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17
...하지만 실은, 벌써 오래 전부터 삐걱거렸던 것이다. 늘 뻔한 말다툼과 그 후의 화해.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지금 야요이는, 슬픈 것은 말다툼이 아니라 화해라는 것을 안다.
괜찮아, 이겨낼 수 있겠지 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잖아. 전진, 또는 전진이라고 여기고.

143
지난 1년, 사실은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77
나의 여행은 늘 그런 식이었다. 나 스스로 갈 곳을 고르고,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모으고, 혼자 여행하면서 끝내는 우울해지고 만다. 추위와 더위에 진저리를 치고, 고독을 고통스러워하고, 이런 곳에는 두 번 다시 안 온다고 다짐한다.
그런데도 일본으로 돌아와 얼마 있지 않으면,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갈 곳을 정하고 돈을 모으고, 필요한 것들만 꾸려서 집을 뛰쳐나간다.

186
이 나라 저 나라를 여행하던 때, 묘지를 즐겨 산책했다. 묘비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의 묘비명을 상상하기도 했다.
'여기 유키무라 아야노 잠들다. 강한 여자였다.'
하지만 실은 그때 이미, 울 준비는 되어 있었다.

188
그녀가 사는 집-과거에는 내가 살았던 집-의 문 옆에는 매화나무가 있고, 우편함 바로 밑에는 도둑고양이를 위해서 먹이를 담아두는 그릇이 있다.
과거에는 내가 살았던 집.

나는 다카시의 친절함을 저주하고 성실함을 저주하고 아름다움을 저주하고 특별함을 저주하고 약함과 강함을 저주했다. 그리고 다카시를 정말 사랑하는 나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그 백 배는 저주했다. 저주하면서, 그러나 아직은 어린 나츠키가 언젠가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한다면, 더 강해 주기를 기도했다.


195
...그랬다. 나이가 한 자릿수였을 때 이미 사람은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령 친부모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속은 깊은 어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198
갑자기 인생이 무서워졌다. 눈 없이 살아왔는데 갑자기 눈을 껴 집어넣어, 선반 위에서 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먼지투성이 탈마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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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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