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동남아 2008
말레이시아 페낭 섬 -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9 2/3
빈꿈
2008. 12. 10. 13:11
2008 동남아 삽질 여행 19 2/3
말레이시아 페낭 섬
숙소를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 다니며 거의 출리아 거리 일대를 한 바퀴 다 돌았다. 화끈하게 더운 여름 날씨, 그것도 햇볕이 가장 뜨거울 낮 시간에.
그러면서 의도하지 않게 중국식 사원이나 아랍식 사원 등을 보게 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 페낭 섬의 관광명소란다. 슬쩍슬쩍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그리 딱히 볼 만 한 건 없다.
페낭 섬은 그냥 바다에서 놀겠다거나, 바다가 있는 섬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면 되는 곳.
페낭의 여행자 거리인 출리아 스트리트에 들어섰을 때, 수많은 숙소들을 보면서 정말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싱가폴에서 그 이상한 꼴들을 당하고, 밤 새 한 숨도 못 잔 체 돌아다닌 끝에 마침내 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눈물 대신 땀을 흘렸지만, 어쨌든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출리아 거리의 수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을 다 무시하고 지나갔다.
왜냐면 오늘 만큼은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제대로 된 중급 호텔에서 편하게 자고 싶었기 때문.
그래서 호텔 밀집 지역으로 가서 몇몇 호텔의 가격을 물어봤는데...
아아 가격이 역시 장난이 아니다. 대략 100링깃 선에서 오락가락 하는 수준.
이 날 환율이 1 달러에 3.51 링깃이었다. 그러니까 100링깃이면 거의 30달러 정도 된다는 것.
물론 한국에서는 모텔 값 정도 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에서 100링깃이면 콜라가 50병이고, 쌀국수가 25그릇... 아, 무엇보다도 방콕까지 가는 국제열차 운임이 111.90 링깃이라는 거.
이건 정말 큰 돈이다. 그냥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다면 남는 돈으로 먹을 것들을 마음껏 사 먹을 수도 있고, 군것질꺼리를 입에 달고 살 수도 있으며, 섬 내에서 편하게 택시를 타고 놀러다닐 수도 있는 돈이 아닌가! ...그래서 호텔 들어갔다. ㅡㅅㅡ
가격 더 알아보고 하기도 귀찮아서, 서 있던 곳에서 가장 가까웠던 머천트merchant 호텔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싱글룸은 없고, 더블룸이 하룻밤 88링깃. 숙소 안에는 냉장고도 있어서 물 같은 것을 시원하게 해 먹기 좋았다 (이 정도 가격에 냉장고 있는 숙소 구하기는 어렵다).
일단 에어컨부터 빵빵하게 틀고,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서 몸을 담궜다. 아, 역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까 땀띠가 조금 사라지는 듯 한 느낌. 이 때 즘 땀띠가 극에 달해서, 가방을 메고 다니기가 힘 들 지경이었다.
얼굴 다 탄 건 말 할 필요도 없다. 썬크림 안 발랐으면 벌써 흑인이 됐을 듯. 세수도 안 한 얼굴에 썬크림은 꼭꼭 발라주는 수선을 떨었기 때문에 갈색의 색시한 피부색이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뜨거운 물에 피로를 풀고 나와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잠이 들었다. 낮 시간에 잠 든다는 게 시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잠이 쏟아져서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삼성, 엘지, 대우, 현대 중에서 동남아 사람들이 그나마 제대로 발음하는 메이커는 어떤 것일까요~
정답은 엘지와 대우. 엘지야 알파벳 나열이니까 발음이 크게 틀릴 이유가 없는데, 대우는 좀 의외였다. DAEWOO라고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다에우 이런 식으로 발음할 줄 알았는데, 그냥 대우라고 발음했기 때문.
그에 반해 삼성과 현대는 영문자 표기 그대로 발음했다. SAMSUNG은 쌤숭, HYUNDAI는 횬다이. 장난으로 그러는 게 아니고 진짜로 그렇게 발음 한다. 게 중에는 횬다이가 일본 메이커인 줄 아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 아마 발음이 그래서 그럴 듯 싶다.
한글 로마자 표기법 중에서 'ㅐ'를 ai로 표기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규칙 면에서는 맞는지 몰라도, 저것 때문에 외국인들이 이상한 발음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냥 소리나는데로 e로 표기하면 간단하고 좋을텐데. 횬다이HYUNDAI 보다는 횬데HYUNDE가 그나마 좀 낫지 않나?)
가이드북도 일종의 가이드다. 가이드가 데려가는 곳은 싸지 않은 곳일 확률이 높다.
배낭여행 할 때 이런 방법을 한 번 써 보시라. 가이드북에 나온 숙소나 식당을 일단 찾은 다음에, 가이드북에 소개된 곳은 일단 무시하는 거다. 그리고 그 근처에 소개되지 않은 다른 곳을 찾아 들어가면, 가이드 북에 소개된 곳보다 더 싸고 더 좋은 곳을 찾을 수 있다.)
한 숨 자고 일어나서 어슬렁어슬렁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이나 먹을까하고 거리를 나섰는데, 여기서 꽤 큰 것을 하나 건졌다.
아까 숙소를 찾아서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을 때 무심결에 받은 전단지. 인도 음식점이었는데, 본토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자랑하던 곳.
여행자를 위한 숙소들이 많은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친절히 길을 가르쳐 줬던 고마움에 그 집을 찾아갔던 거다. 사실은 식당을 찾기 위해 또 방황하는 게 귀찮아서 거길 갔을 뿐이지만.
큰 기대 하지 않고 찾아간 식당이었는데, 의외로 라씨 맛이 아주 좋았다.
라씨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거트 종류의 음료인데, 새콤달콤한 맛이 기가 막힌 음료. 다른 음식들은 그저 그랬는데, 라씨 하나 만큼은 맛이 훌륭해서 페낭에 있으면서 거의 매일 찾아가는 곳이 돼 버렸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