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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피랑 벽화를 위한 안내서 4/4
    국내여행/경상도 2010. 5. 25. 21:22





    사진에 보이는 '동피랑2길'은 동피랑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구판장 안쪽, 어린왕자가 그려진 모퉁이로 좁은 골목길이 있는데, 그곳으로 쭉 걸어가면 바로 이쪽 길로 나올 수 있다. 처음가면 조금 낯설어서 당황스러울 수는 있지만, 복잡하지는 않기 때문에 헤맬 걱정은 없다.



    동피랑 벽화골목 하면, 사람들은 주로 구판장 쪽으로 쭉 이어진 그 좁은 골목길만을 떠올린다. 사실 여태까지는 벽화가 그 쪽 밖에 없어서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벽화전을 계기로, 동피랑 뒤편, 아래동네 쪽에도 벽화가 많이 생겼다. 생긴지 얼마 안 된 탓에 아직 표지판 같은 것도 없고, 여기 벽화가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 그래서 애써 동피랑을 찾아 갔는데, 이 쪽 부분은 하나도 못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꽤 있다 (바로 내 주변에도 있었다).

    이제 동피랑 벽화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중앙시장으로 통하는 길 말고도, 그 반대편 쪽에도 꽤 생겼다. 그러니 이 사실 널리 알려 주시기 바란다.









    사실 이 쪽 벽들은 상태가 양호한 편이긴 했지만, 워낙 길고 넓어서 벽화를 그리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보니 이 쪽은 주로 전문가들이 하나씩 맡아서 작업을 하는 곳이 돼 버렸다.

    이번 벽화전을 진행할 때만 해도, 이 쪽 길에 벽화가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쪽으로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가끔 마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주차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지나는 사람들이 들렀을 뿐. 주말에 동피랑 꼭대기가 사람들로 바글바글할 때도 우리는 동네 강아지랑 놀았을 정도다. 뭐 딱히 좋다, 나쁘다 할 만 한 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외로웠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ㅁ;). 



    '까마귀 음표'와 '종이컵 통신'은 모두 각각 벽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팀들이 그렸다 (제목은 내 마음대로 쓴 것임).

    두 팀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이점을 보였다. 까마귀 음표는 모든 시안을 종이에 그려서 색깔까지 미리 정해와서 그것을 그대로 벽에 옮겼다. 반면 종이컵 통신은 구상만 해 와서 거의 즉흥적으로 내용들을 채워갔다.

    작업 방식의 차이만큼, 작품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차이가 났다. 종이컵 통신은 주로 구경 온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리고 종이컵 통신은 마을 사람들이 글자 한자한자 읽어가며 내용을 음미하는 쪽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특히 종이컵통신은, 이 벽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집 주인 아저씨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벽화 내용 중 '이 집 강아지 성깔 있어요'라는 문구가 있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여러분도 이해 안 되나? 나도 이해 안 된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어쩔 수 없다. ㅡㅅㅡ;

    그런걸 보면, 마을 주민들을 감동시키는 것은 꼭 화려하고 예쁜 그림이 아닌 듯 하다. 벽화에 자기 집 강아지를 언급해 줬다는 이유만으로 그 벽화를 좋아하고, 칭찬하고, 나아가서는 동네 사람들 전체에게 이번 벽화전을 칭찬하셨으니 말이다.

    한번은 저녁에 길 가던 주민분이 이번 벽화전에 대해 조금 안 좋은 말을 했는데, 그걸 이 주인집 아저씨가 들으시고는 노발대발 하셔서 싸움이 날 뻔 했을 정도다. 이 사람들이 고생해서 우리 마을 예쁘게 해 주는데, 너는 뭐 하는 게 있다고 그 따위 소리를 하냐면서 말이다. 그런걸 보면 소통이나 공감이라는 것, 참 별 거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이것은 어느 대단하신 분이 그린 벽화다. 아는 사람은 이미 다들 아는 그 분. 바로 나다. ㅡㅅㅡV
    이 벽화에 대한 설명은 이미 예전에 해 놓은 게 있으니 그냥 그 글을 링크 시키겠다.

