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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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의 역습은 실패했나, 마쓰모토 하지메 씨 입국거부 당하다리뷰 2010. 10. 28. 21:11
마쓰모토 하지메 씨가 지난 (2010년) 9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거부를 당했다. 입국거부 이유는 황당하게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서라고. 마쓰모토 하지메를 모르는 분이면 위키사전을 보도록 하자. 읽기 싫으면 그냥 가시라. 마쓰모토 하지메 - 위기백과 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소개했으니 읽어 볼테면 읽어 보든지. 우리는 크리스마스 분쇄 집회 좀 안 하나 가난뱅이라고 기 죽지 마라, 영화 '아마추어의 반란' 상황을 보니 그는,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강연도 하고, 홍대에서 행사(?)도 할 모양이었던 듯 하다. 국내에 책을 하나 내긴 했지만, 대체 어째서 도쿄 변두리에 사는 가난뱅이 한 사람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입국거부를 당할 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아마 다들 짐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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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아리에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들리뷰 2010. 9. 20. 03:01
이 험한 세상에, 이 더러운 곳에 작고, 힘 없고, 보잘것 없는 그들도 귀하고, 소중하고, 아름답게 열심히 온 힘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다. 그래, 됐다, 그거면 됐다. 온갖 미사여구따위 필요 없다, 그거면 됐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바로 '살아간다'일테니까. 굳이 생존이라는 치열한 표현이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일상이라는 지루한 느낌이 아니더라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눈물겹게 아름다운 그 어떤 것이니까. 그래, 됐다, 그거면 됐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 하나로 충분히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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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작은 숨결 - 공기인형리뷰 2010. 5. 9. 16:10
실연의 상처를 가지고 프리터로 혼자 사는 남자, 하루종일 어두운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히키코모리, 젊은 사원의 등장으로 스스로 위축된 직장인 노처녀, 혼자 사는 비디오 가게 주인, 엄마 없는 부녀, 하루종일 공원에서 먼 산을 바라보는 노인, 세상 모든 일을 자신과 연관지으려는 할머니 등. 이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부족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마음(고코로)을 가져버린 공기인형 '노조미'. 어느 햇살 맑은 날 동화같이 피어나 활기차게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스치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마주치는 모든 것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조미.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통해, 자신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대용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수시로 깨닫는다.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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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친 세상의, 목숨보다 중요한 책 - 일라이리뷰 2010. 5. 9. 03:21
* 스포일러 있음. 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한지 몇십년 후, 주인공 '일라이'가 서쪽으로 책을 운반한다는 내용의 영화. 영화 초반에는 책의 존재를 감추지만, 그 책이 무슨 책인지는 금방 드러난다.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기도 어려운 멸망한 세상 속에서, 목숨 걸고 지키려는 책이 설마 요리책은 아닐 테니까. 일라이는 소위 말하는 계시를 받고 그 책을 서쪽으로 운반하는 소임을 맡았다. 마치 그 일을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된 전사처럼, 다가오는 많은 적들을 혼자서 무자비하게 무찌르면서 말이다. 강도 셋 정도는 눈 깜빡 할 사이에 해치울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무심하다. 자신의 임무는 오직 책을 운반하는 것 뿐이니까. 카네기는 그 책의 위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 책을 이용하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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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진실 또한 미국식 진실 아닐까 - 그린존리뷰 2010. 5. 8. 17:46
제작진과 주연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소 난감할 수도 있는 영화다. '본' 시리즈의 제작진과 감독, 그리고 '맷 데이먼'까지 나오니까, 당연히 '본' 시리즈를 잇는 어떤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존'은 그런 예상을 보기좋게 뒤엎어버린다. 어쩌면 이번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팬들을 만들어 왔던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영화 '그린존'은 전쟁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투장면에 대한 비중은 적다. 대신 '진실'을 파고드는 한 작은 '영웅'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스릴러 물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시원시원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갖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힌다. 그리고 마침내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주 정치적이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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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나지 않아야 아름답다 - 하프웨이리뷰 2010. 5. 5. 23:01
영화 줄거리는 굉장히 단순하다.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고3 둘이 연애를 하게 됐는데, 남자애가 도쿄에 있는 대학을 가려고 한다. 여자애는 그를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과, 보내주어 자기 꿈을 실현하게 해 주어야겠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남자애도 역시 곁에 있고 싶은 마음과, 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우물쭈물한다. 일종의 '사랑'과 '현실'의 대결이랄까. 한국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현대라는 한정된 시간을 전제로 둔다면, 정답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평생 이어질 지 어떨 지 알 수 없는 그런 풋사랑에, 인생을 전부 걸어버린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고도 바보같은 짓이니까. 사람들은 이런 예를 들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둘이 헤어지게 되면 어쩔래, 그러면 네 인생은 네 인생대로 망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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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는 한, 갈 수 밖에 - 허트 로커리뷰 2010. 5. 5. 21:39
영화 '허트 로커'는 다른 전쟁영화와는 다르게, 엄청난 규모의 전투장면이나 격렬한 총격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폭발물 제거반 EOD의 폭탄제거 수행 행위만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영화 초반에는 다소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담백한 화면과 단순한 스토리 라인이 느껴졌다. 하지만 매번 반복될 때마다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에피소드들로, 큰 규모의 총격전 없이도 전쟁영화의 긴박감을 잘 살려내는 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여섯 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는 수식어가 전혀 무색하지 않은 영화다. 작렬하는 태양, 황폐한 사막같은 도시 그리고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힘든 낯선 얼굴들의 낯선 땅. 이라크라는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지구상의 어느 한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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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귓가를 울리는 청명한 워낭소리 - 영화 워낭소리리뷰 2009. 1. 30. 00:35
딱히 이름도 없이, 그냥 '소'라고 불리는 소는 이 세상에서 40년을 살았다. 소의 평균 수명이 15년인 것을 감안하면, 그냥 늙었다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한 나이. 이 소와 노인 내외는 30년을 매일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함께 일 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생활했다. 이혼도 많이 하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사람끼리도 하기 힘든 일이다. 귀도 어둡고, 몸도 아프지만, 소 울음소리만은 귀신같이 듣는 할아버지. 그냥 '음머-'로만 들리는 울음소리지만, 함께 30년을 생활해서인지 소가 어디가 가렵다고 하는 건지, 배가 고프다는 건지, 대번에 알아내고 해결해 주는 노인. 그런 모습을 보면서 투덜대며 싫은 소리를 연신 해 대지만, 그래도 소와 할아버지를 보살펴 주는 할머니. 영화 워낭소리는 어느 허름한 시골 농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