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 과연 평범함은 평범한 것일까.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는 만큼, 사람은 하나하나 저마다 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평범함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어떤이와 똑같지 않으므로, 평범함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너무나도 평범해 자신의 존재마저 희미해 진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인 20대 주부 스즈메(우에토 주리). 그녀는 소꿉친구이면서 그녀와는 다르게 범상치 않은 능력으로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는 쿠자쿠(아오이 유우)를 부러워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길 가에 붙은 스파이 모집 광고를 보게 되고, 스파이가 되고자 결심을 한다.
그런데 스파이 모집 광고를 낸 스파이 부부도 10년 동안 아무런 임무 없이 살아온 상태. 게다가 스즈메가 신입 스파이로 맡게 된 임무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루하게 이어가며 살고 있던 일상이, 막상 신경 써서 평범하게 행동 하려고 해 보니 어렵기만 하다. 게다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노력할 수록, 평범한 일상과는 멀어지게 된다.
영화의 이야기 전개조차 다소 산만하다 싶을 정도로 일상의 소소하면서도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나오는 인물들조차도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결코 평범하지 않게 다루고 있고, 영화 끝날 때까지 입 가에 미소를 머금은 미소가 떠나지 않을 정도의 웃음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평범함조차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아주 잘 전달하고 있는 셈.
은근히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게 생각할 만 한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즐거운 영화 한 편을 즐길 생각이라면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 우에토 주리와 아오이 유우의 망가지는 연기에서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한 순간에 망가질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짜임새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 있으니 조심. 코믹 만화 한 편 보듯이 순간순간을 즐길 마음가짐으로 본다면 만족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류의 영화가 좀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www.emptydre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