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본 여행 붐이 일어난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 국민들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휴가철 한국 관광지의 바가지 문제가 매년 반복되다보니, 돈을 쓰면서도 푸대접 받을 바에는 다른 나라로 가겠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그렇게 적당한 곳을 찾아보니, 언젠가부터 물가가 거의 비슷해져서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으면서, 비자 없이 간편하게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가 일본이었다. 그렇게 친숙해지다보니 주말을 이용한 밤도깨비 투어도 나왔고, 자주가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초창기엔 주로 도쿄나 오사카 정도였지만, 점점 가다보니 다른 곳도 가보고 싶어졌을 테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도 잘 가지 않는 일본의 지방 마을로도 많이 가게 됐다. 최근 불매운동으로 급락하기 전까지 일본 여행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요약하자면 아마 대략 이 정도 될 테다.

 

하지만 이건 여행 소비자 수요 측면에서 풀어본 이야기이고, 이것 외에 다른 요소들도 있었다. 

 

(사진을 넣자는 압박감에 넣은 여행 관련 아무 사진)

 

 

관광입국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관광입국(観光立国)'이라는 명칭으로, 관광산업을 부흥시켜 장기경제침체를 극복하자는 큰 틀을 짰다. 그래서 2006년에는 '관광 입국 추진 기본법'을 제정했고, 이어서 '관광 입국 추진 기본 계획'도 세웠다.

 

그렇게 진행하던 중, 2011년에 3.11 동일본대지진이 터졌다. 당연히 외국인 관광객 수는 한순간에 폭락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후에 더욱 공격적인 정책을 펼쳐서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기본적으로 이런 관광정책은 국토교통성 산하 관광청과 일본정부관광국(JNTO)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지만, 관광입국추진 각료회의, 차관급 회의인 워킹 팀, 전문가 회의 등이 서로 협력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조직만 봐도 거의 관광산업 부흥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이들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관광 인프라를 조성한다든지, 홍보, 마케팅 등을 하는데, 좋은 관광지를 발굴해서 홍보를 한다는 기본적인 것 외에 재정적인 지원도 한다.

 

관광입국 프로젝트는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일본도 대도시 쏠림 현상이 심각한 편인데, 국민들을 지방으로 가도록 할 대책은 딱히 없다. 더군다나 일본인들 사이에도, 국내 여행을 하느니 동남아를 가는게 더 싸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유럽 좋아하는 건 말 할 것도 없고).

 

지방도 여행지로 널리 알려진 곳 외에, 딱히 별 볼 것 없는 지역은 내국인들도 잘 안 간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런 곳에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여보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지역사회를 먹여 살릴 대책인 것이다.

 

최근까지 한국인들이 그 역할에 충실히 부합해왔다. 중국인들만 해도, 일본을 그리 자주 갈만 한 입장이 못 된다. 그러니 유명한 대도시나 관광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인은 자주가는 사람들은 워낙 자주가다보니, 유명한 곳을 다 둘러보고나면 조그만 소도시로도 눈길을 돌린다. 마치 한국에 자주 오는 일본인들이, 서울 몇 번 구경하고나면 지방에도 가보는 것 처럼.

 

어쨌든 이렇게 지방 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일본 정부는 다양한 지원을 했는데, 이 중에 외국 저가항공사와 여행사를 위한 것도 있었다.

 

 

지방 공항의 LCC 국제선 취항 가속 패키지

 

일본 국토교통성에서는 지방 공항에 저가항공 등의 국제선 노선 취항을 위해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놨다.

 

공항 시설을 좋게 하고, 환경을 정비하고, 해외 PR을 지원한다는 내용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할 수 있는 거다. 이것 외에 해외 항공사에 실제적인 혜택이 되는 경제적 지원도 있었다.

