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도시 문화축제 사진들
서울광장 일대에서 펼쳐졌던 '2019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짜투리 사진들. 자세한 정보는 아래 글을 참고하자.
> 서울에서 즐기는 세계의 음식과 공연: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세계 여러나라 관광 홍보 부스들이 꾸려졌는데, 지금까지 봐 왔던 홍보 부스들과는 다르게 소품 판매 위주로 꾸며진게 특징이었다.
보통 이런 부스는 자국 관광 안내 팜플렛을 놓아둬서, 앉아있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모두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소품 판매를 하니까 서로 구경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어서 축제 분위기가 났다.
하지만 너무 소품 판매 위주로 진행되니까 또 관광 홍보라는 목적은 옅어질 수 밖에 없는 부작용이 있었다. 관심 끌기는 성공했는데, 자국 홍보는 약해진 현상. 앞으로 둘울 절충할 묘안을 조금씩 찾아가면 좋겠다. 어쨌든 볼거리가 많으니까 일단은 흥미로웠다.
키르기즈스탄은 8월 31일이 독립기념일이기도 해서 유르트를 세웠다고 한다. 너른 광장에 대비돼서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지만, 비용은 꽤 많이 들어갔을 듯 하다.
그래도 다른 나라들이 다들 똑같은 부스에서 전시를 하고 있을 때, 이렇게나 확 눈에 띄는 구조물을 세워놨으니 일단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는 성공했다. 더군다나 이걸 계기로 키르기스스탄 독립기념일이 8월 31일이라는 것을 알리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유르트 안쪽으로 들어가면 내부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겉만 비슷하게 꾸며놓은게 아니라, 진짜 유르트였다.
내부에선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공간이 좁은 편이라서 판매품을 구경하려면 사람들 뒤에서 한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기념품 판매는 바깥에서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서울광장에서 시청 옆길을 통해 청계천까지 이르는 길에는 세계 각국의 먹거리 부스가 늘어섰다. 부스마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래도 자국에서 공수해오는 식재료가 있으니 가격이 좀 비쌀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음식들이다보니 이것저것 사먹게 되더라.
국내 축제들을 가보면 어느 축제나 다 똑같은 음식들을 팔면서 술판을 조장하는 분위기라, 음식을 거의 사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 축제의 먹거리 부스들은 세계 음식을 먹어본다는 의미에 충실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다.
아, 부담없이는 그냥 습관적으로 나온 수식어다. 음식 사진 찍고 있으니까 은근하게 말을 걸며 사먹기를 권하더라. 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이렇게 잘 하냐. 말빨에서 밀릴 정도다. 그래도 이야기 나누고 농담 주고받고 하는 걸 즐기는 분위기라, 굳이 사먹지 않아도 서로 즐겁게 대화 할 수 있었다.
프랑스 부스는 빠게트 등의 빵을 쌓아놓고 팔았는데, 일단 비주얼이 시선을 확 끌었다. 일단은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나중에 사서 집에 가져가야지 했는데, 결국 까먹고 구입하지 못 했다. 물론 이거 어디쯤에서 왔을지 짐작은 가는데, 서초까지 가기는 좀 힘들잖아.
축제장에는, 마치 경복궁에서 한복 입고 돌아다니는 것 처럼, 각국 전통의상을 입고 나들이 나온 외국인들도 꽤 있었다. 몇몇은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찍었지만, 아무래도 블로그에 올리는 건 여러모로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공개하진 않겠다. 나중에 사진전 같은 걸 하면 보여줄지도 모르는데, 전혀 계획은 없다.
청계천 쪽 작은 무대에서는 메인무대 공연이 있기 전에 공연팀들이 간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어떻게 보면 이 작은 무대가 더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한 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하기는 더 좋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끊기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딱히 할 것이 없어서 몇 개 보다가 발길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끊김없이 계속 공연을 했으면 아예 주저앉아 봤을 텐데, 비는 시간에 혼자 뻘쭘하게 앉아있기도 좀 그렇고. 토요일만 좀 어수선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랬다.
아프리카 구역, 잠비아였던가 어딘가에서 마침 목이 마른 참이었는데 과일이 담겨 있는 유리병이 보였다. 과일주스인가해서 한 잔 달라고 했는데, 직접 담근 전통 과일 와인이라고 하더라.
사과, 수박, 오렌지, 계피 등이 들어가서 독특한 맛을 냈는데, 맥주보다는 도수가 높았다. 달짝지근하게 마시다보니 머리가 띵해졌다. 다 마시고나서야 이거 은근히 취하는 거라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이미 늦었다.
밥은 인도 부스에서 사먹었다. 카레와 밥, 사모사, 탄두리 치킨, 짜파티 등을 조금씩 넣어서 9천 원짜리 도시락으로 팔았다. 동대문 인도 식당에 가면 이 돈으로 제대로 먹을 수 있을 텐데 싶었지만, 축제장에서 먹는 기분도 있으니까.
서울광장 잔디밭 한쪽에 세워진 유르트를 보니까 나름 잘 어울리기도 한다. 살짝 몽골 초원 같은 분위기도 나고. 키르기스스탄은 저 앞에서 간단하게 공연을 했으면 참 잘 어울렸을 텐데.
