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내 수많은 언론사들이 일제히 '여성에게 위험한 여행지'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1위는 '콜럼비아 보고타'이고, 놀랍게도 12위에 '서울'이 있다고 썼다.

 

위험한 여행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함께, 아마도 '서울이 있다니!'라는 놀라움에 다들 한 번 쯤은 뉴스 기사를 클릭해 봤을 테다. 그러면서 짭짤한 유입량 맛을 봤는지 언론사들은 반복해서 기사들을 또 쏟아냈다. 단순 검색만으로 나온 기사 수가 약 140여 건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결론만 우선 말하자면, 이 기사들은 모두 문제가 있다.

 

 

 

 

 

'여성에게 위험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이런 조사가 실제로 있었던 것은 맞지만, '여성에게 위험한 여행지'가 아니라, '여성에게 위험한 교통 시스템'이다. 영문으로 된 제목은 "Most dangerous transport systems for women"이라고 돼 있다.

 

즉, '여성 여행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위험한 도시'를 알아본 것이다. 도시 전체가 아니라, 버스, 기차, 지하철 등의 교통 시스템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던 것이다.

 

영국의 언론사인 '데일리메일'이 2015년 2월 22일에 이걸 기사로 내보냈는데, 여기서 제목을 '여성에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휴가 여행지'라고 써놨다. 그리고는 기사 내용엔 '최악의 대중교통을 가진 도시'와 '최악의 여행지(나라)'를 짬뽕해서 써놨다.

 

아마도 국내 언론사가 이걸 그대로 베껴쓰고 대충 순위를 옮겨와서 왜곡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한 언론사가 그렇게 써서 검색어 순위에 오르니까 다른 언론사들은 확인도 안 해보고 그냥 베껴 썼을 테고. 출처를 조금만 검색해봐도 관련 내용들이 나오는데 참 성의 없이 일 한다. 최악의 언론 시스템을 가진 나라를 조사해보면 볼 만 하겠다.

 

 

 

 

 

 

'여성에게 위험한 교통 시스템'을 가진 도시는?

 

우선 이 조사는 '로이터(Reuters)'와 영국 리서치 업체인 '유거브(YouGov)'가 공동으로 진행했고, 일반 여성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조사했다. 조사 결과 발표는 2014년 10월 31일에 한 것으로 나온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조사 대상이 '세계 16개 도시'라는 것. 각 나라의 수도를 대상으로 했지만, 미국의 경우는 워싱턴 대신 뉴욕을 대상으로 했다. 다시 말해서 전세계 도시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어쨌든 조사 항목은 크게 다음과 같다.

 

'여성에게 위험한 교통 시스템' 설문 조사 항목

 

1. 야간 안전: 당신이 있는 도시에서 혼자 여행할 때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는가?

2. 언어적 성희롱: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남성에게서 언어적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가?

3. 물리적 성희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더듬는 등의 물리적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는가?

4. 대중의 도움: 대중교통에서 폭력(욕설 등)을 당할 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도와주는가?

5. 공권력에 대한 믿음: 당신이 폭행 등을 당했을 때 공권력이 수사해 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6. 도시 안전: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안전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가? (예/아니오)

 

 

이런 질문들로 조사한 결과, 최악의 대중교통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손꼽힌 도시 순위는 다음과 같다. 최악의 순위이므로, 1등이 가장 나쁜 곳이다.

 

 

01 BOGOTA: 콜럼비아, 보고타
02 MEXICO CITY: 멕시코, 멕시코시티
03 LIMA: 페루, 리마
04 DELHI: 인도, 델리
05 JAKARTA: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06 BUENOS AIRES: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07 KUALA LUMPUR: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08 BANGKOK: 태국, 방콕
09 MOSCOW: 러시아, 모스크바
10 MANILA: 필리핀, 마닐라
11 PARIS: 프랑스, 파리
12 SEOUL: 대한민국, 서울
13 LONDON: 영국, 런던
14 BEIJING: 중국, 베이징
15 TOKYO: 일본, 도쿄
16 NEW YORK: 미국, 뉴욕


 

이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런던, 베이징, 도쿄, 뉴욕'보다는 여성 여행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다소 위험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조사 결과로 알 수 있는 점은 그정도 뿐이다. 많은 수의 도시를 조사한 게 아니라 단지 16개 도시를 조사했을 뿐이니까.

 

 

 

사람들이 가장 안 도와주는 도시, 서울

 

그런데 이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이 주목할만 한 부분이 있다. 서울이 '대중들의 도움' 항목에서 워스트(worst) 1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공공 교통수단 내에서 여성이 성희롱 등을 당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도와주지 않는 도시라는 뜻이다.

 

 

설문 항목별 서울 순위 (1등이 가장 나쁨)

 

1. 야간 안전: 12위

2. 언어적 성희롱: 15위

3. 물리적 성희롱: 11위

4. 대중의 도움: 1위

5. 공권력에 대한 믿음: 9위

6. 도시 안전: 12위

 

 

 

다른 항목들은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고 볼 수 있는데, '공공 교통수단에서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이 당신을 도와주는가?'라는 항목에서는 서울이 워스트 1위를 차지했다.

 

어쩌면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자리 비키라고 소리치고 때리기도 하는 광경을 본 외국인 여행자들이 그걸 보고 쇼크를 받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간에 그건 언어적, 육체적 폭력인데, 사실 그걸 보고 도와주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사실 조사 자체가 어떤 공신력 있는 리포트나 자료를 가지고 한 게 아니라, 개개인의 주관을 모은 설문조사라서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자료는 그저 참고용으로, '아, 저 도시에 가서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좀 조심 해야겠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p.s.

이 조사와는 상관없이, 2014년에 '국제여성여행센터(International Women's Travel Center)'는 '여성 여행자에게 위험한 나라'를 선정해서 발표했다. 여기에 한국은 없다.

 

 

여성 여행자에게 위험한 나라

 

1. 인도

2. 이집트

3. 멕시코

4. 브라질

5. 온두라스

6. 케냐

7. 콜럼비아

8. 파푸아뉴기니

9. 사우디아라비아

10. 베네수엘라

 

 

 

p.s. 참고자료

* Most dangerous transport systems for women (로이터, 조사결과 발표 원문)

* Sex attacks, muggings and harassment: World's most dangerous holiday destinations for women (데일리 메일)

* The 2014 List of 10 Worst Countries in the World for Women Tourists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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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피스트 지니 2015.03.11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보다 충격적인 결과네요

  2. SoulSky 2015.03.13 1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이..후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