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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11.29) 1/6
    국내여행/부산 2007. 7. 2. 15:42
    시내버스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05. 11. 29 ~ 2005. 11. 30)
    1/6



    깜깜한 지하에서 사람들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봐야 하는 지하철보다

    창 밖으로 영화처럼 사람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버스가 좋다.

    물론 가만히 서 있기도 힘겨운 만원버스라면 지하철보다 힘든게 사실이지만,
    어느 늦은 오후 나즈막이 기운 태양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일 즈음
    흔들리는 버스 창 가에 기대 보면,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여행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평소에도 지하철보다 버스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여행을 떠날 때도 기차나 비행기보다는 버스를 택하는 편이다.

    일단 제일 싼 교통수단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사람 사는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과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그냥 내려도 된다는 점이 좋다.


    버스로 떠나는 여행을 즐기다보니 언젠가부터
    시내버스를 타고 가고 싶은 곳까지 가서,
    그 곳에서 또 다른 버스를 타고 또 어딘가로 떠나고 하는
    그런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른 한 사이트에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로 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진짜로 가능한지 검증 겸 체험 삼아 한 번 시도 해 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여행 정보들이 서울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내가 사는 부산을 출발점으로 해서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여행 정보를
    조사해서 축적 해 두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내용을 참고하면 될 것이고,
    반대로 서울에서 내려오려는 사람이라면 내가 참고한 사이트를 참고하기 바란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욕심이 앞서서 빡빡한 시간과 한정된 자금으로 시작했고,
    그래서 뭔가 구경을 하고 다니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냥 체험이나 실험 정도의
    일정이 되어 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다음 언젠가는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이번 시도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던 버스매니아 사이트와
    그 사이트에 여러 정보들을 공개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버스매니아 www.busmania.com)




    --- 첫째날 ---



    [부산대학앞 08:25 -> 노포동 버스터미널 08:45]
    (49-1, 800(교통카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부산대학교 근처라서
    출발점은 따로 정하지 않고 그냥 부산대학교 앞으로 정했다.

    떠나기 전까지 각종 자료 수집을 위해 준비한 시간은 이틀 정도.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루에 조금이라도 더 간다는 생각 때문에,
    출발하기 전날 밤은 거의 한 숨도 못 자고 뜬 눈으로 밤을 세웠다.

    불면증 때문에 못 잔 이유도 있지만,
    출발하기 바로 전까지도 이런 시도를 이런 때 할 필요가 있겠나 싶어 망설였다.
    서울에 도착해서 따로 할 일도 있는데 이렇게 피곤하게 가서 좋을게 있겠나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특별한 일이 있어야 서울 갈 일이 있지,
    여행이나 놀기 위해 가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어
    이왕 계획까지 다 짜 놓은 김에 이대로 출발하자는 결심을 굳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에서 부산대 정문까지 걸어서 몇 분 걸리진 않지만,
    빨리 첫 출발을 시작하기 위해 바로 버스 정류소로 갔다.
    정문 사진은 이후에 다시 부산에 돌아와서 찍은 사진이다.

    뜬 눈으로 밤을 세고 7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준비해서 나가니 8시.

    그리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얼마 있지 않아 도착한 버스도 출근시간답지 않게 한산한 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포동 버스터미널엔 많이 갔지만, 버스를 타고 가 보긴 처음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 바로 매표소로 연결되기 때문에 지하철이 편하기 때문.

    버스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주며 남산동의 비탈길을 오르내렸는데,
    등교하는 아이들과 지각해서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새삼 정겹게 느껴졌다.

    49-1 버스는 노포동 버스터미널이 종점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포동 버스터미널 08:50 -> 울산대 09:40]
    (1127, 1700(버스표))


    기장군이 부산시로 편입되기 전까지 노포동은 부산의 변두리였는데,
    버스터미널이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도 허허벌판이긴 하지만 그나마 버스터미널이라도 있고
    경륜장이라도 있어서 조금이나마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약간은 면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부산시에 편입 되긴 했지만 별다른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기장군은
    현재 땅 투기의 대상에서도 어느 정도 멀어진 상태.