    통영 동피랑에서 벽화를 그렸어요



    사실 이 벽화 자체의 의미도 의미지만, 여기에 자리를 잡고 벽화를 그리겠다 마음 먹었을 때 좀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미리 준비해간 시안은 그냥 단순한 꽃 그림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꽃 그림이 의외로 많아서 좀 식상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이 쪽 동네는 또 저쪽과는 뭔가 다른 심상치 않은 공기(?)가 맴돌고 있어서, 내가 꽃그림을 그렸다가는 뭔가 혼자 붕 뜨는 느낌을 주는 벽화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양 옆쪽 벽화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형태를 찾아낸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어쨌든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인 조화를 맞추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 그리다가 스카웃 제의를 세 번 받았다. 두 개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분간이 안 갔지만, 하나는 아주 진심이었는데, 돈 받고 그리는 거면 와서 그려 달라는 제의였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서 매정하게(?) 제의를 뿌리쳤는데, 생각해보면 참 후회스러운 일이다. 그걸 계기로 나도 통영에 눌러 살 것을. ㅠ.ㅠ









    뭔가 기하학적이면서도 추상적인 형태를 하고 있는 듯 한 이 벽화는, '백김치'라는 팀 이름의 서양인 두 명이 그린 그림이다. 내 바로 옆에서 거의 매일 마주치며, 벽화전 끝날 때까지 만났던 팀이다. 둘 다 미국인이었는지, 한 명은 캐나다인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름은 애덤과 터커였다. 둘은 통영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이이고, 둘 다 통영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 

    확실히 그림체나 색깔 면에서 다른 벽화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이 벽화는, 통영의 미래를 그린 것이라 한다. 통영과 주변의 섬들로 구성된 모습을 그렸고, 그 위에 보이는 건축물처럼 보이는 것들은 각자 알아서 상상하라고 했다 (이왕이면 다 알려 줄 것이지, 췟).

    스머프 마을 같기도 하고, 핵전쟁 후의 모습 같기도 하고, 친환경적인 생태도시의 모습 같기도 한데, 구체적인 것은 제작자들의 말대로 여러분들이 직접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사실 이번 벽화전에서는 각종 방송사와 신문사 등에서 취재를 많이 나왔는데, 이들은 그런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잘 응해줘서 이번에 매스컴을 많이 타기도 했다.

    서울 같은 복잡한 곳에 왜 가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에 머물 동안은 계속 통영에서 살겠다는 애덤과 터커. 수시로 그들을 찾아온 친구들로 북적거려서 나에게 상대적 외로움을 느끼게 해 줬지만, 게다가 미모의 약혼녀가 수시로 찾아오게 하는 만행도 저질렀지만, 그래도 이번 벽화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다.

    비록 내가 사람에게 무심한 타입이라 이메일 주소조차 주고받지 않았지만 (어쩔 거야 원래 이런데. 꼬우면 울엄마한테 따지든지),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통영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이 팀은 이번 벽화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이쪽 벽은 벽화전 내내 비어있었다. 벽화전이 끝나갈 무렵에야 바다해설사 팀과 아는 분이, 어떤 미지의 이유로 불려와서 큰 벽 하나를 혼자 다 맡게 됐다.

    분량도 꽤 많은데 뒤늦게 작업을 시작한 탓에, 벽화전 끝나고 나서도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아직 반도 완성되지 못 한 상태의 그림만 보고 왔다. 여기는 직접 가셔서 눈으로 확인하시기 바란다.



    아, 이분이 사주신 그... 고구마 뭐였지...? 고구마 맛의 속 알맹이에 껍데기는 꿀과 설탕범벅인, 일주일만 연달아 먹었다간 살 엄청 찔 것 같은 그 과자. 통영에서 처음 맛 본 것이었는데 꽤 맛있었던 그 과자. 중앙시장 쪽에서 판다고 하는데, 정확히 설명해 주고 싶은데 기억력의 한계. 혹시나 알게되면 다시 소개해 드리겠다. 중앙시장 쪽에서 뭔가 진득진득하면서도 동그란 과자를 보신다면 한 번 사 먹어 보기 바란다.






    이 사진의 위쪽은 멀리 경기도에서 내려온 (아리따운 같은 수식어는 붙지 않는), 여성분이 혼자 작업한 벽화다. 동화책 일러스트 작가로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동화 일러스트 같은 느낌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 위쪽이 은근히 눈에 잘 안 띄는 자리라서, 있는 듯 없는 듯 알게 모르게 작업한 편이다. 이 색깔 저 색깔 바꿔가며 꽤 많이 갈아엎는 창작의 고뇌를 혼자 마음껏 즐겼다.



    아래쪽은 통여중에 재학중인 학생들 일고여덟 명 정도가 와서 그린 작품이다. 인원수가 많아서 며칠 나와서 쓱싹하니 완성됐다. 후에 학교 선생님이 혼자 나오셔서 수고를 좀 하시긴 했다. 여중생다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이라며 동네 어르신들한테는 인기가 좋은 벽화다.

    벽화도 벽화지만, 얘네들이 나와서 노는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게임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동피랑 벽화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 준 주인공들이다 (어르신들한테 시끄럽다고 야단을 맞기도 했지만).






    다시 반대쪽으로 들어가보자. 통여중 벽화에서 다시 까마귀 벽화 쪽으로 가서, 그 너머로 길따라 쭉 걸어가면 또 다른 벽화들이 나온다. 



