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짜증나서 은행 창구 찾아가는 IT 강국
액티브 액스 없앤다고 난리 치다가 결국 exe 파일 설치라는 바꾸나마나 한 쑈만 하고 끝난 코미디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건 그냥 그렇다 치자, 이 나라 하루이틀 산 것도 아니고. 그런데 바꾸려면 좀 개선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쓰기 불편하고 안 좋게만 만들어놨으니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대표적으로 안랩 세이프 트랜젝션, 이것 때매 미칠 지경이었다. 인터넷 뱅킹 할 때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데, 뱅킹을 끝내도 종료가 안 된다. 프로세스 죽이기도 안 되고, 서비스 중지도 안 된다. 재부팅하면 다시 자동으로 메모리에 상주해서 리소스 엄청나게 잡아먹고 있고. 왜 종료 기능 하나 만들어두지 않은지 정말 의문이다.
이걸 켜두고 있으면 CPU와 램을 엄청나게 잡아먹어서 컴퓨터가 느려진다. 아예 부팅부터가 느리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인터넷 뱅킹 끝나면 다 지우는데, 깔고 지우고 하는 데 드는 시간도 꽤 걸린다.
어느날 인터넷 뱅킹을 하려고 삭제했던 exe 파일들 다시 설치하느라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감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시간 잡아먹고, 성질나고, 컴퓨터 망치고. 그래서 설치 중단하고 그냥 은행으로 걸어갔다.
물론 은행 창구를 찾아가는 게 앉아서 exe 파일 설치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돈 들여가면서 운동도 하는데 이 정도는 그냥 운동이라 생각하고 가면 되겠다 싶었다. 가만 앉아서 멍하니 있느니, 산책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 싶기도 했고.
근데 요즘은 은행도 창구 직원을 많이 없애서 대기 시간이 좀 길더라.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게 되면서 어느덧 그렇게 세상은 변해가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니 좀 무섭기도 했다. 어쨌든 앞으로는 웬만하면 은행 창구로 찾아갈 생각이다. 컴퓨터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기도 싫고, 깔았다 지웠다 엉망으로 만들기도 싫고. 이 정도는 돼야 IT 강국이지. 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