    부산이 엄청나게 커지는 날이 올 때까지는 이름은 시지만
    실제론 시골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기장군이 편입되면서 이제 부산과 울산은 경계선 하나를 두고 딱 붙어 있다.
    즉, 부산 경계선을 넘으면 바로 울산이 되는 것이다.

    부산, 울산, 양산, 김해, 창원 등이 공동생활권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교류가 많은 지역이라 왔다갔다 하는 버스도 꽤 있는 편이다.

    그 중 1127번 버스는 노포동에서 울산으로 바로 가는 버스 노선.
    어떤 사람들은 이 버스는 시내버스가 아니라 직행버스라 말 하기도 하지만,
    일단 이름이 시내버스라 붙어 있으니 누가 뭐래도 시내버스인 것이 틀림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스 탈 때 현금으로 돈을 내면 1800원 이지만,
    터미널 앞 조그만 매표소에서 버스표를 사면 1700원이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즘 가면 울산대가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울산대 09:45 -> 모화 10:55]
    (402, 900)


    울산대에서 내리니 일 년 전에는 없던 건물이 하나 보인다.
    일 년 전에도 있었지만 내가 못 보고 지나친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대학교 안에 저렇게 큰 스포츠센터가 있다니 정말 놀랍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안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헬스장이나 수영장, 스쿼시 그런 것들이 있겠지?

    ...가만 생각해보니 나하곤 별 상관 없는 것들이다.
    놀랍긴 해도 별로 부럽진 않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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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을 하면서 전국 버스 중 울산 버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버스 차종이나 승차감 이런건 잘 모르니, 이런 것 때문은 아니다.

    울산 버스가 마음에 든 이유는 단 한가지.
    버스 앞, 운전석 윗쪽에 조그만 전광판이 있어서,
    평소엔 시간이 표시되다가 정류소 안내방송이 나올 때가 되면
    글자로 정류소 이름이 전광판에 표시 된다는 것.

    물론 음성으로 방송도 나오고, 전광판에 글자도 나온다.
    시각장애자든 청각장애자든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고,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듣고 있어도 내릴 곳을 알 수 있어서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국 어느 곳을 가도 버스 내부 안내방송은 모두 찌그러진 음성이다.

    스피커가 나쁜 건지, 녹음 상태가 나쁜 건지, 목소리 자체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항상 찌그러진 목소리로 안내방송이 나와서 처음 가는 곳에선
    어디가 어딘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안내방송이라도 제대로 켜 주면 다행이지만,
    라디오는 틀면서 안내방송은 꺼 놓는 경우가 많아 하차 지점을 놓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시끄럽지도 않고, 글자로 확실히 정류소 이름을 알 수 있는
    울산의 문자 안내 전광판은 정말 유용하다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 기계가 전국의 모든 버스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데,
    어디다 건의를 하면 좋을까?




    [모화 11:05 -> 경주고속버스터미널 11:50]
    (600, 1300)


    모화는 울산과 경주의 경계선 즘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행정구역 상으론 경주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모화까지 가는 중간중간에 마을이 있어서 버스가 운행되는 것 같은데,
    정작 종점인 모화는 황량한 곳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모화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을테지.

    솔직히 이런 곳을 알게 됐다 해도 별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뭔가 찾아낸 것 같은 느낌.
    세상 속에 감춰진 한 마을을 찾아낸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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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2번 버스 종점에서 내려 육교를 올라 길을 건넜다.
    길 건너편엔 버스 정류소가 있는데,
    여기서 600번 버스를 타면 경주 중심가로 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종점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운전기사 아저씨 왈, 경주 가는 사람은 종점 한 코스 전에 내린단다.
    그러면 육교 건널 필요 없이 내린 곳에서 바로 경주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어쩐지 한 코스 전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더라니...
    (종점 한 코스 전의 정류장은 태화방직이다.)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꽤 살고 있는 동네인가보다.
    또 의외로 이런 식으로 울산에서 경주로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긴, 이런 식으로 가면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면 울산에서 경주로 갈 수 있으니,
    굳이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것보다 편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정류소엔 큰 문제점이 있었다.
    큰 길 가에 있는데다가 주위에 아무 것도 없어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기다리는데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사실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니었는데 그날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11:50 -> 아화 12:22]
    (303, 1500)


    드디어 경주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경주역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시장이 있어서 간단히 밥 먹고 가기 좋은 곳이다.

