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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과 섬 사이 또 섬이 있다 - 신도 시도 모도, 연도교, 배미꾸미 조각공원, 구봉산, 선착장
    취재파일 2011. 11. 30. 05:59



    신도, 시도, 모도를 잇는 연도교

    신도, 시도, 모도는 각각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섬이지만,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다리(연도교)들로 서로서로 이어져 있는 섬들이다. 그래서 지도에서도 그렇지만, 실제로 가 봐도 마치 세 개의 섬이 사이 좋은 삼형제처럼 옹기종기 붙어 앉아, 서로의 체온을 느끼듯 조용한 바다 위에 웅크려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신도와 시도, 그리고 시도와 모도를 각각 잇는 이 다리들은 대략 300미터에서 400미터 정도 길이의 작고 보잘것없는 모습이지만, 걸어서 섬과 섬을 건너 다닐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다리 한 가운데서 섬들을 바라보면 마치 바다 한 가운데서 섬을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느껴볼 수 있다. 게다가 모든 다리들이 다 낚시 포인트로 알려져 있어서, 항상 낚시꾼들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배미꾸미 조각공원

    70여 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모도는 세 섬 중 가장 작은 섬으로, 길도 딱 하나로만 뚫려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길을 따라 끝까지 쭉 가보면 ‘배미꾸미’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작은 해변이 나오는데, 섬 끝이라 황량한 바다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아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조각공원이 나온다.


















    이 조각공원의 정식 이름은 ‘모도와 이일호’라고 하는데, ‘에로티시즘 조각’을 추구하는 조각가 이일호 씨가 개인작업실로 활용하면서 건물 앞 잔디밭에 조각들을 세워 놓은 것이라 한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조각들을 만나서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평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조각들이라 구경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잔디밭 안쪽의 건물은 카페로 사용되고 있어서, 모도까지 오느라 지친 다리를 쉬어갈 수 있다. 특히 2층 창가에서 조각정원과 그 뒤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나른한 오후 햇살을 맞으면, 나른한 졸음이 절로 쏟아지며 마치 꿈 같은 바닷가의 오후를 맛볼 수 있다.













































    구봉산

    신도에 있는 구봉산은 해발 178미터의 낮은 산이라 그리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게다가 정상까지 임도가 잘 닦여 있어서 더욱 쉽게 오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스팔트 길 같은 매끌매끌한 길을 생각해선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산길은 산길이니까.

    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어디로 오르든 구봉정을 향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상과도 가깝고, 잠시 쉬어갈 수도 있으며, 특히 여기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아주 멋있기 때문이다.

    구봉정에서는 신도 한쪽 옆 자락과 함께, 바다 건너 인천국제공항까지 내려다 보인다. 산과 바다, 그리고 들판과 함께 멀리 어디를 다녀 오는 길인지 쉴새 없이 드나드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면서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딱 좋은 곳이지만, 이 산 꼭대기에서 날아오르지는 말자.

     














    구봉정에서 밤에 공항 불빛이 아주 아름답다기에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무리였다. 산에 조명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손전등 같은 장비들을 갖추지 않고서는 해가 지면 움직이기 불가능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아름답다는 야경은 이다음에 조명기구를 제대로 갖추고 와서 봐야 할 것으로 남겨두고, 이번에는 벚나무 숲 속에서 삼림욕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깊게 들어가니 손때가 많이 묻지 않은 숲들이 우거져 있었다. 특히 해질녘 혼자 그 길을 걸으니 어디선가 호랑이가 뛰쳐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숲이 깊게만 느껴졌다.

    처음 가보는 산, 게다가 조명도 없는 산에서 이렇게 밤을 맞으면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늦은 시각에 구봉산을 오를 때는 시간배분에 신경을 잘 쓰도록 하자. 내 경우는 어둠이 몰려올 때 한 뼘 남짓 남은 햇살을 머리에 이고는 거의 뛰다시피 해서 겨우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산길이 그리 험하거나 길거나 한 것은 아니니 너무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성지약수터 주변은 각종 운동기구와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약수터는 말라 있어서 물맛을 보진 못했다. 여름에는 약수 물이 나오는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가을에는 따로 물을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섬을 나오며

    신도도 요즘 개발 붐이 일었는지, 여기저기 건물을 짓고 있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시 사람들이 별장을 짓기도 하고, 점점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어서 펜션 같은 건물들을 짓기도 한다고. 하지만 여름철 성수기가 아닌 이상은, 신도에는 지금도 꽤 충분할 만큼의 숙박시설들이 있다. 선착장 주변에도 많이 있지만, 차길을 따라 언덕 하나만 넘어 들어가면 나오는 마을에서도 많은 숙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비수기 평일에는 딱히 예약을 하지 않아도 별 무리 없을 정도다.

    크게 급한 일이 없다면 신도에서 하룻밤 묵어가도 좋다. 비록 밤 새도록 수많은 비행기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나름 적응하면 그 또한 이 섬이 주는 독특한 이야기 중 하나로 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어디서 묵든 조금만 걸어나가면 바닷가로 나갈 수 있는 작은 섬이라, 밤 새도록 까만 바다를 배경으로 꿈처럼 하룻밤 쉬어 나가기에 좋다.

    다음날 아침 늦게 게으르게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싸며 돌아 나가는 길에, 그래도 못내 다 쉬지 못 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다면, 잠시 짬을 내어 장봉도로 들러서 돌아 나가는 욕심을 부려봐도 괜찮다. 가깝다곤 하지만 언제 다시 오게 될 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짧은 일정으로 섬을 몇 개나 구경하는 이른바 섬 투어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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