홍보 부스 뒷편에는 로힝야 난민 돕기 같은 나눔부스도 몇 개 있었다. 그런데 홍보 부스들이 소품을 판매하면서 행인들의 발길을 끄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쪽은 거의 기존 방식 그대로 부스를 차려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딱히 구경할게 없는 것도 문제지만, 테이블에 일단 사람이 앉아있어서, 가다가 눈이 마주치면 더 다가가기 부담스러워진다. 더군다나 판넬 전시물을 구경하다보면 앉아있는 사람과 또 눈이 마주치기 때문에 자꾸 부담스러워진다. 결국 대강대강 보다가 떠나게 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어쨌든 이것과는 별개로, 지구촌 곳곳의 난민 문제라든가, 사회문제, 환경문제 등만 모아서 보여주는 시민운동 행사도 열었으면 좋겠다. 매년 그런 행사를 개최하면, 서울광장이 세계 시민운동의 명소로 알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좀 시끄러워지긴 하겠지만, 그래야 국제적인 도시가 될 수 있는 거니까.
역사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는 블랙투어가 유행인데, 블랙축제도 하나 있으면 좋을 듯 하다. 한국 시민들이 세계 시민으로 눈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테고. 기회가 되면 내가 기획이나 운영을 해보고 싶기도 한데. 안 될거야 아마.
이윽고 각국 공연팀들이 청계광장 쪽에서 서울광장 쪽으로 줄지어 걸어가며 퍼레이드를 했다. 그냥 걸어가는 팀도 있었지만, 나름 걸어가며 흥겹게 춤을 추는 팀도 있어서, 퍼레이드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 됐다.
이건 주변에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이나믹하기도 해서 동영상으로만 찍었다. 화면을 캡처해서 사진으로 올리려 했는데, 화질을 낮게해서 찍어버리는 바람에 도저히 스틸컷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뭐 어때, 나만 즐겁게 잘 봤으면 됐지. 중국 무희 중 한 여인이 지나가다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어주기도 했으니 더이상 바랄게 무어냐.
퍼레이드가 끝나자, 갑자기 아까 마신 술이 머리에서 핑 돌기 시작했다. 곧 개막식이 있는데, 술기운 때문에 근처 패스트푸드 점에 들어가서 잠깐 엎드려있었다. 절대로 개막식은 지루하기 때문에 안 간 것이 아니다.
개막식 후에 메인무대에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이쯤에는 부스들도 슬슬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도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라서, 부스를 닫고는 공연 보러 많이들 모이더라.
베트남은 퓨전 음악과 함께 전통춤을 선보였는데, 역시 아오자이가 눈에 들어왔다. .
중국팀은 배경 화면도 상당히 신경을 썼더라. 공연은 약간 북한 분위기가 나기도 하던데, 이 팀도 퓨전 공연이었다. 맨날 하던 경극이나 보여주겠거니 했는데, 유쾌하게 예상이 빗나갔다. 많은 참가팀들이 완전 전통 공연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각색한 공연을 보여줬다.
멕시코 팀은 자국에서 유명한 가수인 건가 싶은 아저씨가 무대에 섰는데, 무려 40분간 공연을 했다. 그리고 관객석 옆쪽 공터에선, 남미 사람들을 주축으로 한 외국인들이 음악에 맞춰서 춤판을 벌여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유일하게 앵콜이 터져나온 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남미 사람들 춤판은 대단하더라. 무대 위의 댄서들 뺨 칠 정도라서, 그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까, 이런 축제는 이제 한국인들이 세계 문화를 접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한국에 살고있는 외국인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외국인들은 우리 주변에 많이 살고 있는데, 너무 그들에게 무심한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마지막 무대는 조지아 국립 발레단이었다. 조지아는 옛 그루지아다. 구 소련권이라 그런지 발레도 러시아 것과 비슷하게 무척이나 박력있었다. 무릎이 부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조지아 공연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조지아 국기를 들고 일어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해외에서 월드컵 할 때 태극기 흔들거나, 함께 모여서 티비 중계 시청하는, 그런 것과 비슷한 감정일 테지. 옛날 기억도 나면서 좀 애잔했다.
아까 멕시코 공연 때 외국인 관객들이 신나게 춤을 추던 것과는 또 다르게, 이렇게 자국 공연단을 먼 이국 땅에서 만나서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걸 보면, 이런 축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면 좋을지 살짝 감이 오기도 한다. 물론 그걸 현실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은 또 어려운 문제지만.
어쨌든 잘 놀았다. 공연 끝나고 다시 부스들이 늘어선 거리를 가보니, 모두 문을 닫았더라. 밤 늦게까지 술판을 벌이며 흐물흐물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아주 깔끔하다. 국내 다른 축제들도 이 축제를 모니터링해서 운영에 참고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p.s.
이번 축제를 놓쳐서 너무 안타깝다면, 내년까지 기다릴 것 없이, 10월을 기억하자. 10월 12일, 13일에 이태원 지구촌 축제가 있다. 운영방식과 분위기는 세계도시 문화축제와 사뭇 다르지만, 거기서도 나름 각국 공연도 있고, 외국 음식들도 있으니까 나름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