    길 가에 덩그러니 볼품없이 놓여있는 네모난 단층집에도 화사하게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 벽화를 얻기 위해 이 집 할머니는 꽤 많은 노력을 하셔야만 했다. 이미 벽화 그릴 자리가 다 정해진 상황에서, 이 집 할머니께서 어느날 갑자기 등장하신 것이다. 멀리 있는 자식네 집에 있다가 돌아오니 이미 벽화전이 시작돼 있더라며, 우리집도 그려 달라고 벽화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틈 날 때마다 말씀을 하셨다. 난감한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다행히도 늦게 합류한 전문가 팀이 이 집을 맡았다.



    벽화를 그리다보면 뒤늦게 찾아와 우리집 벽에도 벽화를 그려 달라는 마을 분들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미리 신청을 받기는 했지만, 그 때를 놓친 분들도 많았나보다. 그리고 별 관심 없다가도 이렇게 벽화 그리는 모습을 보니까, 은근히 좋아 보여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집 벽에도 그림 그려 달라며 은근히 음료수 뇌물(?)을 바치는 동네 어르신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같은 일반 참가자들에게 말 해 봤자, 뾰족한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각자 맡은 벽화 작업을 하기에도 벅찼으니까. 모두 동피랑 구판장 쪽으로 가서 주최측 사람들과 이야기 하시도록 하기는 했지만, 이번 벽화전 때 안타깝게도 벽화를 그려 드리지 못했던 집들도 좀 있었다. 그런 상황이니, 다음번 벽화전은 규모가 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벽화 참가자들이 많아야 가능하겠지만.









    불 난 집 또한 난감한 과제였다. 어떻게 잘 그려보면 집 자체와 그림이 어우러져서 조화를 잘 이룰 수도 있겠는데 라고 다들 생각은 했지만, 엄두를 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도 거의 마지막까지 비어진 상태로 있었는데, 뒤늦게 전문가 팀이 멋진 그림을 그려 넣었다. 불 난 집과 잘 어울리는 멋진 벽화다.






    이쪽도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벽화 전문 팀. 며칠 밤낮으로 서둘러 작업하고 가버려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이것은 벽에 회반죽을 칠해 올려서 채색한 작품이다. 일단 벽에 그린 그림이니 벽화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벽화와는 다르게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쪽도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 빡빡하게 며칠동안 작업했다.






    이쪽동네의 백미는 '비밀의 화원'이다.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혼자 오셔서는, 폐가 하나를 가지고 아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셨다.

    처음 이 두 건물을 보면, '원래 저런 형태였나 보다' 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주의해서 보면, 창문이나 선반, 문 윗쪽 장식물과 화분 등이 모두 그림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 건물은 껍데기만 이렇게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는 거다. 위쪽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나도 건물 겉모습만 볼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림 그리시는 분이 건물 안팎으로 들락날락 하시길래, 들어가봤더니 글쎄 이런 놀라운 세계를 만들고 계셨다.

    정말 아무도 없는 텅 빈 건물 안에서 며칠을 혼자 작업 하신 건지 알 수 없다. 설마 이 안에서 주무시진 않으셨겠지.

    '비밀의 화원'은 이번 행사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길을 쭉 걸어서 돌아나가면 이런 벽화가 보인다. 이건 주최측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그린 벽화다. 이쪽 부근은 이것 말고는 벽화가 없지만, 이쪽으로 조금 나가면 바로 동피랑 산비탈 입구가 나온다. 

    길 따라 비탈 아래로 내려가면 태인 카페(파고다 카페) 근처까지 또 벽화들을 볼 수 있다. 그쪽은 미처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한 탓에 소개해 줄 사진도 없는 상태. 그러니 직접 가서 보는게 좋겠다.



    앞서도 말 했지만, 그림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천지차이다. 게다가 동피랑 벽화는 여유로운 시간을 음미하며 느리게 걸어본다는 의미도 있고, 또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강구항의 경치는 사진으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러니 언제든 시간 내서 꼭 한 번 직접 가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참고로 동피랑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야경이 더 멋지다. 그리고 밤에 강구항 주변을 걸어보는 것도 나름 운치 있고, 낮에 동피랑 근처에 있는 문화회관(조각공원)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으니, 최소한 1박 2일은 잡고 가 보시라 권하고 싶다.




    p.s.
    푸른통영21 : http://www.tyagenda21.or.kr/
    (동피랑 벽화전의 추최이고, 통영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동피랑 홈페이지: http://www.dongpirang.org/
    (동피랑 마을에 대한 개요와 찾아가는 방법 등을 알 수 있다.)

    통영시 관광정보: http://www.utou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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