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사업 - 인문 사회 정원 줄이고 공대 정원 늘려 산업인력 양성 한다고
요즘 몇몇 대학들이 '프라임 사업' 때문에 난리라 한다. 어느날 느닷없이 갑자기 프라임 사업이라는 단어가 툭 튀어 나왔는데, 학생들이 최근에서야 뒤늦게 자기네 대학이 이런 걸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부가 사업 공모에 3개월이라는 시간을 줬고, 대학들은 그 기간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제출하느라 바빴던 것.
어쨌든 프라임 사업이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으로, 영어로 뭐시기뭐시기 써놓고 줄여서 '프라임'이라 한다. 핵심 내용은 대학 내 학과별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다. 향후 10년 간 인문사회 계열 쪽은 인력 공급이 넘쳐나고, 공대 졸업 인력은 부족한 현상이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즉, 인문 사회 예술 쪽 학과들의 정원을 줄이고, 공대 쪽 정원을 늘리는 사업이다. 사회에서 필요한 인력을 더 많이 생산해서 바로바로 투입되는 구조로 대학을 바꾸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코어 사업'이라는 것도 거의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거다. 코어 사업은 대학의 인문분야를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프라임 사업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약간의 보완책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어쨌든 인문학 쪽 지원을 위해 올해 6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쓴다고 한다. 프라임 사업의 2천억 원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큰 금액이긴 하다.
이런 것들과 함께 이미 시행되고 있는 대학 특성화 사업 (CK)도 있다. 그전에도 있었던 그런, 뭔가 특성화 하는 사업이다. 골자는 대학의 구조개혁이고.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각각의 대학들이 특색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인문학 쪽 지원을 받는 대학은 점점 그 쪽으로 특색을 갖출 수 있을 테고, 프라임 사업에 뛰어든 대학들은 점점 공대화 돼 갈 것이다. 그렇게 순조롭게 계획이 진행되면 각 대학별로 특색을 가지게 될 테고, 별 특색 없이 어정쩡한 대학들은 자연도태 될 수도 있겠다. 대학에 들어갈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든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계획이라도 짠 것이 다행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다.
프라임 사업이 길게보면 꼭 필요한 사업일지도 모른다. 물론 과연 향후 10년간 인문학 쪽으로만 공급이 넘쳐나고 공대 쪽은 공급이 그렇게 부족할 것이냐는 것도 의문이긴 하다. 기계화, 전산화, 로봇화 등으로 급속히 인력이 줄어들 곳은 오히려 공대가 진출할 업계 쪽일 텐데.
그 예측이 맞다고 치자. 그리고 이 사업을 해야 하는 당위성도 있다고 치자. 그래도 지금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비난받을 수 밖에 없다. 절차의 민주성이랄까. 시간을 좀 들여서 논의해서 천천히,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며 진행해야 할 것을 이렇게 급하게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이건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보이는 특성(?)인데, '귀찮은 건 빨리빨리 치워버리자'라는 태도다. 재개발 동네 사람들을 벌레 잡듯이 빨리빨리 치워버리는 것도 그렇고, 강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으니 다리에 벽을 쳐서 일단 보이는 곳에서 죽지는 못 하게 하겠다는 발상도 그렇다. 그냥 보기 싫으니 빨리빨리 해치워버리는 것 뿐이다. 아마도 인구가 너무 많으니 사람이 귀하지 않아서 그럴 테다.
이제와서 또다시 제발 논의 좀 하고 차근차근 대책을 세워가며 일을 추진하라고 말 해봤자 뭘 하겠는가. 어차피 패를 던졌으니 일은 진행 될 테고, 그냥 그렇게 정해진 상황 속에서 알아서 끼워맞춰가며 살아야겠지. 그런 좌절과 무기력과 폭압 등이 모두 합쳐져서 지옥을 만드는 거겠지.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인 사회에 어찌 애착을 가질 수 있을까. 기회 되면 떠난다고 해도 뭐라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이렇게 자라난다.
p.s. 참고
* 새 총장 ‘기초교육’ 강조했지만 연세대 코어 ‘고배’ 왜?
* 지역 대학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發 인문학 대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