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폐쇄회로
    사진일기 2007. 12. 22. 05:5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두운 길을 돌아 숲으로 들어섭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겨울이 한껏 매달려 있습니다.
    눈 덮힌 하얀 사막 위에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꿈을 꿈니다.
    북쪽에서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송곳처럼 머릿속을 파고 들면
    그 꿈 또한 파르스름 빛나는 눈처럼 아스라히 사라집니다.
     
    바람에 불어온 낙엽 하나가 묻힐 곳 찾지 못해 세상을 배회할 때,
    저 멀리 화려한 불빛들이 뿌연 안개 속에서 따뜻하게 반짝반짝 빛 날 때,
    검은 호수 수면 위에 내 모습이 아둑시니처럼 비춰질 때,
    가끔은 사는 게 정말 너무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얼음나라 사람들은 눈물마저 얼어붙어 슬픈 일은 없습니다.
    다만 눈이 녹으면 온 대지에 눈물이 흘러 넘쳐 바다를 이룰 것을 걱정합니다.
    환한 빛이 비춰지는 당신의 나라에는 작은 꿈이 있어 희망을 잃을 일은 없습니다.
    다만 잠을 깨면 잃어버릴까 늘 깨어 있음에 고단함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색종이 곱게 뿌려놓은 밤하늘 별들은 아름다워도 다가갈 수 없고,
    이제껏 마중해 준 달님과도 작별해야 할 시간에 이르렀고,
    간밤에 잠을 설친 태양은 쉬이 어둠으로 찾아오는 까닭에
    세상 어느 곳 작은 그 한 몸 기대어 편히 쉴 곳 없음을 깨닫습니다.
     
    사라진 꿈은 다시 봄 눈 무지개처럼 아른아른 피어 오르고,
    남쪽에서 불어온 따뜻한 바람이 얼음으로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면
    밤 새 토한 핏덩이 위에 하얀 눈이 다시 쌓여 아무일도 없습니다.
    겨울이 주렁주렁 매달려 힘겨운 나뭇가지도 이젠 지쳤습니다.
    어두운 길을 돌아 집으로 가야합니다.

    '사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 달리자 달려 달려 달려라 하니 오빠 달려  (8) 2008.03.27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텐데  (6) 2008.03.26
    세상은 아름답고 사랑은 슬픕니다  (0) 2007.12.22
    Shivering Star  (2) 2007.12.19
    Art of Life  (2) 2007.11.09

    댓글

Copyright EMPTYDREAM All rights reserved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