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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노트 방수 키보드 FS-33K
    IT 2016. 12. 21. 13:23

    어느날 갑자기 키보드가 고장났다. 정확히는 왼쪽 쉬프트 키 하나만 안 먹혔다. 뜯어보니 기판에 고무가 붙어 있는 형태라서 수리하기는 무리. 타자를 좀 많이 치긴 하지만, 어째서 내가 쓰는 키보드는 1년 정도만 되면 이렇게 키 하나 망가지는 걸로 고장이 나는가.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수 밖에 없다. 버리는데 돈도 드는데.

     

    어차피 사봤자 오래 못 쓸 걸 알기 때문에 키보드는 대충 싼 걸로 산다. 그래서 싼 것을 찾아 인터넷으로 주문했더니, 키 누를 때 뭔가에 턱턱 걸리는 듯 한 느낌이 드는 이상한 키보드가 왔다. 키가 제대로 잘 안 눌려지니 오타가 자꾸 나고, 누를 때 힘이 들어 손가락도 아프고 영 엉망이었다. 젠장, 만 원 날렸다. 이런 걸 감안해보면 인터넷으로 사는 게 싸다고 할 수 만은 없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하이마트에 가서 키보드를 골랐다. 대충 싼 것들 중에 눈에 띄는 걸 하나 골랐다. 방수 키보드란다. 물에 집어넣고 씻어도 된단다! 오오. 제일 싼 것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싼 축에 속하는 것이었다. 신기해서 덥썩 집어왔다. 가격은 18,000원.

     

     

    아이노트 방수 키보드, FS-33K

    아이노트(inote) 로고가 찍혀 있는 방수 키보드다. 키 누르는 부분에 이물질이 잘 안 들어가게 생겨서, 키보드 앞에서 과자 자주 먹는 사람에게 딱 좋다. 키보드 본체 안쪽으로 물이 들어가도 밑으로 잘 빠지게 돼 있고, 손상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진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USB용만 나온 것 같은데, USB에는 캡이 씌워져 있다. 물로 씻을 때 캡을 씌우라고 돼 있다. USB 포트에는 물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 이런 것까지 꼼꼼하게 있는 걸 보면, 장난(?)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름 설명서도 들어있다. 여태까지 수 많은 키보드를 사봤지만, 설명서 들어 있는 키보드는 처음이다. 물론 설명서는 딱히 외울만 한 내용은 없다. 15cm 깊이의 물에서 5분 이내에 세척하고, 잘 말린 후에 사용하라는 것 정도가 전부다. 껍데기 상자에도 다 쓰여져 있는 내용이다.

     

     

    껍데기 사진에 저렇게 물이 휘감기는 모습을 찍어놓고 방수 키보드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랑스러웠겠지.

     

     

    상자 뒷면에 물 붓는 사진과 함께 사용 팁이 나와있다. 설명서에 있는 내용과 똑같다. 아마도 실수로 키보드 위로 물을 엎지르면 재빨리 USB를 뽑고 말리면 다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싸구려 6천 원 짜리 키보드도 말려서 다시 사용한 적 있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는 않다.

     

     

    밑면은 무수한 구멍들이 뽕뽕 나있다. 물 배출을 쉽게 하기 위한 구조란다. 벌레도 잘 들락날락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건 방 청소를 하는 걸로.

     

     

    키가 일반적인 키보드와는 다른 구조다. 자판 본체에서 위로 툭 튀어나와서 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물을 약간 엎지르는 정도면 키보드 본체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겠다. 실수로 물을 잘 엎는 사람들이라면 고려해 볼 만 하다. 물론 이것과 거의 똑같은 구조의 키보드가 다른 회사에서 나오기도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이 제품이 더 싸다.

     

     

     

    키 감은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약간 타자기 치는 듯 한 느낌이 난다. 그렇다고 좀 비싼 게임용 키보드 처럼 딸깍딸깍 걸리는 느낌과 소리가 나는 건 아니고, 적당한 깊이로 바닥을 탁 치는 느낌이랄까.

     

    키가 약간 무거운 느낌이 나서, 처음엔 자판을 칠 때 약간 힘이 든다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내가 주로 걸리는 느낌 안 나는 무소음 아이솔레이션 펜타그래프 키보드만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삼일 사용하면 잘 적응된다. 살짝 묵직한 느낌으로 타자 치는 맛이 나기도 한다.

     

     

    상자 겉면에는 저렇게 싱크대에 담그고 씻는 모습이 나와 있다. 흐음, 정말 될까 궁금하면서도 막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는데, 일단 지금은 참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사다리꼴 모양의 키 형태를 한 키보드와는 모양이 다른, 낮은 사각형 모양의 키도 특징이다. 이런 것을 아이솔레이션 키보드라 하는데, 이런 형태에 적응하면 일반 키보드는 영 어색해진다.

     

    이런 형태의 키보드는 키 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타자 칠 때 오타가 줄어든다는 특징이 있다. 대체로 손이 큰 사람에게 어울리지만, 취향따라 다를 테다. 어쨌든 자판을 많이 치는 나는 이런 아이솔레이션 키보드만 즐겨 찾는다. 물론 이런 형태의 키보드가 일반 키보드보다 값이 좀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형태의 키보드가 고장이 잘 나더라.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냥 일반적인 키보드는 고장날 때까지 써본 게 두어 개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아이솔레이션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는 이미 열 개 이상 고장내먹었다. 딱히 이걸로 감자를 간다든지 한 것도 아니다. 정말 타자만 쳤을 뿐이다, 믿어 달라. 그래서 이런 형태의 키보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키보드를 거의 1년에 한 개씩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헛소리를 덜 쓰면 더 오래 쓰겠지만, 그럴 거면 차라리 숨을 덜 쉬고 죽는 게 좋잖아.

     

    어쨌든 '씻을 수 있는 키보드'라는 것에 끌려서 한 번 사봤고, 나름 오프라인에서 좀 비싸게 주고 사서 리뷰 비슷한 것도 써봤다. 키보드 위에 물을 엎지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그런 기능은 별로 필요하지 않지만, 나중에 좀 더러워지면 한 번 씻어서 사용해보는 실험은 해봐야겠다. 지금은 산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런 모험은 할 수 없다. 2만 원이 누구 집 애 이름...보다는 싸지만, 그래도 부페를 두 번 갈 수 있는 돈인데. 궁금하면 직접 사서 한 번 씻어보시라.

     

     

    p.s.

    인터넷으로 살 거면 모델명으로 검색하는 게 낫다. FS-33K. 근데 인터넷으로 사는 건, 그냥 막 쓸 키보드를 무조건 싼 값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나중에 기회 되면.

     

    그리고 키보드는 사람따라 취향이 꽤 다양하므로, 누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사지는 말기 바란다. 자기에게 맞는 키보드인지 따져보는 게 좋다. 그래서 이왕이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눌러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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