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익보이차 보이차 카페 타이티 강남점 방문기
대익보이차를 정식 수입 판매하는 티카페 타이티(TAETEA).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방문해봤다.
대익차는 중국 보이차 브랜드 중에 꽤 큰 곳이고, 타이티에서는 정식 수입한 대익보이차를 판매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차를 사면 최소한 이런저런 황당한 일은 안 당할 수 있다.
직영점은 종로와 강남 두 군데 있는데, 그 중 강남점을 갔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도 할 수 있지만, 한 번 쯤은 매장 구경을 해보고 싶었다. 직접 찾아가면 아무래도 냄새라도 맡아볼 수 있으니까.
작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큰 길 가에 자리잡은 넓은 매장이었다. 강남의 웬만한 카페 크기는 되는 넓이에, 테이블도 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메뉴를 보니까 플라스틱 컵 한 잔에 넣은 가벼운 음료도 파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이런 곳에선 보이차를 우려내서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강남이라서 그런지 손님은 꽤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보이차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매장 한 쪽 벽에 수십 가지 보이차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려고 미리 정해둔 차 하나와, 살까말까 고민중이었던 차 하나를 각각 집어서 다시 고민 시작. 진열된 것을 집다가, 이거 직원한테 달라고 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이미 꺼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사람 없는 쪽만 찍다보니 좀 작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더 넓다.
차 고르다가 딴 것 눈에 띄면 그쪽으로 가서 구경하고. 역시 일행이 있으면 좀 산만하다.
위 사진에 나오는 것들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했다. 그냥 막 퍼마실 생차가 필요했기 때문에 부담없는 가격에 적당히 향이 나는 차를 원했다.
내 경우는 차를 오리지널 용도로 활용해서, 수돗물 끓여 마실때 맛을 내기 위한 재료로 사용한다. 커피포트에 왕창 물 끓여서 차 넣고 우려내서 벌컥벌컥. 식으면 패트병에 부어놓고 벌컥벌컥. 원래 차가 그런 용도라지. 다도 좋은데, 일단 집이 있어야 다도를 즐기지. 됐고, 내 맘대로 할 테다.
어쨌든 고민 좀 하다가 결국엔 그냥 대충 왼쪽 것으로 정했다. 춘원은 아무래도 너무 약할 것 같아서. 나중에 춘원을 시음해봤는데 역시 좀 약했다. 물론 진한 생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춘원도 편안하게 부드럽게 즐길만 한 차로는 괜찮은 편이다(왼쪽 것은 차마 이름을 부를 수가 업다).
100그람 짜리로 예쁜 통에 담아져 나오는 형태도 있었다. 이걸 밀고 있는지, 속에 어떻게 돼 있는지도 보이게 전시해놓고, 스푼으로 떠서 냄새도 맡아볼 수 있게 해놨더라. 작은 통에 예쁘게 담겨져 있어서 선물용으로 괜찮을 듯 하다.
매장 한쪽에는 다기도 판매하고 있었다. 다기까지 사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차 입문을 중국 길거리에서 해버려서 이런 것엔 별로 관심이 안 간다. 그냥 동북성 사람들이 사용하는 들고다니는 차병 하나만 있으면 될 뿐. 이런 것에 좋고 나쁜게 어딨겠나, 그냥 잘 먹고 잘 싸면 되는거지.
고민하는게 싫어서 그냥 두 편을 구입했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5천 포인트를 주는데, 매장에서도 3만 원 이상을 구입하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8592는 숙차인데, 캬라멜 같은 달콤한 맛이 난다고 하길래 초딩 입맛이 자극되어 관심이 갔다. 사실 나는 숙차하고는 좀 안 맞는 편이라 고기 먹을 때 말고는 숙차를 잘 안 마신다. 어디 손님으로 갔을때 숙차를 내주면 고생스러울 정도. 그 비린내가 너무 싫다. 물론 같이 간 일행 중에는 숙차만 좋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른 취향이다.