 

 

(지방 공항 국제선 신규 취항 및 증편 추진 자료)

 

LCC(저가항공) 취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방일 유객 지원 공항 (확대 지원형): 시즈오카, 센다이, 구마모토, 이바라키, 홋카이도 (왓카나이 쿠시로, 하코다테, 메만베쓰, 오비히로, 아사히카와) , 타카마츠, 히로시마, 기타큐슈, 요나고, 사가, 니가타, 고마쓰, 아오모리, 도쿠시마, 가고시마, 난키시라하마, 오카야마, 야마구치우베, 마츠야마

 

공항으로 신규 취항 혹은 증편하는 경우, 아래와 같은 혜택이 있다.

 

* 국제선 착륙료 할인: 할인율 1/2 이상, 최대 3년.

* 국제선 착륙료 보조: 착륙료의 1/3이하, 최대 3년.

* 신규 취항 등 경비 지원: 티켓 카운터 설치와 사용료, 지상 지원 업무, 해설 경비 등의 경비, 1/3이하를 최대 3년 지원.

 

참고로, 계속지원형, 육성지원형 등으로 지원 대상 공항이 분류되고, 이들도 혜택이 있다. 계속 지원형은 나가사키, 나하, 오이타, 미야자키, 하나마키, 후쿠시마 공항 등인데, 이들은 국제선 착륙료를 할인율 1/2, 최대 1년 지원한다.

 

이렇게 신규 취항이나 증편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공항들을 보면, 최근까지 한국의 LCC들이 서로 앞다투어 취항한 공항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인들도 아니 저기를 왜 가냐는 말을 할 정도의 동네들이다.)

 

 

여행사 지원

 

모든 사람이 자유여행을 하는게 아니고, 항공사만 지원해준다고 모객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당연히 여행사를 위한 지원도 있다. 상시적인 협조로 상품을 개발한다든지, 광고를 하는 것 외에도 지원이 있다.

 

예를 들어, 2018년의 홋카이도 부흥 정책, "괜찮아요 홋카이도" 캠페인이 있는데, 핵심만 정리하면 이렇다.

 

* 관광청에서 여행업자, 숙박업자에게 할인가격의 차액 지원.

* 1박 이상 여행상품/숙박에 대해 최대 70% 상한선, 1박당 2만엔 지원.
* 일본인은 3박까지, 외국인은 5박까지 70% 보조. 중국, 한국 등 해외 여행사 상품에도 지원.

 

(일본 관광청의 홋카이도 부흥 캠페인 자료)

 

이렇게 할인 받은 가격을 반영해서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아니면 수익으로 남길 수도 있을 테다. 어쨌든 이런 지원은 일본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들도 수시로 생기고 없어지고 한다. 그래서 나쁜 것은 아니고, 일본은 이런 정책을 꽤 적극적으로 펼쳤다는 이야기다.

 

 

토마스쿡이 망하는 시대

 

이렇게 대략 여행사와 항공사가 일본 여행 붐일 때 받았던 혜택을 그냥 재미로 알아봤다. 그런데 요즘 슬슬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가 일본 여행을 안 가는 분위기가 조성돼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과연 저들은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줬을까. 또, 지금 LCC가 너무 많이 난립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항공편이 중요한 나라라서, 욕심 안 부리고 잘 운영하면 항공사가 망할 일은 없을 텐데, 너무 과욕을 부린건 아닐까.

 

지난 9월에 영국의 세계적인 여행사 '토마스 쿡'이 파산했다.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하니, 총리가 "기업들이 직면하는 상업적 어려움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만들어 낸다"면서 단칼에 거절했다. 그렇게 거절하는게 옳으냐 아니냐는 일단 둘째 치고, 한국의 항공사와 여행사도 토마스쿡 사례를 깊이 공부해봐야 하지 않을까.  

 

 

p.s.

* 地方空港におけるLCC等の国際線就航加速パッケージ

* 本日より、「元気です 北海道/Welcome! HOKKAIDO, Japan.」キャンペーンを開始します

* 観光立国推進基本法

 

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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