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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귓가를 울리는 청명한 워낭소리 - 영화 워낭소리
    리뷰 2009. 1. 30. 00:35

    딱히 이름도 없이, 그냥 '소'라고 불리는 소는 이 세상에서 40년을 살았다. 소의 평균 수명이 15년인 것을 감안하면, 그냥 늙었다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한 나이. 이 소와 노인 내외는 30년을 매일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함께 일 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생활했다. 이혼도 많이 하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사람끼리도 하기 힘든 일이다.

    귀도 어둡고, 몸도 아프지만, 소 울음소리만은 귀신같이 듣는 할아버지. 그냥 '음머-'로만 들리는 울음소리지만, 함께 30년을 생활해서인지 소가 어디가 가렵다고 하는 건지, 배가 고프다는 건지, 대번에 알아내고 해결해 주는 노인. 그런 모습을 보면서 투덜대며 싫은 소리를 연신 해 대지만, 그래도 소와 할아버지를 보살펴 주는 할머니.

    영화 워낭소리는 어느 허름한 시골 농가에 살고 있는, 노인 내외와 소의 이야기다.



    '인간보다 소가 훨씬 나아'라는 말을 하는 할아버지와, 그 말이 맞다고 맞장구 치는 할머니. 이런 부분에 집중한다면 이 영화는 인간과 동물의 소통이나 더불어 삶에 대한 내용일 수 있다.

    일어서서 걷기조차 힘들어하면서도 노인이 부르면 느릿느릿 걸어가서 수레를 끄는 소. 그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가면서 고된 노동 뒤에 찾아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런 모습들을 보면, 이 영화는 늙음에 대한 자연의 이치를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연신 아프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일을 하지 않으면 몸이 쑤신다며 일터로 나가서는, 정작 일터에 나가면 소에게 먹일 먹거리 마련에 더 열을 올리는 할아버지.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어 하면서, 부르면 나가서 묵묵히 일을 하는 소. 그런 소와 할아버지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투덜대지만, 따라나가서 힘든 일을 해내는 할머니. 어쩌면 이 영화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기대어 살아간다는, 더불어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딱히 그런 의미를 집어내지 않아도 좋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감상해도 된다. 어떻든간에 이 영화는 메마른 가슴 한 구석을 워낭소리로 찡하게 울려 줄 테니까.



    사실 딱히 할 말이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 어릴 적 함께 뛰놀던 송아지가 생각나기도 했고, 인도에서 떠돌이 소들을 정성껏 닦아주던 한 노인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 소재들로 감상문을 써 볼까 했지만, 그러지 않는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 영화는 그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귓가를 울리는 '워낭소리'의 기억 만을 남겨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으니까.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더 극장 가서 보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에 감상문을 올려야지 결심을 했는데, 지금 알고보니 이미 상영 순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인기 있는 영화가 돼 있다. 역시 괜찮은 영화는 많은 돈 들여서 크게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기도 하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극장 가서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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