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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로 춤을 추고 싶다면
    사진일기 2009. 1. 21. 01:16

    그들은 춤을 추었어. 초록빛 하얀색, 노랑빛 하얀색, 빨강빛 하얀색, 보랏빛 하얀색, 알록달록 하얀색 빛깔들을 반짝이며 곱게곱게 사뿐사뿐 발을 옮기며 하늘로 날아갈 듯 날아갈 듯 아스라이 옷자락을 휘날렸지. 그래 그들은 춤을 추고 있었어. 지난 밤 난 분명히 그들의 모습을 보았지. 그 중 누군가가 내게 손짓을 하기도 했어. 아, 나도 어울릴 수 있는 거구나.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였지.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 그래 그 곳은 내가 속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거든. '얼음이 깨 질까봐'라고 애써 변명을 늘어놓지만, 사실 그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 이미 알고 있잖아. 어쩌면 내일 다시 반복할 일상이 걱정되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내일 입고 나가야 할 옷이 더럽혀질까봐 걱정되었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춤에 지쳐 쓰러지면 어쩌나 두려웠는지도 모르지. 그래, 그렇게 그들의 웃음을 등 뒤로 넘기고 묵묵히 무거운 집으로 가길 바래, 그럼 그렇게 해. 하지만 다시는 그런 때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야. 너털너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알아차렸어, 이 길도 똑같은 살얼음 판이라는 것을! 어쩌면 이리도 어리석을까. 어차피 똑같은 바닥이었는데 나는,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은 꺼지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고, 내가 딛지 못했던 곳은 위태로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던거야. 어찌나 어리석은지, 어찌나 어리석은지. 외로운 빈 방 이불을 덮어쓰고 싸늘한 시체처럼 잠을 맞으며 중얼거렸지. 그러니까, 그러니까, 정말로 춤을 추고 싶다면 인생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걸 내던질 필요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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