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능해수욕장 야영장이 바람만 좀 덜 불었으면 일찌감치 판 펴고 쉬었을 텐데, 사람도 별로 없고 바람이 너무 거셌다. 밤에는 춥거나 텐트가 날아가거나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래서 야영장과 해변을 간단히 둘러본 후에 다시 길을 나섰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금능해수욕장 자체는 느낌이 좋아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룻밤 지내보는 걸로 생각은 해 둔다. 백사장이 작아서 성수기엔 사람으로 꽉 차 있을 것 같은데, 다른 해수욕장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이니 비수기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제주도에 자전거 끌고 온 것도 오랜만이고, 살면서 또 여기를 자전거 타고 돌 일이 있을까 싶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여기저기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며 느긋하게 다니려고 했다. 근데 막상 와보니 비싼 물가와 아무렇게나 주차된 차들과, 막무가내로 운전하는 운전자 등에 시달려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졌다. 사실 금능도 하룻밤 쉬어갈 야영지 대상 중 하나였지만, 별로 여유를 찾고 싶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다. 나 같은 사람들이 여행지로 제주도를 꺼리는 이유가 있는데 자꾸 엉뚱한데서 이유를 찾는다. 물가야 편의점 음식 사먹으면서 안 먹고 아끼면 되는 거고, 정작 짜증나서 다시는 안 가야지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할 말이 굉장히 많지만, 그래봤자 딱히 달라질 것이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쓰지는 않겠다. 

 

 

어쨌든 제주도 맛집인 편의점에서 식사를 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편의점 앞에는 돌하르방도 놓여 있어서 제주도 느낌을 흠뻑 느껴볼 수도 있는 호화로운 인테리어로, 아티스틱한 예술적인 뷰티플한 아름다움을 필링하는 느낌으로 데코해서 꾸며놓았다. 와 나도 이쯤하면 패션 잡지 편집장 해도 되겠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백년초라고 불리는 손바닥 선인장. 이름 그대로 손바닥 같은 선인장이다. 이걸 먹으면 오만 병이 다 낫고 몸에 좋고 오래살고 어쩌고 한다는 소문이 있다. 아니 그게 사실이면 제주도에 그 많은 병원은 다 뭐냐. 어쨌든 이 동네엔 이런 선인장 밭이 유독 많더라. 집에 뱀이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옛부터 이런 선인장을 심었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선인장 밭 자체는 독특하다.

 

 

비교적 깨끗하게 잘 관리된 자전거길. 하지만 여기서도 움푹 파인 곳이 몇 개 보인다. 물론 저 정도야 별 것 아니지만.

 

저 앞에는 자전거길을 따라서 도보여행 하는 사람도 보인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자전거로 일주하는 사람보다, 자전거길을 도보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중간에 바다도 안 보이고 차들만 쌩쌩 달리는 길도 꽤 많은데, 아무래도 이런 곳을 도보여행 하는 것은 좀 재미 없겠다 싶어 보이더라. 물론 자기가 하고싶으면 하면 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 이런 인증센터에 오면 그나마 자전거 여행자들이 서넛 정도 보인다. 그래서 인증센터에 오래 머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디든 사람 모이면 지옥. 괜히 이런 곳에 있다가는 이상한 놈들 만나기 쉽다. 도장만 찍고 일단 벗어나서 다른 곳에서 쉬거나 정비한다. 바닷가 쪽에 있는 해거름마을 전망대 카페도 가볼만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더라.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제주도 서쪽으로 접어들면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풍력 발전기가 많이 보인다. 멀리서 볼 때는 재미있는 풍경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풍력 발전기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두려워진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처럼, 저 프로펠러가 뚝 떨어지는 모습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게 돌아가는 소리도 좀 괴기스러워서 괴기가 먹고싶어진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언뜻 보면 잘 닦여진 자전거 도로 같이 보이는데, 이런 차길 가 자전거길에는 유리조각이나 철 조각 같은 것들이 자잘하게 널려 있다. 자동차들이 달리면서 그런 조각들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튕겨내는데, 이쪽은 자동차 같은 것들이 다니지 않아서 길 가로 그런 조각들을 쓸어낼 수가 없으니 자꾸 쌓이는 거다. 운 없으면 펑크나기 딱 좋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노천 여탕이 있는게 신기해서 찍어봤지만, 역시나 여탕보다는 매운탕이 좋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구름이 가득 껴서 날도 흐린데 수많은 풍력 발전기가 웅웅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니 정말 괴기스럽더라. 그래서 이쪽은 최대한 풍력발전기 근처를 빨리 벗어나려고 달렸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한경면 앞바다엔 파력 발전기가 떠 있다. 파도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드는 장치인데, 최근에 침수가 돼서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날 뻔 했다. 실제로 보면 멀리 조그많게 보여서 잠수함인가 싶기도 한데, 그냥 철 덩어리로 보이기 때문에 파력발전기라는 것을 알아도 큰 감동을 느낄 수는 없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이쯤에서는 차귀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차귀도 포구 근처에는 제주도 천주교 순례길 표식이 자주 보였다. 다른 곳에서도 이런 표식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제주도도 나름 천주교 성지를 잇는 순례길이 만들어졌나보다.

