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스터비아] 좋은 망원경은 사나이의 로망?
빈꿈
2007. 10. 4. 12:07

필요는 발명을 만들고, 지루함은 혼자놀기를 만들었다. 고성능 망원경으로 이웃들을 훔쳐보기 시작한 케일. 주 관심사는 옆집에 이사온 예쁜 소녀 애슐리였지만, 어느날 우연히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케일은 여러 정황들을 짚어본 결과, 그가 한창 뉴스에서 떠들고 있는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확신하는데,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 주지는 않는 상황.
이 정도 가택연금이라면 참 할 만 하다 싶다. 공식적으로 나 가택연금 중이야라고 선언하고 히끼꼬모리 되기 딱 좋은 상황. 그냥 조용히 온라인 게임이나 하고 있었으면 90일 동안 상당한 레벨을 올리며 고수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주인공이 선택한 것은 훔쳐보기. 옆집 소녀를 보게 되는 계기도 되지만, 살인마를 보게 되는 계기도 되는 훔쳐보기.

예쁜 옆집 소녀와 범죄 현장 목격이라는 두 가지 훔쳐보기의 묘미(?)를 적절히 배합시켜 버무려 놓은 영화. 범죄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다소 지루하고 긴장감 없이 축 늘어진 영화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청춘 로맨스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살인마 잡기라는 사건을 통해 옆집 소녀와 해피 투게더 하게 된다는, 다소 엉뚱하지만 로맨스로 대충 받아줄 수는 있는 영화가 된다. 두 가지 요소를 합친 것이 잘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예고편에서 보여 줬던 긴박하고도 절박한 범죄자와의 싸움은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스릴러라고 보기엔 좀 부족하다.
영화의 홍보문구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살인자는 누군가의 이웃이다'라는 말이 조금 섬뜩하긴 하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웃으며 인사 나누고 아는 체 하며 지나치는 그 이웃사람이 살인마일 수도 있다. 긍정적인 의미로 '믿고 사는 사회' 조장이다. 내 이웃이 살인마일 수도 있다고 믿고 사는 세상. 어쩔 수 없지,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까. 어쨌든 결론은, 고성능 망원경은 위기와 기회를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당장 용산 가서 하나 장만해야지. 근데 벽에 가려져서 뭐가 보여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