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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이봐, 사는 게 답답하고, 짜증나고, 슬프고, 막막하고, 기운도 없고, 현기증이 날 정도라면 말야, 일단 먹자, 먹고 보는 거야.


이태원을 찾아갔어. 아랍 전통 과자와 터키식 디저트들이 잔뜩 놓여 있었어. 선뜻 집어 먹기 두려운 것들을 한 무더기 집어 봤지. 어차피 하루하루가 모험이잖아. 나를 스쳐간 사람들도 모두 각양각색의 맛들을 가지고 있었어. 때로는 쉽게 잊지 못해서 아직도 가끔씩 생각 날 정도로 달콤한 사람도 있었는가 하면, 가끔 떠오를 때마다 치를 떨게 만드는 쉰내 풀풀 풍기는 고약한 맛도 있었지. 그래, 그들을 생각하면 잘근잘근 씹는거야. 가끔은 그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아 참, 너무너무 달콤한 맛도 사양. 그 아찔한 달콤함에 모든 입맛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주의. 밍숭맹숭한 듯 하면서도 곰곰히 음미하면 형언할 수 없는 깊은 맛이 느껴지면 좋아. 너무 강한 향기는 쉽게 지쳐버리거든. 밋밋하면서도 솔직 담백한, 볼 품 없으면서도 특유의 색깔을 띄는,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맞닥드리면 피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 좋아.


그리고 때로는 새콤하게, 때로는 달콤하게, 냉탕 온탕을 반복하며 들어가듯 아릿한 자극으로 감각을 깨워줄 필요도 있지. 가끔, 아주 가끔은 말야, 독도 생기를 불어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구. 그러니까 먹자, 일단 먹자. 나중은 나중 일. 때로는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아, 정말 많이 처먹었다' 싶을 때 느낄 수 있을 거야, 세상 한 구석에는 아직도, 너무너무 작은 부분일지라도, 아름다운 구석이 남아있긴 하구나라는 것을. 
 
평범하게 굴러가는 일상의 하루 중 어느 날, 느닷없이 문득 새로운 음식들 시도하기. 예쁜 것만 먹기, 관심 가는 것만 먹기, 끌리는 건 망설이지 말고 한 입 베어 물어보기. 하지만 억지로 먹지 않기, 이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버리기, 배가 부르다면 일단 싸 들고 다니면서 천천히 걸으면서 자근자근 씹어보기. 눈치보지 말기, 신경쓰지 말기. 세상 모든 음식들이 나를 위해 그 자리에 놓여 있는 하루라고 생각해 보기. 가끔은 그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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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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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이~♬ 2009.02.03 14: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늘 배부른 돼지인거 같아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