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 야간 산행
겨울에 야간 산행.
해 뜨는 것까지 보면 좋겠지만, 추우니까 대충 올라갔다 내려가는 걸로.
동네 뒷산. 해발 10000cm.
동네 뒷산은 거의 매일 올라가니까 거의 매일 위험하다. 에베레스트는 몇 년에 한 번 혹은 일생에 한두번 가니까, 몇 년에 한 번 정도만 위험하다. 따라서 동네 뒷산이 더 위험하다. 아니면 말고.
전문 산악인들이 높고 험한 산에 도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잘 하지 못 하는 혹은 하기 어려운 것을 해야 이름이 알려지고, 그래야 스폰을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냥 산이 좋아서 오르는 거라면 조용히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그래서는 세계의 여러 산을 가 볼 돈과 시간이 나지 않지. 급하게 오르다 사고가 나는 것도, 이미 정해진 일정과 비용이 있기 때문. 높은 산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적응을 하면 고산병에 걸리지 않는데, 적응할 시간도 없이 오르는 일이 대다수다. 결국 문제는 돈. 에베레스트를 가고 싶어도 뒷산으로 만족하는 것도 결국 돈. 세상이 그런거지.
동네 뒷산을 오를 때는 항상 아쿠아슈즈를 신는다.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고, 겨울에는 발 시려지기 전에 계속해서 움직일 수 밖에 없으니 운동량이 늘어난다. 사진 찍느라고 잠깐 멈춰 선 사이에 추워지니 얼쩡댈 시간이 없고, 그러면 재빨리 찍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연습을 하게 된다. 여러모로 좋다고 해보자.
이제 가볍게 외출 나갈 때는 똑딱이 카메라도 필요가 없다. 핸드폰 카메라로 똑딱이 디카를 대신할 수 있다. 그래서 작고 싼 디카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서 요즘은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런데 똑딱이든 핸드폰 카메라든, 밤에는 영 엉망이다. 물론 비싼거면 좋겠지만.
몇 년에 한 번씩 자주 나오는 멸망설 중에는, 붉은 달이 뜰 때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붉은달은 매년 한두번 씩 뜬다. 아마도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새 멸망했다가 다시 태어나기를 거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트릭스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필요하다.
멀리 롯데타워가 보인다. 그래도 세계에서 높은 빌딩으로 순위권 안에 드는 타워이지만, 아직 전망대를 못 가봤다.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 뭐 그냥 저런게 있구나 정도로만 여기고 말자.
즐거운 야간 산행. 얼어 죽겠다. 따뜻한 남쪽나라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