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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앙짠에서 왕위앙으로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3
    해외여행/동남아 2008 2008. 12. 25. 04:40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3

    위앙짠에서 왕위앙으로


    왜 그런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하고 멍했다. 지난 밤에 버스에서 하룻밤을 보냈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것만은 아닌 듯 했다. 이런 여행이 과연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 난 이런 여행에서 과연 최소한의 위안이라도 받고 있는건가라는 질문. 그리고, 지겹도록 한 번 여행 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램. 아직 끝 나려면 멀은 여정에서 벌써부터 일상으로의 복귀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면, 내겐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두려움.

    아무리 긴 여행이라 할 지라도 결국은 떠나왔던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내 목을 겨눈 칼날같이 퍼르스름하게 항상 눈 앞에 번쩍이고 있다는 중압감. 이제 나는, 여행이 자신을 찾아 떠나는 길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여행 후에 변화된 나와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아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지 않는 이상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 후엔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시 보인다는 것도 그만큼 세상과 더욱 멀어졌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것도 안다.

    모든 걸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날 갑자기, 어느 먼 나라, 의미 없는 길거리를 방황하면서.


    여행에서 때때로 길동무가 있으면 단지 외로움을 던다는 의미보다 더욱 도움이 된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동행을 만들지 못 했다. 아니 사실은, 의도적으로 철저히 가로막았다. 무언가 배우기에도 이미 너무 지쳐버려서 다만 혼자 조용히 길을 걷고 싶었다.


    위앙짠 어느 길거리에서 나무를 실처럼 꿰어 만든 그릇들을 파는 상인. 때마침 외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버스가 그 앞에 와서 섰고, 사람들은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어떤이의 일상이 어떤이의 여행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장사치는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했다.


    어느 열심히 일 하는 사무실. 표지판에 쓰여진 일 하는 시간을 잘 보시라~ 저렇게 일 하면 참 행복할텐데.


    라오스 어디에서나 오토바이를 빌려서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히 마을 안쪽이나 마을 근처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장거리로 이동하는 여행자들도 볼 수 있었다. 나도 다음에는 오토바이 여행을 해 보려고 생각중.


    조마카페에서 먹었던 치즈케익. 한국에서도 카페같은 데서 치즈케익이나 티라미슈를 자주 먹는데, 이 카페의 치즈케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라오스에서 여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는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파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길에 내놓고 파는 사람도 많지만, 가게를 갤러리로 꾸며서 파는 곳도 많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그림풍이나 소재들이 다들 비슷비슷하다는 것.


    길거리. 그냥 길거리. 웨스턴 유니언은 정말 아무런 대책 없을 때 환전하러 가는 곳.


    라오스에도 툭툭이 있고, 썽태우도 있다. 어느나라를 가도 이런 운송수단에 관련된 사람들은 좀 험한 편이다.


    빛으로부터 나를 지켜줘요, 수호신. 세상엔 너무나 많은 빛들이 있고, 그 중 대부분은 거짓의 불들이야. 차라리 난 어둠이 좋겠어. 쉬게 해 줘요, 수호신!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 저 위로 올라가면 저기 먼 하늘 위에 전망대가... 있을리는 없다.


    위앙짠을 대충 한 바퀴 돌아보고는 오후 2시에 왕위안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왕위안 가는 VIP 버스는 60,000 낍.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티켓을 끊었는데, 달러도 받는다고 하길래 7달러를 냈다. 1달러가 8,550낍이니까 달러로 내는 게 더 이익이었기 때문.

    VIP버스가 겉모습이 깨끗하고, 로컬버스보다 더 좋아보이길래 이걸 선택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속력이 너무 느렸다. 중국이나 태국 같은 데서 쓰다가 낡은 버스를 들여와서 그런 것 같았다. 그나마 길 가다가 퍼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


    버스 타고 가면서 본 라오스의 자연 모습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게 느껴졌다. 논밭이 펼쳐져 있고, 낮은 산들이 멀리 보이는 형태. 그리고 버스는 산 사이로 구불구불 나 있는 길을 느릿느릿 흘러간다.


