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효과와 컴퓨터 그래픽만큼은 현란하고 멋있다, 정말 멋있다. 그런데 니콜라스 게이지는 너무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으려고 애 쓰고, 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카리스마는 고사하고 정체성도 찾지 못한 채 이렇다 할 변변한 공격 한 번 못 한 채 추풍낙엽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엄청 폼 잡는 바이크 라이더가 술, 담배는 전혀 입에 대지 않을 정도의 바른생활 사나이라니. 뭔가 어설프다.

악마에게 어쩔 수 없이 영혼을 팔게 되고, 그 악마가 찾아와서는 계약 이행을 요구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 사람, 정체성의 혼란이라든지, 인생에 대한 회의라든지, 선과 악에 대한 나름의 고찰이라든지, 정 아니면 '내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자포자기 심정의 나락으로 빠진다든지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역시, 술 담배를 하지 않으면, 악마에게 물려가도 저렇게 건전하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거구나. 금주, 금연 캠페인 영화로 손색이 없다!

원작 만화를 못 봐서 모르겠는데, 원작을 크게 바꿔놔서 만화 애호가들에게 원성을 받았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 원작에는 개인적인 고뇌의 모습들도 많이 있고, 내가 선인가 악인가 갈등하는 모습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못 봤으니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게 정상 아닐까. 영화가 너무 상식대로 구성 돼도 문제겠지만, 상식적이지 않게 짜여져 있어도 문제가 되는 거라는 걸 이번에 확실히 깨닫게 됐다.

극중 나이에 비해 많이 늙어 보이는 한 청년(?)이 열심히 오토바이 타면서, 허약한 악의 무리를 한 방에 소탕하는 와중에 애인도 챙긴다는 스토리. 그래픽은 멋있다. 주제는 악마에게 잡혀가도 술담배 안 하면 산다 라고 할 수 있을 듯.

(www.emptydream.net)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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