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겨울이 오고 있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빈꿈 2011. 4. 3. 03:39





최근 며칠간 동물 다큐멘터리를 계속해서 보고 있다.
약육강식의 비정함 속에서 재미를 넘어선 그 어떤 것
하루종일 멍하니 그들의 치열한 삶을 구경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굉장히 단순했다, 결국 지구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일생의 과제는 종족번식 그것 뿐이었다.
인간도 그러하듯이.

며칠간 그들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자연이라는 것이
대충 어설프게 짜여진 프로그램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코 잘 짜여졌다 할 수 없는 이 시스템의 단 한가지 장점은
본능적 진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 그걸 보다가
길거리로 나가면 드디어 매트릭스의 세계가 아주 잘 이해가 됐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내 컴퓨터의 0과 1은 행복할까.
쓸 데 없는 이야기.

하지만 동물들이 인간과 다른 점이 있고,
인간들이 동물들과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동물의 왕국에서는 교활한 포식자도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
그에 반해 인간들의 삶이란 동물과는 멀어도 한참 멀다.
그래서 바야흐로 인간들은 똥물의 왕국을 구축한 셈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다 때려치우고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자.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인간의 최대 과제 역시 종족번식.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 인간 역시 강한 개체만 살아남는 것.
현대 인간동물의 생존 가능성은 돈이 높여주므로,
결국 후세에게 필요한 것은 돈 잘 버는 유전자.
결국 그것 뿐.



p.s.1
진화론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
인간의 직계 조상은 원숭이가 아니라 개다.
인간에 개새끼가 많은 것이 그 증거고,
취객들을 보면 본능이 나타난다는 것이 그 증거다.

p.s.2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굉장히 인상깊은 대사가 있었다.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패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것이 자연이다."

p.s.3
공룡 이전에도 번성하던 동물들이 멸종한 적이 있다.
물론 공룡이 한꺼번에 멸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와서 인간이 멸종한다 해도 그리 이상할 건 없다.
어디선가 인간을 압도할 종들이 진화를 하고 있겠지.
(신이 있다면 인간만을 돌보지는 않을 거다.)

p.s.4
곰이 굶어가며 바위에 그림 그린다면 얼마나 웃기겠는가.
새가 굶어가며 평생 예쁘게 노래 부른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인간도 마찬가지.

p.s.5
결국 결론은 모든게 덧 없다.



AND

고대문명을 보면, 그 때까지 쌓았던 문명들을 모조리 파괴하거나,
문명 전체가 갑자기 한꺼번에 사라지거나 한 일들이 다수 있었다.
그 이유를 밝혀내지 못해서 모두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일들이다.

어쩌면 그건 고도로 발달한 지능 때문이 아닐까.
사실 종교의 주된 목적은 자살을 방지하는 거다.
그 어떤 비참한 상황에서 더러운 노예로 살아도
그 신분과 계급을 이어가며 종족번식을 하기 위한 예방책이다.

그게 없다면, 혹은 그걸 뛰어 넘는 지능을 대다수가 가졌다면,
생존의 목적이라는 것이 종족번식 뿐이라는 생태계의
잔인한 현실과 허무한 사실을 견딜 수 있었을까.
게다가 그 정도의 문화와 지능 속에서 딱히 다른 해법도 못 찾았다면
그 절망감은 더욱 깊었을 테다.

현생인류는 아마 그 당시는 하급종족이었을 테다.
종족유지와 진화를 스스로 포기해버린 상급 종들이 사라진 후에,
적당히 멍청한 종족들이 생을 이어온 거겠지.
이것 또한 점점 똑똑해지면 똑같은 전철을 밟을 테고.
결국 인간은 진화 시스템에서 실패한 종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종말은 충분히 가능하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