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동남아 삽질 여행 39 1/2

루앙프라방 동네구경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숙소를 바꿨다. 그냥 있으면 토니 게스트하우스의 돈 독 오른 청년이 또 환전하라는 둥 귀찮게 할까봐 일어나자마자 튀어나갔다.

숙소는 어젯밤에 동네구경하면서 봐 둔 곳으로 옮겼는데, 칸 강(Nam Khan) 근처에 있는 깨끗한 숙소였다. 이름이 Mao Pha Shok 게스트하우스였는데, 간판같은 게 없어서 처음엔 숙박업소가 맞는지 긴가민가해서 우물쭈물했었다. 가격은 70,000 낍으로, 전날 묵었던 숙소보다는 비쌌지만, 주인이 정직해보여서 옮기기로 결정했던 것.


여행하다보면 대체로 숙소 시설과 주인의 친절도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깨끗하고 좋은 시설은 주인이 불친절 한 경우가 많고, 반대로 주인이 친절한 경우엔 시설이 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잘 절충해서 선택하는 수 밖에 없다.

루앙프라방에서는 메콩 강 근처는 숙소가 좀 비싼 편이고, 칸 강 근처는 그나마 가격이 괜찮은 편이다. 메리 게스트하우스와 콜드 리버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그 쪽 동네가 적당히 괜찮은 편.


체크인을 하면서 동시에 루앙남타(Luang Namtha) 가는 버스표도 예매했다. 가격은 120,000 낍(약 15달러). 숙소 주인이 말하기를, 직접 가서 끊으면 110,000 낍인데, 자기한테 사면 수고비로 10,000 낍을 받는다고 했다. 자기도 시간 들여서 가서 끊어야 하고, 오토바이 기름값도 든다고. 물론 직접 가서 끊으면 더 싸지만, 왕복 차비만 20,000 낍 정도가 드니까, 자기한테 하는 게 서로 이익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 주인장이 신뢰가 갔던 것은, 그런 사항을 세세하게 일일이 다 설명 해 줬기 때문이다. 대충 그냥 수고비 받는다고 말 하고 넘어가도 되는 거지만, 왜 그 수고비를 받는지, 원가는 얼마인지, 직접 가서 끊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만약 집접 가서 끊는다면 아는 썽태우 기사를 불러서 9,000낍에 가게 해 줄 수는 있다든지, 그런 것들을 조목조목 다 설명 해 주는 그 세심함에 신뢰가 갔던 거였다. 사람의 신뢰를 얻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오히려 내가 배울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어를 잘 못 해서 일어로 설명 해 줬다는 거. 물론 일어 못하는 사람들에겐 어설프게 영어로 설명 해 주는데, 그러면 말이 좀 짧아진다. 라오스 사람이지만 일본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새로 옮긴 숙소는 조금 비싸긴했지만, 주인장이 마음에 들어서 만족하며 동네 구경을 나설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나오는 사진들은 루앙프라방의 동네 구경. 루앙프라방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마을인 만큼 사원 구경이 주가 되는 곳이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사는 모습들을 구경해보았다. 경주를 가도 불국사나 석굴암, 첨성대 구경보다는, 손짜장 가게가 몇 개나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두는 성향이라서. ㅡㅅㅡ;;;


루앙프라방에 있는 적십자 건물(?). 여기 적십자에서는 발 마사지도 해 준다. 발 마사지 해 준다는 광고판이 큼직하게 걸려 있었다. 하긴 발 마사지도 건강을 위한 거니까, 적십자에서 해도 그리 이상할 건 없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이상한 느낌. 하긴 뭐,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이종격투기도 보여주는걸.


횡단보도 표지판을 한 번 보시라. 저런 표지판 혹시 본 적 있는가? 대체로 표지판의 사람 형상은 중성을 표시하는 듯 하면서도 남자에 가깝다. 그런데 라오스의 횡단보도 표지판은 아예 그냥 여자를 딱 그려놨다. 혹시 라오스는 여성들이 더 힘이 센 나라일까? 아니면 단순히 여성을 더 보호하기 위한 장치일까? 아니면 여자들만 횡단보도 지키라는 의미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미스테리. 이건 라오스 교통국에 가서 물어봐야할까보다.


루앙프라방은 거의 집집마다 꽃이나 화초를 키우고 있었다. 그래서 사원과 허름한 집과 식물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마을이었다. 화분들도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화분이 아니라 왠지 정이 가는 나무나 도기 화분들.


졸고 있는 고양이. 보통 고양이들은 이 정도로 가까이에서 찍으면 깨서 도망가야 하지 않나? ㅡㅅㅡ;


기타 연주를 들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간혹 기타를 메고 여행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는데, 서양인들이 그런 짓을 잘 한다. 아무래도 체력이 있으니까 커다란 기타를 가지고도 여행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경치 좋은 곳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여행이 좀 더 기품있고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그 무거운 걸 메고 땀 뻘뻘 흘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낭만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가게도 예뻐서 찍어봤음.


