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동남아 2008
방콕에서 뜨랏으로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6
빈꿈
2008. 12. 16. 00:28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6
방콕에서 뜨랏으로
방콕에서 꼬 창가는 여행사 버스는 이침 8시 뿐. 그 시간에 맞춰 가는 건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하고 깨끗이 포기. 그리고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일단 기분은 상쾌하다. 연이은 삽질을 견디려면 몸 상태라도 좋게 만들어 놔야지.
동부터미널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시암(싸얌, Siam) 가는 버스를 탔다. 아무래도 동부터미널 가는 버스가 자주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시암에서 전철 타고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까오산 근처에서 15번 버스를 타면 시암 전철역 근처에서 내릴 수 있다. 요금은 15밧. 시암 전철역에서 동부터미널(에까마이, Ekkamai)까지 전철요금은 30밧.
빅맥지수라고 들어보셨을테다. 각국의 빅맥 버거 가격으로 물가를 가늠하는 지수. 근데 한국의 경우는 세트메뉴 주문 시, 할인카드를 내면 할인이 된다. 게다가 점심시간에는 모든 세트메뉴가 3000원에서 3500원 정도. 그렇다면 한국은 점심시간에만 물가가 잠깐 싸 지는걸까?
뭐 꼭 런치세트를 따지지 않고 빅맥 가격만 따져본다 하더라도, 빅맥지수는 사실 말이 안 된다. 한국과 태국의 빅맥 가격이 거의 비슷한데, 그렇다면 한국과 태국 물가가 거의 비슷하다는 말이 되는 건가. 태국까진 그렇다 치고, 인도도 빅맥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건 어쩔건지? 빅맥지수는 별 신빙성이 없다.)
방콕의 전철역에 들어서면 매표소처럼 생긴 부스가 있는데, 여기서도 티켓은 팔지 않고 동전만 바꿔준다. 티켓은 자판기에서 사야하는데, 화면에 영어가 나오니까...더 어렵다. 후훗~ 그냥 직감을 이용하면 쉽다.)
동부터미널에 가니까 여기서도 꼬창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긴 있었다.
아침 6시 30분, 7시 45분, 9시 45분.
하지만 이미 시간은 12시에 가까웠다. 사실 아침 9시 4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을 정도라면, 여행사 버스를 탈 수도 있을 테다. 까오산에서 동부터미널까지 대략 한 시간은 걸리니까 (물론 택시를 타면 빠르겠지만).
꼬창으로 가는 버스는 모두 끊겼으니까 어쩔 수 없이 뜨랏(Trat)이라는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뜨랏은 꼬창과 가까운 마을이고, 뜨랏에서 꼬창으로 가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
뜨랏은 캄보디아 국경과 가까운 곳으로, 캄보디아를 넘어갈 사람이나 캄보디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안의 여행사에서 캄보디아의 시하눅빌이나 프놈펜까지 가는 버스표를 살 수도 있다.
방콕에서 뜨랏까지 버스 요금은 255밧. 시간은 약 5시간 반 정도 걸렸다.
까오산의 여행사 버스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개별적으로 까오산에서 동부터미널을 거쳐 뜨랏까지 가는 데 교통비만 딱 300밧이 들었다. 뜨랏에서 꼬창까지 가려면 또 시간이 들고, 돈이 든다.
하지만 여행사 버스를 이용했다면 꼬창까지 바로 250밧에 갈 수 있었다. 게다가 동부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지 않았어도 됐을 테고. 정말 아침잠 많은 게 죄긴 죄다. 그래도 뭐, 나는 잠이 좋으니까~
저 안내양 너무 무서웠다.
딱 올라타면 손을 턱 내미는데, 표 보여달라는 뜻이라는 걸 옴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표를 보여주면 따라오라는 손짓도 없이 말 없이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가야 하는건가, 긴가민가 하면서 어정어정 복도를 가고 있으면, 어느 좌석 옆에 딱 멈춰 서서는 손님을 스르륵 옆으로 바라본다.
자리에 가서 앉을 때까지 바라본다. ;ㅁ;
모든 과정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진행된다.
쟤 혹시 귀신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으시시했다. ㅠ.ㅠ
사진 찍으려니깐 노려보길래, 눈 감은 순간을 포착했다는... ㅡㅅㅡ;;;)
공영버스를 이용하면 출발 후에 승무원이 선물상자를 나눠준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것들이 들어 있는데, 포장된 물 한 컵, 조그만 과자 하나, 두유같은 종류의 음료 하나. 이렇게 세 가지가 들어있다.
그런 거 주지 말고 버스비 좀 깎아주지 싶었지만, 어쩌면 현지인들은 시외버스에서 먹는 그 간식들의 맛을 추억으로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옛날에 기차 타고 가면서 삶은계란이나 귤을 까 먹었던 기억이 남아 있듯이, 그들도 시외버스를 타고 가며 먹었던 그 간식들이 기억에 남겠지.)
말레이시아와 싱가폴과는 달리, 태국은 가이드북을 들고 갔었다. 국내 서점에 가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가이드북. 한 번이라도 태국 여행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으면 아는 그 유명한 가이드북.
근데 이 가이드북은 대체, 2008년 개정판이라고 내 놓은게 뭘 개정했는지 모르겠다. 방콕만 벗어나면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가이드북 불평은 이까지만 하자, 나중에 라오스 즘 가서 또 씹을 기회가 있을테니까. 가이드북 지도 때문에 길을 헤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라오스에서 많았기 때문에 맺힌 게 많다.
