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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형 재래시장 - 인천 송현시장 (화평동 냉면골목, 송현동 순대골목)
빈꿈
2011. 7. 8. 18:49
서울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 4번 출구 일대에는 재래시장이 아직도 넓게 형성되어 있다. 지하철 출입구 바로 앞에는 공터가 허하게 펼쳐져 있지만, 그 빈 공간 너머로 조금만 들어가보면 아직도 옛모습을 잃지 않고 억척스럽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오래된 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 송현시장
동인천역 4번 출구에서 약 100미터 정도 직진해 들어가서 차도를 건너면 송현시장을 만날 수 있다. 송현시장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장인데, 한때는 인천에서 유명한 시장이었다.
송현시장 번영회 정영모 회장의 말에 따르면, 송현시장은 6.25전쟁 직후 좌판을 깔고 장사하던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다 한다. 그리고 인근에 판자촌이 생기고, 북쪽에서 넘어온 사람들과 섬사람들, 시골 사람들까지 모여들면서 규모가 커졌다.
한때는 인천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손꼽혔던 이 시장은, 전성기에는 좌판 하나에도 엄청난 권리금이 붙기도 했고, 수많은 쓰리꾼(소매치기, 좀도둑)들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한다.
이런 번영은 인근에 현대제철이 들어서면서 최고점을 찍었는데, 2003년 즘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다른 재래시장들처럼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송현시장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
오랜 침체 끝에 송현시장 사람들은 색다른 길을 모색했다. 바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재탄생 하는 길이었다.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이 사업으로 2008년부터 개량사업을 시작해서 2010년에 마침내 큰 부분을 끝낼 수 있었다.
이 사업으로 송현시장은 비가 와도 손님들이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게끔 아케이드를 설치했고, 상가외관 밑 간판을 예쁘게 정비했다. 그리고 주변 도로정비와 함께 쉼터를 조성했고, 시장 내부에는 문화사랑방과 배송센터, 북카페를 만들었다. 기존 재래시장이 손님들을 위한 쉼터 등의 배려가 부족했던 점을 많이 개선하고 보완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시장 안쪽 북카페 건물에 배송센터를 마련한 것인데, 시장에서 구입한 물건을 이곳에서 집으로 택배로 보낼 수 있다 한다. 그리고 이용하기에 따라, 단골손님이 가게에 전화를 하면 이 배송센터를 이용해 물건을 보내줄 수도 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이지만, 배송센터는 재래시장이 살아남는 대표적인 방법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통영 어시장의 경우, 통영의 횟감이나 해산물이 신선하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들이 한 가게를 단골로 찍어 놓고 전화를 걸어 물건을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문을 받은 상인은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가서 택배를 보내는데, 그러면 도서지역 등을 제외하면 그날 안으로 전국 어디든 물건이 배송된다 한다.
아직도 통영의 상인들은 개별적으로 우체국을 이용해 발송을 하고 있지만, 송현시장 상인들은 배송센터를 이용해 편하게 발송할 수 있으니 좀 더 진화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모든 그런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과, 단골가게 선택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전파시켜야 한다는 문제점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문화관광형 시장
어쨌든 송현시장은 전국 4곳에 지정된 ‘문화관광형 시범시장’ 중 하나다. 문화관광형 시장은, 주변의 관광자원을 개발하면서, 그와 함께 시장을 관광코스로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송현시장의 경우는 주변에 아직도 달동네를 연상할 수 있는 골목들이 어느 정도 남아있고, 또 그 달동네를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인 ‘수도국산박물관’이 인접해 있다.
달동네와 시장이라는 코스를 접합시키지 않더라도, 시장 자체적으로 펼치고 있는 각종 문화행사 등을 볼거리로 삼을 수도 있다. 송현시장은 ‘솔마루 사랑방’을 중심으로 벽화사업이나 사진전 등 각종 소소한 행사들을 펼치고 있으니까. 그리고 바로 옆에는 중앙시장이 붙어있고, 그곳에는 한복가게들이 밀집해 있으니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만할 테다.
번영회 회장의 말에 따르면, 송현시장 뒷산에는 아직도 박새, 느릅지기 등의 새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아침이면 새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다. 전국에서 새가 있는 시장은 송현시장밖에 없을 거라며, 앞으로 이런 독특한 재료들을 잘 개발해서 관광형 재래시장으로 만들어 갈 계획이라 한다.
이제 재래시장들도 더 이상 좌판 깔고 손 놓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점도 많고, 다소 불편한 점도 있고, 또 앞으로 몇몇 시행착오를 겪기도 할 테다.
하지만 콘크리트 작은 틈 사이에서도 들꽃이 피어나듯, 재래시장 또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조그만 관심을 가진다면, 그 작은 꽃을 보며 한 숨 돌리고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화평동 냉면골목
화평동 냉면골목은 동인천역 4번 출구(중앙시장 쪽)에서, 출구를 등지고 왼쪽(화평동 쪽)으로 약 500미터 정도 걸어가면 볼 수 있다. 직선으로 나 있는 길을 그냥 쭉 걸어가다 보면 냉면집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가게들을 따라가면 길을 꺾어 들어가서 본격적인 냉면골목을 만날 수 있다.
화평동 냉면골목에는 아직도 수십 개의 냉면집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골목에서 유명한 음식은 세숫대야 냉면인데, 그릇이 세숫대야처럼 크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릇만 큰 게 아니라 양도 많다. 일부 냉면집들은 냉면 사리를 리필도 해준다. 리필 해달라고 해도 주인이 인상을 찡그리거나 늦게 갖다 준다거나 하지 않는다. 정말 냉면으로 배를 빵빵하게 채울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가격도 4,000원 선(2011년 6월).
시간이 지나고 요즘 경기에 맞춰서 가격은 조금 오를지 모르겠지만, 큰 그릇 가득 내주는 냉면 인심은 아마 변하지 않을 듯 하다.
송현동 순대골목
송현동 순대골목은 동인천역 4번 출구에서 중앙시장 쪽으로 걸어가면 바로 눈에 보인다. 사실 4번 출구 앞에서 오른쪽으로 눈만 돌려봐도 순대집들이 보인다. 안쪽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좀 더 친근한 분위기의 순대 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송현시장과 중앙시장 등을 둘러보다가 배고플 때는 언제든 들어가서 순대를 맛볼 수 있다.
(이 지도 속에는 송현시장과 순대골목이 나온다. 냉면골목은 11시 방향으로 조금 더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