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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여년 만에 재개방 된 덕수궁 돌담길 영국대사관 구간
    국내여행/서울 2017. 10. 1. 17:22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가볼 수 있는 덕수궁. 덕수궁 자체는 입장료 부담으로 자주 못 들어가본다 해도, 대한문과 덕수궁 돌담길은 아무 부담없이 심심하면 한 번씩 가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이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설로 유명해서 많은 연인들의 성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진짜로 헤어질까, 에이 설마, 하고 거닐었다가 진짜로 헤어진 커플이 아무 많기로도 유명하다. 뭐 사실 연인은 어차피 헤어질 운명인데 돌담길 핑계를 대는 거지만.

     

    덕수궁 돌담길이라 하면 주로 대한문 옆쪽으로 쭉 뻗어있는 일부 구간만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사실 덕수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길을 덕수궁 돌담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돌담길 일부를 영국대사관이 차지하고 있어서 전체를 연결해서 한 바퀴 돌아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게 끊어져있던 덕수궁 돌담길 중 일부가 서울시와 영국대사관의 협의를 통해 개방됐다. 1959년 이후 폐쇄되어 있던 170미터 구간 중 100미터 구간이 올해(2017년) 8월 30일부터 공개된 것이다. 

     

    최근에 개방된 이 구간은 영국대사관 인접구간으로, 미국대사관을 지나 구세군 중앙회관 옆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또한 이쪽 길에서 정동공원의 구 러시아 공사관으로 통하는 길을 '고종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재청이 복원작업을 하는 중이라 한다. 120년 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사건인 아관파천 때 이용한 길이다. 

     

     

    구세군 중앙회관 바로 옆쪽으로 나 있는 덕수궁 돌담길은 사실, 굳이 들어가보지 않아도 막혀 있는 것이 뻔히 보였던 막다른 골목이어서 그동안 딱히 들어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곳이다.

     

    게다가 이 부근은 가뜩이나 좁은 길에 보안상 민감한 구역이라 항상 많은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말 그대로 을씨년스러운 곳이라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물론 분위기는 별로 달라진 것 없으나, 그래도 서울시가 애써 영국대사관과 협의해서 길의 일부를 열었다하니 한 번 가봤다. 찾는 사람이 있어야 나머지 70미터도 빨리 열리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큰 길가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모퉁이를 꺾으면 말뚝 박아놓은 길이 나온다. 이 말뚝부터가 새로 공개된 길이다. 1959년부터 막았던 길이라 하니, 근 60여년 간 막혔던 곳이다.

     

    그동안 이쪽 길을 뚫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비단 영국대사관 소유여서 그랬던 것 만은 아니었을 테다. 미국대사관이 인근에 있어서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하는 걸 꺼렸던 이유도 있었을 테지. 이제 청와대도 편하게 들어가는 시대를 맞았으니, 여기저기 좀 다 뚫어내자.

     

     

     

    덕수궁 돌담길 하면 아주 높은 담장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쪽 길은 여염집 돌담처럼 낮은 담벼락에 곡선 구간도 많아서 약간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아직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는 곳이지만, 어떻게 알고 왔는지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오래오래 기념사진과 셀카를 찍고 있더라.

     

    100미터라는 길이가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다. 이것이 그 길이로구나, 고종과 순종이 제례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하던 길이라지하고 조금 걸어가니 이내 영국대사관 후문이 나온다. 경찰이 그쪽은 사진촬영도 하면 안 된단다. 그냥 시커먼 철문 하나일 뿐인데.

     

    영국대사관 후문쪽에서 남은 70미터만 더 개방하면, 덕수궁을 완전히 한 바퀴 돌 수 있는 돌담길이 완성된다. 아주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이게 그리 쉽지는 않을 듯 하다. 영국대사관 한쪽 벽이 거의 이쪽 길에 맞붙어 있기 때문에. 정 어려우면 영국대사관 이전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뭐 잘 해결하겠지.  

     

     

    아쉬운 발걸음을 다시 뒤로 옮긴다. 새로 개방한 길 한쪽 켠에서는 뭔가 역사적 사실 같은 것을 알리려는 홍보물을 바닥에 부착하려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렇게 길을 빠져나와 서울시청 쪽으로 걸어가는데, 영국대사관 쪽에 무슨 행사가 있나보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끌고 와서 왁자지껄 들어간다.

     

    근데 어째서 그런 대단한 놈들의 차는 이 좁은 길을 폭주하는 건가. 인도를 걷는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며 비명을 지르며 피할 정도로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려간다. 미친. 이런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오래된 횡포다.

     

    덕수궁 돌담길 전 구역은 보행자 전용 도로로 만드는 게 맞다고 본다. 어차피 좁은 도로인데, 그 길을 폭주하는 횡포가 너무 심하다. 아니면 속력을 못 내도록 울퉁불퉁한 돌길을 만들든지.

     

     

    어쨌든 익숙한 대한문 근처의 돌담길 쪽에선 덕수궁페어샵이 열리고 있다. 매주 목금토 오후 6시까지 길거리 시장 비슷하게 이것저것 판매하는 부스가 열린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차량통행이 제한되는데, 끝나자마자 폭주하는 자동차들이 들이닥친다. 딱 시간 맞춰서 들어와서 급하게 이동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안전하고 여유로운 관광문화를 위해서, 이쪽 길은 차량으로 거의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재청이 덕수궁 일대 정비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서울시가 차량 통행 부분도 조금씩 보행중심으로 바꿔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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