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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니발 라이징] 한니발 식인종?
    리뷰 2007. 3. 7. 18:12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레드 드레곤에 이은 살인마 '한니발 렉터'시리즈로, 그가 어떻게 그런 살인마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전작들은 한니발 렉터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의 묘사와 그 주변인들과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고 팽팽한 대결 구도를 가지는 반면, '한니발 라이징'은 너무 '인육'이라는 부분에만 집착하는 듯 하다. 살인마 한니발 시리즈 하면 한니발의 섬짓한 눈빛과 심리전이 떠오르는데, 다른 시리즈 물들이 보여 준 그런 것들을 기대한다면 이번 작품에서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의 죽음을 겪고, 어린 여동생이 굶주린 인간들에게 먹히는 경험이 온 마음 가득히 자리 잡은 한니발.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은 고아 수용소로 변했고, 그 곳 규칙에 적응하지 못 해(또는 적응하기를 거부해)서 찾아간 숙모(공리). 그녀의 보살핌 속에 의대를 다니지만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 그리고 복수. 어린 아이를 잡아 먹은 인간들이 나쁘긴 하지만, 그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 또한 선은 아니라는 시각. 이 영화는 이런 식으로 뚜렷한 선악 구도 없이, 한니발이라는 살인마가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그렇게 사건 중심으로 담고 있다.

     '식인'이라는 면에서 언듯 옛날 영화 얼라이브가 생각 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 한니발 라이징에서도 굶주림에 처한 상황은 얼라이브의 경우와 비슷했지만, 살아 있는 인간을 죽여서 요리 해 먹는 것과 이미 죽어 있는 인간을 먹는 것은 크게 다른 것이니까. 영화 마지막 즈음에 한니발의 놀랄(수도 있을)만 한 사실이 밝혀 지면서, 그의 살인 행위는 단순한 복수심 뿐만이 아닌 좀 더 복잡한 심리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그것이 엄청난 연쇄 살인마가 되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좀 떨어지지 않나 싶다. 좀 더 많은 인간들의 추악한 면을 접하고, 배신도 당하고, 사기도 당하고, 세파에 찌들고 지쳐서 나가 떨어질 때 즘 다시 태어나는 나름 흥미진진(?)한 구성을 연출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걸까?

     스토리나 시리즈의 연결성에 상관 없이, 한니발 역으로 나온 남자 배우의 잘 생긴 모습만 보고 영화를 본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나는 남자배우보다는 '공리' 쪽에 더 관심이 갔는데, 공리가 맡은 역할은 좀 불만이다. 중국인이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일본인 역을 맡았다는 것 부터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고, 사무라이에 관련된 뭔가가 들어가면 초인처럼 강해진다라는 서양인들의 환상 또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것이 눈에 거슬리게 된 건 아무래도 일직선으로 죽 그어진 스토리 라인 탓이 크지 않은가 싶다, 사실 크게 문제 될 소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쨌든 그렇게 해서 한니발은 떴다(라이즈). 캐릭터 과거 캐내기가 유행인 듯 연이어 쏟아진 다른 영화들 처럼,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의 과거가 궁금하다면 한 번 보시라. 단, 많은 기대는 하지 말고.

    * 숙모(공리)가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언급이 안 되던데, 혹시 다음편은 '한니발 숙모 리턴즈'가 되지 않을까.

    * 한니발에게 어떻게 일본인 숙모(공리)가 있을 수 있고, 그녀는 또 왜 프랑스에서 혼자 살며 어떻게 생계를 꾸려 가는 걸까? 한니발을 대학까지 보내 주면서. (쓸 데 없는 생각들이지만)

    (www.emptydre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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