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C 오코노미 온더 치킨 시식기
하루는 마트에서 라면을 사오다가 갑자기 화가 나는거라. 맨날 라면이나 퍼먹고 인생이 이게 뭐냐. 사람이 어째 맨날 라면만 먹고 사냐. 쫄면도 먹고, 국수도 먹고, 우동도 먹고, 스파게티도 먹고 좀 다양하게 먹어야지. 이렇게 면만 먹다간 면식범이 될 거야. 하지만 괜찮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 보다는 낫지.
어쨌든 그래서 앞뒤 안 가리고 마침 근처에 보인 KFC에 딱 들어갔다. 예전부터 한 번 먹어봐야지 싶었던 '오코노미 온더 치킨'. 전에는 그냥 평범하게 포스터 몇 개 붙여놓고 있었는데, 요즘은 이걸 화끈하게 밀기로 작정했는지 막 엑스배너에 천장 배너에 포스터도 더 많이 덕지덕지 붙여놓고 먹어라먹어라 주문을 걸고 있잖아.
내친 김에 신메뉴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라면 다섯 개 들이 한 팩을 살 정도의 거금 오천 원을 펑펑 써야했지만,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니까.
'오코노미 온더 치킨' 혹은 그냥 '오코노미 치킨'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세트메뉴로 시키면 비스킷과 음료를 주지만, 그건 너무 과소비인 듯 싶어 단품 하나만 주문했다. 원래 시간이 좀 걸리는 음식인데다가 이미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사람도 꽤 있어서, 1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까짓거 집보다 여기가 더 따뜻하니까 몸이나 녹이며 기다린다.
드디어 나왔다 오코노미치킨. 매장에 자리가 없어서 결국은 포장해 나와서 바깥 구석 어디선가 자리잡고 먹기로. 집까지 가면 다 식으니까. 오천 원이나 주고 큰 맘 먹고 산 건데 이걸 식혀서 먹을 수는 없잖아. 어쨌든 비닐을 들췄을 뿐인데 박스를 뜯기도 전에 향긋한 오코노미야끼 냄새가 난다. 아아 이거 들고 버스나 지하철 타면 굉장히 주목받겠다.
오오 비주얼은 꽤 있어보여. 생각보다는 좀 작아 보였는데, 기분 탓인지도. 넓이는 대략 씨디 정도. 높이는 오백 원 짜리 동전 하나 크기 정도. 그것보다 약간 더 크겠다 아마도.
닭 통살을 뭉쳐놓은 패티(?)에 가쓰오부시, 오코노미야키 소스 등을 위에 뿌려놓은 형태. 베이스가 되는 치킨 통살은 꽤 두꺼운 편이다. 근데 위에 덮힌 오코노미야키 부분은 생각보단 그리 두껍지 않다. 들고 오면서 좀 식어서 그런지 가쓰오부시가 움직이진 않았다. 매장에서 바로 먹었으면 좀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군침 돌게 생기긴 했다.
함께 넣어준 플라스틱 칼이 과연 들어가기나 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잘 썰렸다. 치킨 통살과 튀김 껍데기 부분도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식어서 딱딱해지면 안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따뜻할 땐 잘 썰렸다.
포스터엔 웬 여자가 이걸 들고 있는 모습이어서, 혹시나 들고 먹으면 더 맛있을까 싶어 들어봤는데 너무 너저분해진다. 그냥 썰어먹는 걸로. 포장 박스 밑바닥에 비닐이 깔려 있어서 안심하고 썰어먹을 수 있다.
나름 베이컨 비슷한 것과 양파, 버섯 같은 것들도 있다. 그리 많이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큼직하게 들어가 있어서 보기는 좋다. 물론 맛도 좋다. 맛은 치킨 통살에 오코노미야키 섞은 맛이라 설명할 수 밖에.
좀 짠 느낌이 있어서 밥이나 맥주와 함께 먹으면 더 좋을 듯 하다. 물론 삼겹살과 함께 먹어도 좋겠고, 소고기와 함께 먹어도 좋겠고, 프랑스식 디너 풀코스와 함께 먹어도 좋겠고.
닥치고 먹자. 별로 설명할 것도 없다. 이날만 그랬는지 몰라도, 매장에서 주문하는 손님 중 1/3 정도는 다 이 오코노미 치킨을 시키더라. 출시한지 얼마 안 되는 신메뉴인데 다들 어떻게든 알고 먹는구나.
모든 음식의 치명적인 단점은 먹으면 사라진다는 것. 정말 슬프다. 하이브리드 푸드 개발이 필요하다.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음식을 좀 개발해달라.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렇지 집중해서 먹으면 1분 이내에 다 먹을 수 있다. 음식의 존재와 소멸에 관한 아트라고 할 수 있다.
사라졌다.
쓰레기를 모두 박스에 담고 잠시 묵념. 맛은 있는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 거의 치킨 서너조각 정도는 되는 양인데, 이걸 먹어도 배가 안 부르다는 것. 이제 밥 먹으러 가야겠다. 결국 다시 또 라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