어쨌든 8592는 집에 와서 바로 마셔봤다. 포차법은 커피포트에 1.5리터 아리수. 물이 끓으면 대강 덩어리 조금 떼서 푹 집어넣고, 적당히 브랜디 색깔이 나면 머그컵에 따라서 벌컥벌컥.
그래서 캬라멜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달콤한 맛이 났다. 뜰쩍지근한 것이 아니라 약간 쎄하면서도 가볍게 달콤한 맛인데, 마치 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있어서 언제 헤어질지 알 수 없는 연인의 가벼운 입맞춤 같은 맛이다. 다시 말하자면, 숙차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냥 막 퍼마실 수 있었다는 뜻. 뭔가와 비슷한 맛인데하고 의아했는데, 차게 식은걸 마셔보니 희미한 브랜디의 단맛이다.
함께 간 지인들이 기어이 일을 벌였다. 아니 어떻게,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직급 꽤 돼 보이는 분(혹은 점장님일 것 같은 분)이 판을 세팅하고 시음회를 열어줬다. 난 이미 결제 다 했는데!
뭔가 이것저것 많이 마셨다. 인상 깊은 맛이 하나 있었는데, 나중에 그게 뭔지 알아보려고 했더니 지인은 자기가 뭘 달라고 했는지도 기억 못 하더라. 장하다 정말.
아마도 금대익이었던 것 같은데, 이게 내가 보이차하면 떠올리는 가장 기본 이미지에 아주 가까운 맛이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뒤에 약간 떫떠름한 여운이 남는, 가을하늘 올려다보며 누워서 먹는 홍시 감 같은 느낌. 여기서 부드러움을 좀 죽이고 까칠한 느낌에 쌉싸름한 맛이 들어가면 딱 내 취향인데.
아까 예쁘장한 네모 박스에 100그람씩 들어가 있던 시리즈 중 하나도 시음해봤다. T66이었나 뭐시기였는데, 숙차 중에서도 향과 맛이 아주 강한 편이었다. 난 한 잔 마시고 포기.
어쨌든 지인들이 확실한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하니 맛만 설명해봤자 의미가 없고,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내가 요청한 춘원 뿐이다. 춘원은 앞서도 잠깐 설명했지만, 작고 풋풋하면서 부드러운, 희미한 아지랭이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즐기기 무난한 생차였다.
중간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너무 진한 숙차 한 방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인들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다양한 차를 시음했더니 입도 정신도 뒤죽박죽이 됐다.
차를 시음하는 중간에, 누구나 궁금해 할 것이나 아무도 말로 꺼내지 않을 질문을 해봤다. 최근에 보이차에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온 사건. 이쪽 사건이 아니라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는데, 그 사건 때문에 이쪽 매장도 차를 몇 개 수거해가서 조사를 했다 한다. 물론 타이티 매장에서 취급하는 차들은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한다.
어쨌든 나 혼자가면 할 수 없었던 시음 시간이었으니 쓸 데 없어도 사진은 많이 찍어뒀다. 추워서 정리가 잘 안 돼서 그냥 막 올려본다.
차를 두 개 이상 사면 무료 시음이 가능하다고 한다. 차를 사지 않아도 매장에서 보이차를 우려내서 마실 수 있는 메뉴가 따로 있어서, 일정 금액을 내면 직접 차를 우려내서 마실 수 있다.
사은품으로 장미와 국화 푸얼티도 넣어줬다. 그리고 좀 강한 생차를 맛보고 싶다고 했더니 따로 7542(1501)도 조금 샘플로 넣어주셨다. 이건 나중에 맛을 보고나서 후기를 쓸지도 모르겠다. 논차 같은 건 전혀 못 하기 때문에 차 맛으로 따로 후기를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렇게 몰려가서 매장을 한참 혼란스럽게 만들어놓고는 이것저것 많은 걸 주워먹고 왔다는 이야기.
매장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라. 아래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쇼핑몰도 함께 있고, 각 차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도 읽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