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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덩케르크 - 이래저래요래해서 대영제국 만세!
    리뷰 2017. 7. 21. 12:27

    '덩케르크'는 어쩌면 사람들이 극찬하는 유명한 천재감독의 영화라는 후광 때문에 보기도 전에 객관성을 잃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감독의 이름은 빼버리고 영화 그 자체로 본다면 어떨까 한 번 생각해봤다.

     

    일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니, 덩케르크 실화에 대해 조금 알아보자.

     

    덩케르크 철수작전 중 한 장면. 사진: 위키피디아

     

    덩케르크 철수작전 - 다이나모 작전 

     

    영화의 배경이 된 실제 사건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있었던 '다이나모 작전'이다.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군에게 밀려서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에 포위된 연합군을 영국으로 철수시킨 작전이다.

     

    덩케르크 위치.

     

    총 338,226명의 병사(영국군 192,226명, 프랑스군 139,000명)가 구출됐는데, 화물선, 어선, 유람선 등 여러가지 민간선박이 징발되어 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소형 민간선박들도 힘을 합쳐 작전을 수행했다는 것을 크게 보도하면서, 애국심 고취, 단결력 증진 등을 불러일으켰는데, 실제로는 80% 이상이 구축함 등 대형 선박으로 구출됐다.

     

    영국에서는 위대한 대영제국 국민들의 단결력을 보여준 사례로 전설처럼 회자되지만, 프랑스에서는 비극적인 작전으로 여겨지는 사건이기도 하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엄호를 위해 남은 많은 프랑스군이 포로가 됐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이 포인트가 살짝 내비쳐지기도 한다.

     

     

    영화 덩케르크

     

    영화 대부분이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되어서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돈이 없어서 일반관에서 봤다. 일반관에서도 엄연히 개봉한 작품이므로, 아이맥스에서 보지 않았다고 뭐라 할 순 없을 테다.

     

    일반관에선 좀 어색한 화면들이 나온다. 특히 스핏파이어를 이용한 공중전 장면은 완전히 아이맥스를 염두에 두고 광활한 하늘을 보여주려는 듯 한데, 이게 일반관 상영용으로 화면을 자르면서 비행기가 화면 끄트머리에 살짝 보인다든지 하는 이상한 장면이 돋보인다. 일반관 상영용 버전은 아예 신경을 안 썼나 싶을 정도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컷

     

    CG를 안 쓰고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 나 같은 일반 관객에게 그런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CG를 쓰더라도 흥미진진하게 재미있게 만들면 그만이다. CG를 안 쓰는게 감독의 철학이라면 굳이 그걸 뭐라 할 이유도 없지만, 이게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면 관객 입장에서 뭐라 할 만 하다.

     

    해변에서 구출된 숫자만 34만 명인 작전이다. 해변 건물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구출될 인원들만 나와서 줄을 서 있었다 치더라도, 해변에 최소한 몇만 명은 나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화면에 보이는 건 기껏해야 1만 명도 안 되는 숫자다.

     

    큰 배 몇 척을 가라앉혀서 돈을 많이 들이긴 했을 것 같지만, 영화에서 보이는 규모를 보면 좀 머쓱하다. 구출작전을 위해 달려와서 모인 배라고 해봐야 구축함 한두대에 민간인 배 십여 척 정도. 이게 해변의 인원들과 맞물려서, 영화가 연극처럼 보이게 만든다. 특정 사건의 일부분만 잘라서 무대를 꾸미고, 특정 에피소드의 단편만 집중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아예 그럴거면 다른 배경들은 안개로 처리해서 일부분만 보이게 하는게 좋았을 텐데, 그건 또 아니다. 광활한 화면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스토리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보이기도 하던데, 사실 주제도 좀 모호하다. 어려움에 처한 군인들을 구출하기 위한 인류애를 그리는가 싶더니, "프랑스군은 안 돼! 빠져!" 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 선 인간의 한없이 나약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살짝살짝 보여준다. 그러다가 또 공중전이나 민간인 보트가 나오면서 "나를 희생해서라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나오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대영제국 만세!"다.

     

    아마도 결론은 대영제국 만세이지 싶다. 브렉시트로 대표되는 최근 영국의 보수화가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보수는 언제나 국뽕을 부르니까).

     

    일반관에서 봐도 굉장히 인상적인 면이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사운드. BGM과 효과음이 연결되어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진다. 예를 들면, 비행기 엔진소리가 배경음악과 합체되어 있어서, 효과음이 음악의 일부가 된다. 일반관에서 본다면 스피커가 좋은 곳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감독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보기를 권하니, 아이맥스에서 보도록 하자. 이상,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만한 돈도 없는 관객의 일반관 관람 소견이었다.  

     

    p.s.

    영화 홈보에서도 끊임없이 말 해주고 있다. "이것은 전쟁영화가 아니다"라고. 말 그대로다. 이것은 전쟁영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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