    경주엔 불국사, 석굴암, 보문단지 등 볼거리, 놀거리가 많이 있으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부산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경주까지 1600원이면 되는데,
    시내버스로 왔더니 3900원이나 들었다.
    시작하기 전에도 짐작은 했지만, 결코 경제적인 여행 방법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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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일단 경주까지 가 보고 할 만 하면 계속하고,
    재미없거나 지겨우면 그냥 경주에서 놀다가 돌아 올 생각이었다.

    경주 가는 버스 안에서만 해도 경주 도착하면 점심 먹으면서
    계속 이 짓(!)을 할지 말지 생각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배가 고파서 더 버스를 타다간 멀미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 이제 밥 먹어야지!' 하고 버스를 내렸는데,
    경주에서 아화 가는 303번 버스가 내리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게 아닌가!

    아무 생각 없이 바로 올라 타 버렸다. ㅠ.ㅠ

    간밤에 잠을 못 잔 탓에 이젠 잠이 쏟아지고 머리가 멍해져서
    더 이상 이성적인 사고를 못 하게 됐나보다.

    타야 할 버스가 있으면 본능적으로 올라타 버리고 마는 상태가 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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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탔지? 배고파! 잠 와~!' 말고 다른 생각은 아무 것도 없는 무아지경(?).
    창 밖으로 펼쳐지는 마을과 논뚜러 밭뚜렁을 멍하니 보면서 또 종점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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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깐 버스 요금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면,
    요즘 웬만한 버스는 교통카드로 요금을 낼 수 있고,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현금을 내는 것보다 싸다 (보통은 그렇다).

    따라서 혹시나 이런 여행을 할 사람이라면 '마이비카드'를
    하나 장만하면 꽤 유용하게 쓸 수 있다. (www.mybi.co.kr)


    부산에서는 디지털 부산카드, 울산에서는 티지털 울산카드 등으로
    지역마다 이름과 디자인이 다르게 되어 나오는데,
    지역에 상관 없이 일단 마이비카드라는 표시가 있으면
    그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버스에서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즉, 부산에서 산 마이비카드를 울산이나 광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부산에서 일반 교통카드와 마이비카드는 다른 것이니 주의 바람.)
    물론 마이비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서울, 수도권, 강원도 등의 지역에서는
    카드 데는 곳에 열심히 마이비카드 갖다 데 봤자 소용 없다.

    내 경우는 부산에서 마이비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하나 구하는 게 좋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교통카드를 바꾸기 귀찮아서 그냥 현금 내고 다녔다.

    처음 출발할 때 교통카드 바꾸러 은행 가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출발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바꿔서 올 걸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현금 내고 버스를 타는데 만 원짜리 지폐를 내미는 것만큼 쑥스러운 일이 없다.
    그런데 이런 여행을 하다보니 만 원짜리 깨기 위해 가게에서 일부러 뭘 사는 것도
    일종의 낭비고, 그렇다고 만 원짜리 그냥 내기도 뭣 한 그런 상황이 자주 있었다.

    일단 카드를 사용하면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으니 편하게 다닐 수 있다.
    게다가 버스를 한 두번 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카드를 사용해서 한 번에 100원 씩만 아꼈어도 총 여비에서 약 2000원은 아낄 수 있었다.

    (굳이 말 안해도 알겠지만, 이천 원이면... 로또가 두 판이다. ㅡ.ㅡ;;;)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갈 일이 또 있으면 그 때는 꼭 마이비카드로 바꿀 생각이다.

    (마이비카드는 은행에서 오천 원 보증금을 줘야 구할 수 있다.
     쓸 일 없는 사람들은 다시 카드를 은행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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