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천 중랑천 범람, 도로 산책로 등 침수 모습
최근 며칠 비가 많이 왔다. 사실 서울쪽에 폭우가 퍼부은 건 이삼일 정도였다.
그런데 경기도 쪽에는 꽤 많은 비가 와서 한강 상류 댐 수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모든 것이 몇 년만에 처음이라며 뉴스에 나오는데, 별다른 피해 없는 지역에 살다보니 체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지나는 길에 한강 구경을 해보았다.
두둥. 역시 눈으로 보니까 체감이 되는구만.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
한양대 바로 옆에 있는 성동교에서 바라본 중랑천 모습이다. 조금 아래 있는 서울숲에서 한강과 만나기 때문에 대강 한강이라고도 부른다.
뭔가를 하려고 쳐 놓은 천막이 물에 다 잠겨 있는게 가장 눈에 띈다. 그 다음에 서서히 저 나무들과 가로등 같은 것들도, 은근히 자연스럽게 물 속에 있지만, 원래는 저런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 인식된다.
가로등의 태양광 패널들도 물에 잠기고, 동부간선도로도 완전히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뭔가 원래 그런 것 처럼 잘 어울리는 듯 한 느낌도 든다.
물론 백 년 후의 모습을 미리 보는 디스토피아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도 "세상의 끝 같다", "종말이 온 것 같다"라는 말을 하면서 셋 중 하나는 브이자를 그리고 셀카를 찍었다. 아마도 핵폭발이 일어나도 셋 중 하나는 셀카를 찍을 듯 하다.
어마어마한 모습에 아무런 생각 없이 셔터만 누르다가 갑자기 든 생각은, 저거 나중에 다 어떻게 씻어내나 정도.
그리고 다리를 걸어서 건너가면서 보니까, 내부순환로와 간선도로가 모두 통제되면서 우회로로 차들이 진행하다보니 길이 엄청 막히더라. 하긴, 평소엔 저 도로가 항상 차들로 꽉꽉 차 있었는데, 그게 다 위로 올라왔으니 막힐 수 밖에.
21세기인데도 제트추진 같은 걸로 물을 바다로 빠르게 빼내는 기술 같은 것은 없단 말인가. 이런 주제에 무슨 우주여행이냐.
물이 범람하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서 다녀야 할 것 같은 21세기이지만, 현실은 아직도 침수되면 자동차 고장나는 시대. 근데 전기자동차가 침수되면 어찌 되는건가. 혹시 감전되는 건 아닌가.
다리를 건너와서 반대편에서 본 모습. 아까는 서쪽, 지금은 동쪽.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이 도로를 논으로 활용은 안 되겠지.
좀 초현실적 느낌이라 비슷한 사진을 연속으로 남겨봤다.
이제 한양대 바로 아래 살곶이길 방향으로 가본다. 저 너머엔 살곶이 체육공원이 있어서, 축구장, 야구장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도 다 물에 잠겼다.
한강변 자전거도로와 산책길로 내려가는 계단. 계단 중간쯤부터 이미 물이 찰랑찰랑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유람선 선착장인 줄 알겠다.
아마도 자전거길에 뭔가 알리려고 세워놓은 표지판인 듯 하다. 물이 저 정도 들어찼다.
살곶이길도 낮은 곳은 물이 찰랑찰랑하면서 조금 들어와있었다.
경찰차가 한 번 달려보더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쪽으로 내려오는 길도 차량 통행을 막았다.
대충 이 정도 보고, 마장동 쪽의 고산자교로 갔다. 이쪽은 중랑천보다도 더 작은 청계천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거의 실개천 비슷한 물이 쫄쫄 흐르는 곳인데, 산책로 내려가는 계단 끄트머리가 잠겨 있었다. 폭은 좁지만 산책하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 많은 곳인데, 길이 모두 물 속으로 사라졌다.
물에 잠긴 산책로가 형태만 대강 보인다. 기둥 윗쪽은 내부순환로. 평소에는 기둥 근처까지 내려가서 앉을 수 있다.
허허. 안 그래도 이쪽은 자전거길이 오래돼서 엉망이 돼 가고 있었는데, 이제 물 빠지면 거의 오프로드가 되는 건가.
이렇게 딱 찍어놓으면 처음 이 동네 온 사람이라면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인 줄 알 수도 있겠다. 마치 맹그로브 숲 같은 느낌도 든다.
윗쪽에서 천변 자전거길로 내려가는 길도 물에 잠겼다.
미국이라면 이런 상황에 수상스키나 카약 타는 사람도 나오지 않았을까.
이번엔 다리 반대편 방향.
차도가 아니고 자전거길이다. 아, 바로 이 밑에 따릉이 대여소가 있는데. 따릉이 다 어쩌냐.
동남아 몇몇 나라에서 맹그로브 숲이라며 자랑하는 곳 가보면 딱 이런 분위기다. 별 것 없다. 다 카메라 트릭이지 뭐.
무척 자연스러워. 하긴 물이 자연이니 물이 들어와서 자연스러워진 건가. 슬슬 지쳐서 집으로 간다.
놀이터를 잃고 망연자실하는 고양이.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하늘이 굉장히 맑았다는 것이다. 이래서 더더욱 초현실적인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