 

 

차귀도 쪽은 또 한국 최초의 신부로 알려진 김대건 신부가 표류하다가 도착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대건 신부는 마카오로 건너가서 교육을 받고 하다가, 1845년에 상해로 건너가 신품성사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조선으로 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차귀도 해변에 표착했다. 뭔가 해보기도 전에 체포되어, 젊은 나이에 참수당했지만, 어쨌든 한국 최초 신부로 이름이 남아 있다.

 

그래서 '용수리 포구' 근처에는 '성김대건신부 제주표착기념관'이 있고, 그 옆에는 당시에 그가 타고왔던 라파엘호가 복원되어 있다. 관심 있으면 지도에서 검색해보자. 나는 차귀도 포구에 있는 걸로 착각해서 치나치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기는 좀 뭣하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패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당산봉을 둘러가느라 조금 내륙으로 들어왔더니 너른 들판도 보인다. 자전거라면 올레길을 어찌어찌 헤치고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시간과 체력이 없으면 최대한 귀찮을 가능성이 있는 일은 피하는게 좋다. 어쨌든 바다와 들판이 어우러지는게 제주의 특징이겠다.

 

 

 

어느 마을 앞 쉼터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무조건 부정적인 노인을 만났다. 이런 식이다.

 

자전거 여행 하는가? 네. 허허, 자전거 안 좋은데...

제주도 여행 하는가? 네. 허허, 여행 안 좋은데...

잠은 어디서 자나? 길에서요. 허허, 자면 안 좋은데...

밥은 어디서 먹나? 안 먹어요. 허허, 밥 안 좋은데...

 

뭐 어떻게 대답을 해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아무렇게나 대답을 하다가 결국 거기 있다간 더 지칠 것 같아서 일어나서 한 이십 미터 옆에 있는 벤치로 옮겼다. 다행히 따라오지는 않았다. 다 쓰지는 않지만 여행하다보면 이런 이상한 사람들 꽤 많이 만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인간따위 부질없으니 경치나 보자.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신도2리 마을 앞 바닷가 공원에 도착하니 하멜일행 난파희생위령비가 놓여 있다. 공식적인 하멜 기념비와 하멜상선전시관은 서귀포 용머리 해안에 있는데, 일부에서는 하멜 일행의 표착지가 신도2리라는 주장이 있다.

 

이게 꽤 오래된 논란인데, 아무래도 지금 공식 기념비가 서 있는 산방산 근처의 용머리 해변은 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신도2리가 표착지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다. 여기 어디쯤이 맞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하멜 일행이 조선에 도착한 후에 그냥 잘 살았겠거니 생각하기 쉬운데, 이들이 살아간 모습을 보면 참 기구하면서도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다. 물론 실제로는 그리 재미있기만 하지는 않다.

 

조정에서는 이들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내버려 두고서는,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청은 또 거절했다. 게다가 그 당시 심각한 식량난도 있어서, 말도 잘 안 통하는 조선에서 거의 거지 처럼 살았다. 그렇게 13년을 억류당해 있다가, 결국 일본으로 탈출해서 본국으로 돌아갔으니, 조선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을 듯 하다. 얘들을 잘 활용했으면 일찌감치 서구 문물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안타까움이 남지만, 이미 지난 일일 뿐.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이런건 대체 누가 만드는 걸까.

 

 

이걸 만들려면 펜스를 넘어가야 했을 텐데.

 

 

 

 

제주 환상 자전거길: 금능해수욕장 - 하모해수욕장

 

 

여기저기 놀멍쉬멍하다가 결국 하모해수욕장 도착. 여길 가겠다고 간 건 아니었고, 사실 여기 도착했을 때는 여기가 어디인지 이름도 몰랐다. 그냥 화장실 좀 이용하고 잠시 쉬었다 가는 용도였는데, 여기도 작고 아담한 해변으로 나름 분위기 괜찮더라.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었고, 아직 하루가 한참 남았다.

 

Posted by 빈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