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동남아 2008
태국, 꼬 창(Ko Chang) 3/3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7
빈꿈
2008. 12. 18. 00:03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27
태국, 꼬 창(Ko Chang) 3/3
핫 싸이 까오에서 갑자기 핫 까이배를 택해서 간 이유는, 가이드북에 사람 별로 없고 한적한 곳이라고 나와서였다. 그리고 소개된 숙소 정보를 보니까, 선풍기 방이 200밧 정도라고 나오기도 했고.
핫 싸이 까오에서 대충 돌아보니, 400밧 정도가 제일 싼 방인 것 같았다. 동네 분위기를 보니까, 고급 리조트와 방갈로들이 쭉 늘어서 있어서 싼 방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바닷가에 있는 어느 방갈로에 가서 가격을 물어 봤더니, 팬 방이 1700밧이란다. 물론 그곳이 좀 고급스러워 보여서 비쌀 거라고 예상하고 가격만 물어본 거였지만,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바로 핫 까이배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가난은 상대적으로 비교될 때 더욱 처절한 법이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라면 끓여 먹으면 그것도 재미고, 추억이고, 즐거운 기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들 스테이크 썰고 있는데 옆에서 라면 끓여 먹고 있으면, 정말 자기 스스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꼬 창이 그렇다. 해변에서 백인들이 '나, 돈 많아서 행복해요~'하면서 이것저것 즐기고 있는데, 옆에서 그거 지켜보면서 주머니 사정 걱정하며 '나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으면 아름다운 풍경도 서글프게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배낭여행자라면 꼬 창은 큰 맘 먹고 큰 돈 깨질 거 각오하고 즐기러 가거나, 아니면 차라리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 편이 나을 듯 하다. 물론 휴가 가는 사람들이나, 패키지 같은 걸로 가시는 분들은 아무 걱정 없이 그냥 돈만 넉넉히 챙겨 가시면 된다.)
핫 까이배도 핫 싸이 까오와 다른 건 별로 없었다. 이미 꼬 창의 서쪽 해안은 많이 개발된 상태여서, 허름한 게스트하우스는 전혀 없고 깨끗한 리조트와 방갈로만 있었다. 물론 깨끗하고 시설 좋으면 좋긴 좋은데, 가격이 문제다.
핫 까이배에서는 500밧 아래로는 방이 없다. 아, 한 군데 350밧 짜리 방을 찾긴 했는데, 창문 없는 지하실 같은 방. 이 밝고 맑고 자연 아름다운 섬에 와서 지하실 같은 방에 묵고 싶다면 별 상관 없을 테지만.
차라리 핫 까이 까오 쪽이 가격면에선 조금 더 나았던 거였다. 또 실수.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간다해도 차비를 따지면 여기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늘은 핫 까이배에서 하룻밤 묵기로 결정했다.
해변이 보이지 않는 동네 안에 위치한 숙소들은 500밧(2만 원) 정도. 바다가 살며시 보이는 방갈로는 700에서 1000밧 정도. 문만 열면 바다가 눈 앞에 쫙 펼쳐지는 그런 방갈로는 대략 2000밧 정도다. 물론 500밧 짜리 숙소는 당연히(!) 팬FAN 방이다. 방콕에서 그 가격이면 대충 쓸만 한 에어컨 방을 구할 수 있지만, 꼬 창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나마 여기는 섬이라서 밤에는 팬만 틀어도 될 정도이니 다행이랄까.
나중에 섬을 떠날 때 즘에야 여행자들을 통해서 알게 됐는데, 꼬 창은 이미 거의 고급 휴양지로 많이 개발된 상태라고 한다. 섬 남쪽의,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반 방바오(Ban Bang Bao)까지 이미 고급 숙소들이 들어 선 상태. 더이상 리조트 없는 자연 그대로의 경관은 없다.
그나마 핫 까이배에서 남쪽으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핫 타남(Hat Tha Nam), 일명 론리 비치(Lonely Beach)라는 곳에 가면 아직도 200밧 짜리 선풍기 방이 약간 있다고 한다. 그나마도 곧 개발이라는 이름을 달고 고급화 되겠지만.
그래도 이왕 섬까지 들어왔으니 하루만 묵어가자는 생각에, 핫 까이배 마을을 돌아다녀서 겨우 500밧 짜리 숙소를 구했다. 깨끗하고 시설 좋은 방갈로였는데(창문 없는 지하같은 방 말고는 방갈로밖에 없었다), 원래는 750밧 짜린데 비수기라 손님이 없어서 싸게 해 주겠다고 해서 그나마 깎은 가격이었다.
그 날 하루 쓴 돈만 1000밧(약 4만 원) 이었다. 쇼핑을 한 것도 아니고, 럭셔리하게 다닌 것도 아니고, 그냥 이동하고 밥 한 끼 먹고 방 하나 잡았는데 천 밧. 천 밧이면 정말 아껴쓰면 방콕에선 일주일도 버틸 수 있는 돈인데... 꼬 창은 정말 내게 어울리는 섬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 바로 떠나자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참고로 이 섬 안에서 인터넷은 1분에 1밧(4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