    왕위앙(Vang Vieng, 방비엥)에 도착하니 6시. 오후 6시 일 뿐인데 해가 지니까 동네가 깜깜했다. 동네가 아주 작은 데다가 불빛이 별로 없어서 해만 지면 깜깜해진다. 깜깜하니까 하늘의 별은 많이 보여서 좋았다.


    왕위앙에서 숙소 구하려고 길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어느 식당. 한국어로 칼국수라고 적혀 있길래 다짜고짜 들어가서 칼국수를 시켰더니,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칼국수가 나왔다. 파인애플 쉐이크도 맛있었고, 다른 식당들보다 값도 조금 싼 편이라 더욱 좋았다.


    왕위앙에는 이런 식으로 평상 위에 밥상을 펴 놓은 식당이 많다. 낮에 여행자들은 이런 곳에 누워서 맥주나 음료 시켜서는 티비나 비디오를 본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카페나 술집, 밥집 등이 진을 치고 있다. 주로 서양인들 입맛에 맞는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돼 있고, 라오스 음식을 비롯한 동남아 음식들도 판매한다. 하지만 가격은 비싼 편. 동네 바깥쪽으로 나가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위앙짠에서 타고 온 버스는 어느 게스트하우스 앞마당에 승객들을 모두 내려주었다. 이미 해가 져서 깜깜한 밤이었기때문에, 대부분의 승객들은 그냥 버스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그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아마도 모종의 관계가 있을테지. 대개 저런 곳은 비싸기 마련이라, 나는 애써 멀리 숙소를 따로 잡았다.

    강 근처까지 가서 푸반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에 묵었는데, 팬 싱글룸이 하룻밤에 40,000 낍(약 5달러). 나무로 지어진 숙소인데다가 강에서 밤 늦도록 노는 사람들이 많아서, 옆방 소리가 다 들리고, 강에서 노는 사람들 소리 다 들리고, 방이 좁고, 허름하고, 이불이나 시트가 낡았다는 것 말고는 크게 나쁜 점은 없었다. ㅡㅅㅡ; 아, 체크아웃이 오전 11시라는 게 흠. 시간 어기면 벌금 내야된다.


    라오스에 밤이 내리면, 길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로띠 장사. 특히 왕위앙에는 로띠 장사를 비롯한 각종 노점상들이 참 많다. 로띠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그 안에 바나나나 달걀같은 것을 넣고 굽는 일쪽의 바나나 떡찜(?). ㅡㅅㅡ;

    굽고 나서 초컬릿 시럽이나 흑설탕, 기타 등등의 뭔가 알 수 없는 것들을 뿌려서 먹을거냐라고 묻는데, 그냥 다 뿌려 달라고 하면 맛있는 로띠가 나온다. 물론 굉장히 달지만, 간식으로 먹기에 정말 좋다. 아마 칼로리는 엄청날 듯.


    라오스 돈. 가장 큰 돈이 50,000 낍 짜리 지폐였다. 100달러 환전하면 855,000 낍이니까, 돈을 한 뭉치 받게 된다. 돈 단위가 커서 뭔가 많아 보이지만, 사실 천 단위 아래로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천은 떼고 생각하는 게 낫다.

    실제로 흥정 할 때도, ten 하면 10,000을 뜻하고, seventeen 하면 17,000 낍을 뜻한다. 만 단위로 계산하는 한국 사람들은 좀 헷깔릴 수 있는 부분. 라오스어도 서양처럼 천 단위로 숫자를 센다. 즉, 천은 판, 십은 씹. 그래서 10,000 은 씹판. 이런 식이다 (라오스어와 태국어는 거의 비슷하다. 태국어로 숫자 셀 수 있으면 라오스에서도 흥정 할 수 있다).

    환전이나 거스름 돈 줄 때, 100 단위는 아예 무시하고 안 준다. 슬슬 500 낍 짜리 지폐도 잘 안 쓰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환전할 때 500 낍도 지폐가 없다고 안 주는 상황. 이러면 곧 10만 낍 짜리 지폐도 나올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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