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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라카의 첫 아침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0
    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4. 17:36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0


    멜라카의 첫 아침



    멜라카Melaka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유명하다.

    일찌감치 무역으로 번영하게 되어, 15세기 경에는 명나라에서 많은 중국인들이 이주해 왔다. 이 때 중국에서 이주해 온 남자와 말레이 여성이 혼인하여 후손을 낳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문화와 말레이 문화가 혼합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게 됐다. 이 문화 양식을 바바뇨냐라고 하고, 이 양식은 주택 구조나 요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멜라카의 집들은 겉에서 보면 폭이 아주 좁은데, 안으로 들어가면 길쭉하게 돼 있는 형태로, 안뜰이 있는 집들도 많다. 멜라카 차이나타운의 일부 호텔에서는 명나라 시대 때의 주택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들도 있어서, 숙박과 동시에 그 시대 주택 구조를 구경할 수 있는 경험을 즐길 수도 있다. 돈만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차이나타운을 한 바퀴 빙 돌면서 숙소 가격을 대충 알아봤는데, 결국은 차이나타운 내부나 그 근처에서 싼 숙소를 구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무작정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싸 들고 시내로 나갔다.


    바바하우스 내부 휴게실 모습. 낮이 되면 여행자들이 여기 모여서 막 떠든다. 중국인들이 포커를 치기도 하고. 이 집은 명나라 때 부터 있었던 집을 개조해서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그럼 이 집에 있는 거 하나만 들고 나와도 다 골동품인걸까. ㅡㅅㅡ;;; 어쨌든 가격이 착하지 않다. 명나라 때부터 비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호텔이라고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토스트 빵 두 조각과 커피 한 잔 (나는 마시지도 않는 커피 따위 ;ㅁ;). 안 먹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 혹은 속에 불만 지른 정도. 동남아시아에서도 말레이시아 같은 좀 사는 나라를 여행할 때면, 가난한 여행자란 감옥 속에 갇혀 세계를 바라보는 어정쩡한 형태가 아닐까 싶어 서글픈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싸게싸게 한 푼이라도 아끼면서 하나라도 더 보는 것 자체가 즐거울 수도 있고, 그것 자체가 여행의 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지치고 몸 아프면 만사 다 귀찮다. 그런 때는 정말 돈지랄 한 번 해 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럴 돈이 없다면 지지리 궁상으로 여행을 질질 끌고 나가야 하는 것.

    물론 가난한 여행이 좋지 않다고 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는 곳에 따라, 그 곳 물가에 따라 쓸 만큼은 써 줘야 여행이 즐거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돈이 없다면 물가 비싼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상책. 그래서 유럽은 백 년 후에나 갈 수 있을 거라는 결론. ㅡㅅㅡ?



    저 계단,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장정 네 명이 양 끝을 잡고 비틀었을까? ㅡㅅㅡ; 설마 저 계단도 명나라 때 있던 거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난 저 계단 절대 안 올라 갈 테다, 부숴지면 어떡해, 다치는 건 둘째치고 물어내라고 하면? ;ㅁ;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의 콘센트는 모두 이렇게 생겼다. 접압이 250볼트인 것 같던데, 대부분의 전자제품은 그 정도 전압에서도 사용 가능하니까 꽂아도 상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쓰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는 구멍 두 개 짜리인데, 저 콘센트는 구멍 세 개 짜리라는 것. 그냥 꽂으면 안 들어간다. 윗쪽에 접지용 구멍에 작대기같은 뭔가를 넣어 눌러줘야 한다. 무슨 말인지는 직접 해 보시면 알 듯.

    억지로 넣고 빼고 해서 충전하는 데 별 문제는 없지만, 잘 안 들어가고 잘 안 빠질 때가 많다. 안 그래도 더운데 플러그 뺀다고 땀 삐질 흘리는 기분은 참 상쾌할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하시든가. 그러니 미리 구멍 세 개 짜리 어댑터를 구해 가면 더욱 편할 듯.



    차이나타운에 있는 어떤 사원. 삐까번쩍하게 해 놨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라는 티가 팍팍 난다.

    어젯밤과 오늘 오전을 통털어서, 이 차이나타운에서 사진 찍으며 다니는 외국인 여행자는 저 사람이 처음이었다. 아아 얼마나 반갑든지. ㅠ.ㅠ



    사원 내부 모습. 어느 정도 들어가니까 경보음이 삑삑 울린다. 대체 문은 왜 열어 둔 건지.



    차이나타운은 대체로 이런 기념품들을 파는 집들이 즐비하다. 근데 그다지 멜라카를 갔다왔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만 한 기념품은 별로 없다. 쇼핑을 했다는 의미로써의 기념품이랄까. 모르겠다, 대체 이 기념품들을 뭘 기념하기 위한 기념품인지 알 수가 없다. 그냥 돈을 썼다는 증거품인 듯.



    외부에서 보이는 집 입구는 좁은데, 안쪽을 길쭉하게 되어 있는 것이 바바뇨냐식 가옥구조. 게다가 집 앞쪽에는 저렇게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잘만 다듬으면 행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텐데, 옆 집이랑 사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옆 집에서 못 넘어오게 울타리를 쳐 놓은 곳이 많아서 행인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

    대체로 행인들은 차도 끄트머리를 아슬아슬하게 걸어다녀야 하는 상황. 차이나타운 쪽은 그나마 차가 별로 안 다녀서 걸어다닐 만 한데, 시내 쪽은 차가 많이 다녀서 걷기 짜증 날 정도.