방콕의 동부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뜨랏 시외에 있는 새로 지은 버스터미널에 승객들을 내려준다. 마을 안쪽 도로에 내려준다는 가이드 북 정보와는 완전히 틀리다. 나를 비롯한 다른 외국인들도 어리둥절한지, 여기가 어디냐며 연구연구 하다가 결국 툭툭을 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걔네들이 탄 툭툭이 어느 쪽 방향으로 가는지 보고, 그 방향으로 걸어갔다. 내 짐작으론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툭툭 기사들이 시내까지 6킬로미터, 혹은 4킬로미터라고 말 하는 걸로 봐서, 시내까지 2~3킬로미터 정도 되리라 짐작됐다. 대체로 툭툭 기사들이 불러주는 거리는 절반 정도로 잘라서 생각하면 맞으니까.
중간에 썽태우(툭툭은 택시 개념이고, 썽태우는 버스 개념)가 20밧 주면 시내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처음 도착한 곳을 직접 발로 걸으면서 지리를 익히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기 때문. 게다가 특별히 바쁜 일 없으니까 돈 아껴야지.
뜨랏은 생각보다 훨씬 작은 마을이었다. KFC와 큰 수퍼마켓이 있을 정도면 그리 작은 규모는 아닐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규모로만 봐서는 아주 작았다.
일단 숙소 밀집지역으로 가서 방을 하나 잡았다. 선풍기 싱글룸이 100밧. 그나마 제일 싼 방이었다(태국 가이드북에 나온 현지 가격은 전혀 맞지 않다, 태국 물가가 최근에 꽤 많이 올랐다).
여행자거리(숙소 밀집 지역)에 있는 어떤 서양인들 많은 큰 게스트하우스 앞을 보니까, 꼬창까지 200밧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선착장까지 택시비 50밧에, 왕복 배삯이 150밧. 매일 아침 9시 30분에 출발한단다.
그걸 타기로 결심만 하고 예매는 하지 않았다. 나는 웬만하면 표는 당일날 산다. 혹시나 예매 해 놓고 아침에 못 일어나면 환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고, 일찍 일어나지면 달려가서 끊는 방법. 물론 자리가 없어서 못 타는 경우가 생긴다면 감수해야 하겠지만, 내 경우는 아직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떻게든 끼워 넣어 타고 가게 해 줬으니까.
이제 꼬창 가는 방법이 모두 정해졌으니 느긋하게 야시장 구경을 나갔다. 시장이 아주 작아서 별로 구경할 건 없었지만,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해산물들이 쌌고, 방콕보다 과일 가격도 쌌다. 구경할 게 없다면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면 되는 거~
이 숙소 앞에서 잠시 책 보며 앉아 있는데, 내 발 바로 앞에 도마뱀이 툭 떨어졌다. 윽!
도마뱀은 사람에게는 아무 해가 되지 않는데, 모기를 비롯한 곤충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에겐 이로운 동물이다. 그래도 뱀은 뱀. 좀 징그러운데... ㅠ.ㅠ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도마뱀은 원래 천장이나 벽에서 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단다. 그래서 태국 사람들은 도마뱀이 떨어지는 걸 보면 복권을 산다고. 아... 나도 복권 살걸... 이 얘기는 한참 후에 듣게 돼서 이미 때는 놓쳤다.)
꼬창이 관광지라서 물가가 비싸겠지 생각하고 여기서 빵과 코코넛 잼, 물 한 통 등을 샀는데, 이게 또 삽질이다. 태국은 빵과 잼이 비싸기 때문에, 그 돈이면 차라리 현지인 식당에서 밥을 먹는게 나을 정도니까.
그래도 한국에선 먹기 힘든 코코넛 쵸코 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아... 생각난다 그 잼. ㅠ.ㅠ)
이 근처에는 쌀국수나 볶음밥 파는 노점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난감했다. 아는 단어라곤 꿔이 땨우(쌀국수), 까우 팟(볶음밥), 팟 타이(볶음면), 똠얌(찌개같은 국물요리) 이 정도 밖에 없으니 뭘 주문해야할 지... 게다가 이 사람들, 영어도 전혀 못 했다.
이런 때는 그냥, '아무거나'라고 말 하면 된다. 진짜, 진짜진짜 희한하게도, 한국어로 그냥 '아무거나'라고 말 하면 대부분 다 알아듣는다. 의심나면 테스트 해 보시라(물론 어느 정도 몸짓은 필요함).
그래서 나온 '아무거나' 메뉴는 아주 훌륭한 해물탕이었다. 당연히 주인한테 다시 가서는, 밥통 열고 '밥 가져간다~'하고 밥 퍼서 말아 먹었다. 굿~)
미네랄워터같은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주면 백 퍼센트 돈 받는다. 그냥 겉보기에 좀 더럽다 싶은 데서 물 퍼다 주면 대체로 공짜. 그 정도. 에구, 뭐 그냥 일단 먹고 보는거지~
이런 노점에서 좀 더럽다 싶은 곳에서 퍼 주는 물이라도 마셔도 안 죽는다. 이미 과일주스 마시면서 태국의 수돗물을 생으로 마셨지 않은가.)
더운 날 선풍기 방의 문제점. 선풍기를 오래 틀어 놓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다. 그렇다고 선풍기를 끄면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결국 껐다 켰다를 반복하다가 지쳐서 잠 드는 수 밖에.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