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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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처럼 살아가고자사진일기 2010. 5. 20. 20:45
세상도 변하고 산천도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고 너와나도 변했다. 모진 풍파에 그 모습을 바꿔가는 저 바위가 그러하듯,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한다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받아들이자, 적응하자. 그래도 가슴 깊이 기억하자. 너와 나는 그 높고 깊고 현명한 진리를 알리려 펜을 들지 않았다는 것을. 그저 속 시원히, 할 말 다 하고 살기 위해 누가 읽을지 알 수 없어도 저 작고 더러운 종이 끄트머리를 끄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바위처럼 살아가고자, 모진 비바람에 굴하지 않게 견디고 견디고 또 견디고 견뎌야 하겠지마는, 참지는 말자 이 속에서 뿜어져나오는 그 거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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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은 시간은 죽창으로 살아 보련다사진일기 2010. 5. 14. 00:27
너는 저 대나무처럼 살자 했다. 사시사철 곧고 푸른 저 대나무처럼, 비가 오고 눈이 오면 더욱 빛나는 그 기상을 여린 바람에는 흔들릴 줄도 알지만, 거센 바람에는 허리가 꺾여도 굴하지 않는 그 줏대를 잔가지 수없이 드리워도 어린 싹 키워내고, 햇볕 한 줌으로 기어이 자라고야 마는 그 투지를 새벽녘에 한 줌 이슬 드리울 줄 아는 여유와, 바람으로 노래할 줄 아는 풍류를 너는 닮고자 했다, 나도 닮고자 했다. 모진 세파를 맞아야만 했다. 누군가 더 강한, 더 질긴 사람이라면 참아낼 수도 있었을 시련이었을지도 모른다. 너와 나에게는 견디기 힘들었던, 그래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픔이었지만 말이다. 너는 오동나무로 변했다. 그래 비난할 이유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 그건 그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많은 쓰임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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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찾는 그 사람 이제 여기 없단다사진일기 2010. 5. 12. 02:29
네가 찾는 그 사람 이제 여기 없단다. 그 겨울 어두운 하늘 포근히 감싸 안으며 별자리를 짚어주던 그 사람. 새벽이 올 때까지 차가운 모닥불을 체온으로 감싸며 시를 읊던 그 사람. 개나리 꽃 만발한 도심을 병아리처럼 지저귀며 다니던 그 사람. 낙엽 한 잎에 수명이 다한 양 슬퍼하며 몇날 며칠을 울적해하던 그 사람. 안녕. 이제 그 사람 여기 없단다. 그 해 겨울 저 먼 하늘로 눈보라와 함께 날아갔단다. 그 해 여름 아득히 먼 수평선 너머로 구름과 함께 노저어 갔단다. 별이 뜨지 않는 까만 밤을 더이상 견딜 수 없어서, 한낮의 차가운 태양 아래 마음 녹일 촛불 하나 켤 수 없어서, 그렇게 멀리멀리 떠나갔단다. 잘 살려므나 너는, 해가 뜨지 않아도, 달이 뜨지 않아도, 더이상 비가 별처럼 쏟아지지 않아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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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댐에 침을 뱉다사진일기 2010. 5. 2. 20:52
* 그날 아침 엄마는 갑자기 쓰러져 자리에 누웠다.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악성 빈혈로 수시로 그랬으니까. 마치 처음부터 항상 그렇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숨 쉬는 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꼬박꼬박 학교를 가는 일 뿐이었다. 좁은 단칸방에 네 식구가 살고 있었다. 엄마는 항상 돈이 없다며 무엇이든 아끼려 했고, 일찌감치 그걸 보고 자란 나도 크레파스 하나라도 아끼려 애 썼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도 이왕이면 구름 많은 하늘을 그렸고, 농촌 풍경을 그려도 언제나 흰 연기를 많이 그려 넣었다. 흰색은 굳이 칠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그 전날도 밤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끝내 말 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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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버린 계절에 이미 지나버린 추억들사진일기 2010. 4. 29. 18:34
윈난에서 산 수첩, 인도에서 산 성냥, 티벳 숙소에서 받은 머리빗, 스리랑카에서 산 세탁세재, 프랑스 갔던 비행기 표, 인천공항용 버스표, 그리고 여기저기 기억도 나지 않는 많은 곳에서 얻은 비누와 샴푸들. 갑자기 이런 것들을 꺼내든 건 태국 반정부 시위 뉴스를 접하고 나서였다. 몇 사람이 사망하기까지 했다는 최근의 뉴스. 그런데- 몹쓸 생각이지만, 솔직히 나는 그 뉴스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태국은 가뜩이나 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라서 관광객이 줄었는데, 저런 유혈사태까지 벌어졌으니 그나마 있던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릴테고, 그러면 지금 상태로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의 가격을 흥정하긴 쉽겠구나. 태국은 잘만 다니면 인도보다 깨끗하고 우아(?)하게 지내면서도 그 비슷한 가격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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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고 있는 걸까사진일기 2010. 4. 1. 03:12
수만가지 고민들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잠식당하는 영혼의 위태로운 날갯짓. 비로 내려 가슴에 박히는 어둠, 이슬로 내려 눈에 맺히는 슬픔. 그 너머 아스라히 내려다보이는 작고 하얀 둥근 보름달. 그 위로 파아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스쳐 지나는 작은 소행성. 지겹다. 사람들은 어쩌면 저리도 굳건히 땅에 박힌 나무처럼 서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어쩌면 이렇게 세상을 떠도는 소행성으로 떠다니게 되었을까. 언젠가 기력이 다하면 한 줌 재도 남지 않고 모두 타 없어질 덩어리. 때로는 부드러운 흙이 되어 새싹을 키워내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해야 할 일들, 하고싶은 일들이 밀리고 쌓였다. 하지만 그 어떤 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피곤함.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 만큼의 피곤함. 아마도 몇 백 만년 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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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나 봤나, 가쓰오부시 피자!사진일기 2010. 3. 10. 14:39
자네는 들어봤나, 가쓰오부시 피자. 먹어는 봤나, 가쓰오부시 피자. 상상이나 해 봤나, 가쓰오부시 피자. ;ㅁ;/ 광주(광역시) 금남로 근처 어딘가를 헤매다가 마땅한 밥집이 없어서 들어간, 어느 깨끗한 레스토랑. 나름 이탈리아 정통 음식을 만든다고 쓰여져 있던 입간판과, 나름 고급스러운 분위기. 내 돈 내고 가라면 절대 안 갈 비싼 가격들이 마치 당연한 듯 적혀져 있던 메뉴판. 그래서 그런지 주문받고 서빙하는 종업원들도 다들 흰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 그 위에 주방용 앞치마를 두르고 깨끗한 차림새를 하며 약간 무뚝뚝한 듯 보이는 정중함을 컨셉으로 삼은 듯한 매장 내 분위기. 보다 중요한 건 종업원들이 다들 잘생기고 예뻐. ;ㅁ; 어쩐지 그래서 은근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손님들은 거의 대부분 젊은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