화분, 화분들. 마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초록이 우거진 숲이 나오는데, 왜 또 저렇게 화분에 식물들을 키우는 걸까. 소유 할 수 없는 것과, 소유 한 것의 차이인걸까. 하긴, 은행에 돈이 많아도 내 통장에 있는 돈이 아니면 아무 쓸모 없는 거니까.


루앙프라방에 단 하나뿐인 경찰서. 내가 알기로는 정말 이 동네에는 경찰서가 이것 하나 뿐이다. 안에는 사람이 있지만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경찰 모습은 딱 한 번 밖에 못 봤다. 루앙프라방에서 귀하신 분이 차를 타고 길을 지나갔는데, 그 때 잠깐 나와서 사람들 통행 막는 모습. 그 때 말고는 경찰 제복 입은 사람도 하나 못 봤다. 라오스 경찰들은 모두 사복경찰인걸까.


마을 구석구석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사원들. 길 가다보면 조그만 사원들도 막 나오고 하는데, 대부분이 문도 그냥 열려있고, 아무나 들어가도 되는 분위기라서 공원 드나들듯 드나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원들도 모두 승려들이 안에서 수양하고 있는 곳이니까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


휴일이라 문 닫은 어느 환전소 모습. 여기는 여행자거리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서 이렇지만, 항상 여행자들로 붐비는 씨싸왕웡 거리에서는 휴일에도 쉽게 환전 할 수 있다. 

휴일이든 평일이든, 해 질 녘에는 문 닫고 영업 종료하기 때문에 해 떠 있을 때 가야한다. 그래도 씨싸왕웡에서는 밤 늦게까지 환전을 해 주는 환전소도 있는데, 그런 환전소는 당연히 환율이 안 좋다. 어떤 환전소는 여행자수표(T/C)는 5% 정도의 수수료를 받기도 하기 때문에, 여행자수표는 미리 물어보고 환전하도록 하자.

여행자수표가 더 편하고 위험도 적다는 식의 환상의 포장지에 대해 할 말은 많은데, 귀찮으니까 다들 아실거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겠다. 현금보다 별로 나을 거 없다는 거 다 알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나 같으면 여행자수표를 가지고 가느니 신용카드를 들고 가겠다.


길 가 허스름한 가게에서 밥 시켜놓고 기다리면서 본 모습.


라오스도 그렇고, 태국도 그렇고, 웬만 한 음식점에서는 음식에 뿌리는 소스를 세 개 이상 준비해 놓는다. 거리의 노점도 마찬가지다. 종류는 대충 칠리 소스, 오징어 소스 같은 것들. 그리고 고추기름이나 소금 같은 것들도 거의 대부분 놓여 있다. 하나씩 숟가락에 덜어서 조금씩 맛 보면, 입맛에 맞는 소스를 찾을 수 있다. 쌀국수나 볶음밥도 그냥 나오는대로 먹어도 되지만, 소스나 향신료를 뿌려서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8,000 낍 (약 1달러)짜리 쌀국수. 라오스 그 어느 곳보다 제대로 나온 쌀국수. 태국 북부나 라오스 북부 쪽 사람들은 쌀국수를 시켜서는, 쌀국수보다는 함께 나온 풀을 더 맛있게 먹는다. 풀을 쌀국수 국물에 찍어서 소처럼(ㅡㅅㅡ;) 씹어 먹는데, 거의 남기지 않고 싹 비워 먹는다. 풀이 그렇게 맛있나보다. 아마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은 살 찐 사람이 별로 없는지도 모른다.


라오스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재밌는 건, 새 자전거와 중고 오토바이 가격이 비슷하다는 것. 한국도 그런가...?


만두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혹시나하고 사 먹어 봤지만, 역시나 그냥 찐빵. 안에 아무것도 안 든 밍밍한 찐빵. 근데 배는 부르다. 맛 없는 거 먹고 배 부른 게 제일 싫다! ;ㅁ;


창의 대화. 검은 창이 말 했어요. "아, 햇살이 정말 따뜻하구나". 그러자 파란 창이 말 했어요. "난 그늘이다 이놈아". 밝음과 어둠, 기쁨과 슬픔은 항상 한 끗 차이.


자전거, 오토바이, 썽태우. 라오스의 주요 교통수단이 다 모였음.


루앙프라방에서는 수공예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무로 짠 밥그릇에 갓 나온 따끈따끈한 찰밥을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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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라베라 2009.10.30 1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너무 익숙한 루앙프라방 풍경이네요. 밥 기다리면서 보였다는 맞은편 건물에서 전 숙박도 했었답니다.(아마 맞을거에요. 적십자 근처?) 미쳤지... 딱 하루만 잤어요 ㅎㅎ 루앙프라방의 닭쌀국수가 참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