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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의 중국 본토 범죄인 인도법, 재등장 한 노란우산, 그리고 살인사건
    해외소식 2019. 6. 3. 15:54

     

    최근 홍콩은 중국 본토로 범죄인을 인도한다는 법안을 놓고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정치인들이 싸움을 하고 있다. 우산혁명 이후 최대의 시위가 벌어질 만큼 민감하면서도, 한동안 계속될 논란이므로, 대략 어떤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홍콩인이 대만에서 살인을 한 사건


    2018년 2월 8일, 홍콩인 '찬'(당시 19세 남성)은 같은 홍콩인이자 애인인 '푼'(20세 여성)과 대만(Taiwan)으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2월 17일, 찬은 여자친구 없이 혼자 홍콩으로 돌아왔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여자쪽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대만 경찰은 찬이 타이베이의 한 호텔에서 체크아웃 할 때, 큰 핑크색 여행가방을 끌고 나오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 가방에 시체가 들었을 것으로 보고 찬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3월 13일, 대만 경찰은 타이베이 외곽의 주웨이 MRT 역(Zhuwei MRT station) 근처 덤불에서 목 졸려 죽은 시신을 발견했다. 같은날 홍콩 경찰은 찬을 체포했는데, 푼의 은행 카드, 카메라, 전화, 2만 대

    만달러를 훔치고, 그녀의 은행카드로 ATM에서 두 번 돈을 뽑은 혐의로 기소했다.

     

    나중에 푼이 임신한 상태였다는 것이 밝혀지며 더욱 공분을 샀는데, 홍콩과 대만은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서 이 사건을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 하고 있다. 대만측은 찬을 송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홍콩 측은 대만 측의 요구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홍콩정부는 언론 등에 영토 외 관할권이 없어서 처리가 어렵다고 알렸다.

     

    찬은 홍콩 경찰에게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했다. 하지만 홍콩 법원에서는 해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해 처벌할 수 없으므로, 돈세탁(money laundering) 혐의로만 기소했다. 그는 2019년 말에 형을 마치고 석방될 예정이다.

     

     

     

     

    홍콩의 중국 본토 범죄인 인도 법안

     

    이때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는 법안을 추진 중이었고, 이 사건을 적극 이용했다. 홍콩, 마카오, 대만, 중국 사이에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서, 이런 범죄가 발생해도 범인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으니, 이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자는 주장이다.

     

    이 법안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살인, 밀수, 탈세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홍콩 정부가 인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홍콩의 민주진영은 이를 반대했다.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본토로 송환하는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또한 일부 친중파 정치인과 경제계 쪽도 국제금융도시라는 홍콩의 명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과거에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서적을 발행하거나 판매한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는데, 이들이 중국에 끌려가서 심문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사건들이 있었다.

     


    홍콩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범죄인 인도를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알렸지만, 그렇다면 범죄인 인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건은 공개심리를 할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 올해 말에는 찬이 석방하게 되니, 7월 이전에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압박했다.

     

    이렇게 법안 심의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결국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3월 31일에는 애드머럴티 등의 도심에서 1만여 명이 시위를 했다. 4월 28일에는 주최측 추산 13만 명, 경찰 추산 22,800명이 노란 우산을 들고 시위를 했다. 이는 2014년 우산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참고로 2017년 집계 홍콩 인구는 약 740만 명이다.

     

     

    5년만의 노란우산


    홍콩 민주진영이 분노한 직접적이고 가장 큰 이유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지만, 그 전에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축적시킨 또 다른 사건들이 있다.

     

    2014년 9월 28일, 홍콩 시민들은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적 선거제도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경찰의 최루탄 등을 막기 위해 노란 우산을 들고 나와서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사건인데, 최고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79일간 도심을 점거하며 시위를 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거리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시위였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선거인단이 간선제로 선출한다.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던 선거인단은 25만 명이었다. 즉, 740만 인구 중에서 25만 명만 선거를 했다.

     

     

    어쨌든 안타깝게도 이 시위는 유야무야 끝이 났다. 그리고 2017년 7월 1일에는 현직 행정장관인 '캐리 람(Carrie Lam)'이 선출됐다. 그런데 이 인간이 선출된지 하루 뒤에 갑자기 2014년에 있었던 우산혁명 시위를 했던 사람들 중 9명을 기소했다. 왜 이 아홉 명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위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2019년 4월, 뇌종양으로 긴급 수술이 필요했던 타냐 찬을 제외하고, 8명 모두가 공해(公害, public nuisance)와 선동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캐리람에 대한 배신감과, 시위를 함께 했던 사람들의 유죄 판결에 대한 분노도, 다시 노란우산이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또한 '웨스트까우룽(西九龍)역' 문제도 있다. 광저우와 선전, 홍콩을 연결하는 광선강(廣深港) 고속철도의 홍콩쪽 종착역이 서구룡 역인데, 여기에 설치된 중국측 출입국관리소 일대가 중국 본토법을 적용하게 된 것이다.

     

    2017년에 이 결정이 났을 때, 일국양제 위반이라며 꽤 큰 시위가 일어났다. 하지만 결국, 역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2047년까지 중국에 임대되는 형태로 본토법이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2047년은 일국양제 원칙이 폐지되는 해라서, 결국 그냥 중국땅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홍콩에서 반체제인사로 찍힌 사람이 이 역까지만 끌려가면, 중국 본토로 이송이 가능한 시스템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파룬궁 관련 인사들도 이 역 주변에서는 활동을 안 할 정도다.

     

    아마도 홍콩 시민들은 이렇게 점점 조여드는 압박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홍콩의 민주인사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대만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일어나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대만의 반응

     

    대만(Taiwan)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자국민이 홍콩에서 본토로 끌려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여행객 뿐만 아니라 대만의 사업가들도 불안해지니 문제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별로(case by case)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즉,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마다 당국간 논의와 조정을 통해, 범죄인 송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런 해법은 홍콩의 민주진영 측에서도 찬성하고 있으며, 충분히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도 홍콩 정부가 이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만 정부는, 만약 홍콩이 중국 본토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는다면, 자국 국민들에게 홍콩 여행 주의 경보를 발령하겠다는 등, 이 법안에 대해 적극 반대 입장을 수시로 표출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홍콩 정부도, 합의된 조약을 가지고 있지 않은 관할권에 사건별로 송환을 할 수 있는지 검토를 하고 있다 한다. 하지만 중국 본토 송환법을 포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략 이런 이유로 홍콩 시민들은 다시 싸움을 하고 있다. 별다른 답이 안 보이는 갑갑한 현실이지만, 어쨌든 알아두고 뉴스를 보도록 하자.

     


    p.s. 참고

    * Suitcase murder: Taiwan police issue arrest warrant seeking suspect's extradition from Hong Kong (TaiwanNews)

    * Hong Kong man wanted in Taiwan murder case ‘could escape extradition’ after pleading guilty to money laundering charges (scmp)
    * Taiwan won’t ask for murder suspect if Hong Kong passes ‘politically motivated’ extradition law (HKFP)
    * Hong Kong’s leading Umbrella Movement activists handed jail sentences (HKFP)

    * Protesters vow to escalate action and surround legislature if Hong Kong presses on with China extradition law (HK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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