    차이나타운 뿐만이 아니라 멜라카 전체가 바바뇨냐 식 가옥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차이나타운을 가야만 이런 집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차이나타운이 상점들은 딱 네 부류다. 기념품 가게, 갤러리, 골동품 가게, 술(밥)집. 특히 골동품 가게는 참 뭐랄까, 허를 찌른달까. 내가 보기엔 그냥 쓰레기인데 골동품이라고 팔고 있다. 나뭇조각 하나라도 일단 골동품 가게에서 팔면 다 골동품이다라는 분위기. 그래도 안쪽 깊이 들어가면 재미있는 물건들도 있으니 구경 다닐 만 하다. 진짜 골동품일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낮에는 문을 잠궈놓은 곳이 많은 멜라카. 딱히 치안이 나쁜 곳도 아닌데 다들 보안 의식이 철저한가 보다. 이 집도 옆집과 사이가 안 좋은 듯. ㅡㅅㅡ;;;




    이 여행기에서는 별로 안 보이지만, 멜라카의 차이나타운에는 갤러리가 아주 많다. 어쩌면 다들 먹고 살 만 해서 놀기삼아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작풍은 대체로 비슷비슷해서 갤러리 구경은 별로 재미가 없다. 그런 와중에도 눈에 띄는 독특한 곳이 몇 군데 있긴 한데... 그림은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취향이니까 더 언급 안 하겠다.







    네덜란드 광장 앞쪽에서는 발굴이 한창이다. 뭔가 신기한 게 있나 싶어 기웃거려 봤지만, 내가 보고 있을 때는 유물같은 건 하나도 안 보였다. 그냥 땅만 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어쨌든 파고 있으니까 뭔가 나오겠지. 정 안되면 인디아나 존스라도 탄생하겠지. ㅡㅅㅡ;

    이 앞쪽에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 건물이 있는데, 무슨 포탑인지 요새인지 복원공사 때문에 운영하지 않고 있다. 복원 끝나면 다시 운영 할 지도.




    차이나타운에서 다리를 건너 시내 쪽으로 가는 길에는 스타더이스 Stadthuys라는 건물이 있다. 1650년 경에 네덜란드 총독의 공관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네덜란드 양식의 건물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멜라카 역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멜라카 떠날 때까지도 스타더스트 건물이라고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스타더이스란다. 그냥 한 번 슥 보고는, 네덜란드 양식이라는 거 별거 없구나 하고 그냥 지나쳐버린 곳.

    이 사진은 스타더이스 옆 모습 조금인데, 사진 중앙에 보이는 입구는 세인트 폴 교회로 올라가는 입구다.



    네덜란드 양식 이래요~ 아, 이제 네덜란드 안 가 봐도 되는 건가~ ㅡㅅㅡ/



    멜라카 중심가에는 멜라카에서 볼 만 한 것들이 세트로 모여 있다. 그러니까 사실은 멜라카는 하루만 해도 충분히 볼 거 다 볼 수 있는 곳. 광장에는 옛날에 운행하던 기차도 있고, 저 너머에는 비행기도 전시되어 있다.

    저 기차가 '철마는 쉬고 싶다'라고 외치는 게 들리는가. 그래서 나도 쉬고 싶었던 것 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 없었으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바로 멜라카. 좀 아이러니하지만 그건 어쨌거나 나만의 느낌.



    오래된 나무에는 주렁주렁 조명을 메달아 놓고, 밤이면 초록색 조명등을 비춰서 나뭇잎의 초록색을 강조해서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아마 그것 때문에 멜라카의 나무들은 야행성으로 변해버리지 않았을까.



    말라카 술탄 펠리스 입구. 말라카 왕국의 건축양식으로 복원된 건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입장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패스.

    멜라카에는 '트라이쇼'라고 부르는 관광객용 자전거가 다닌다. 인도의 사이클 릭샤라고 생각하면 된다. 승객이 타는 곳이 운전석 옆에 위치한 것이 많고, 운전석 뒷부분에 위치한 것도 있다.

    트라이쇼는 대체로 걸어다녀도 될 만 한 곳들을 한 바퀴 빙 도는데, 가격은 거리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5분에 10링깃 정도로 비싼 편이다. 기념삼아 한 번 즘 타 보는 것도 좋을 듯. 시야가 달라지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수도 있으니까.

    참고로 트라이쇼 운전사들이 호객행위를 많이 하는데, 여기도 갈 수 있고, 저기도 갈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막 장황하게 연설을 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말 한 곳들을 트라이쇼를 타고 다 가 보려면 요금이 엄청나다. 과장 좀 해서, 차라리 자전거 하나 사는 게 나을 정도. ㅡㅅㅡ;



    독립기념관 혹은 독립선언기념관. 옛날에는 영국인들의 사교장이었다고 한다. 무료지만 관심 없어서 패스. ㅡㅅㅡ;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자주 언급되는 그 쇼핑몰. 물론 멜라카에 쇼핑몰이 이것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만, 숙소도 이 주변에 밀집해 있고, 구경할 것들도 이 주변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가장 큰 용도는 낮에 땡볕에 지친 몸을 에어컨으로 식히러 들어가는 것. 딱히 앉을 곳이 없긴 하지만, 여행자니깐 그냥 바닥에 앉으면 된다. ㅡㅅㅡ/

    오른쪽에 보이는 조그만 문 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서 쭉 올라가면, 독립기념관도 나오고, 스타더이스도 나오고, 민속박물관도 나오고 전부 다 나온다. 그렇게 길 따라 쭉 가다가 강 건너면 바로 차이나타운.

    멜라카는 아무래도 흐느적흐느적 게으르게 쉬면서 심심하면 박물관 하나 보러 가는 그런 조그맣고 조용한 타운. 물론 어떤 때는 단체관광객들이 몰려와서 잠깐 시끄러울 때도 있지만, 그런 관광객들은 기껏해야 하루 정도 머물기 때문에 멜라카는 그리 시끄러울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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