이 걱정되긴 하지만, 잘 될 거에요.
    잘 될 거에요.

    (200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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