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꽃과 식물을 무료로 보며 산책하기 좋은 홍릉숲 홍릉수목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 위치한 홍릉숲. 예전엔 '홍릉수목원'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홍릉숲, 홍릉시험림,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이름이 마구 섞여서 사람마다 각자 편한대로 부르고 있다.
아마도 정식 이름은 홍릉숲 혹은 홍릉시험림인 듯 한데, 소개하는 곳에서도 섞어 쓰고 있다. 그냥 적딩히 알아들으면 되겠다.
사실 수목원이라고 하기엔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고, 원칙적으로 시험을 위한 시설인데 일반인들에게도 적당히 공개를 해 준다는 정도여서, 관광지로 조성된 수목원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래도, 변두리이긴 하지만, 나름 서울 시내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근처 동네 사람들은 주말 산책 코스로도 많이 찾는다.
세종대왕기념관 쪽으로 나 있는 정문을 통과하니 '숲해설가' 앱을 사용해보라는 배너가 서 있었다. 따로 해설사를 만나지 않더라도 앱으로 설명을 들어보라는 의도겠다.
홍릉숲은 주중에는 예약을 받아서 숲해설가와 함께 설명을 들으며 돌아다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리고 토, 일요일에는 예약 없이 무료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준다.
주말에도 설명 시간이 있었던 것 같은에, 예전에 살짝 끼어서 잠깐 들었는데 너무 많은 정보로 머리가 어지러워서 조금 듣다가 빠져나온 적 있었다. 산책하러 갔는데 너무 공부하면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빠른 포기로 내 삶을 보호했다.
정문을 들어가서 아스팔트 큰 길을 따라가면 본관으로 갈 수 있지만 별로 재미없는 길이다. 정문 관리소 옆으로 나 있는 샛길로 들어가면 바로 다양한 식물 탐방 코스로 들어갈 수 있다.
여러가지 다양한 식물들이 쭉 늘어서 있고, 많은 이름표도 붙어 있어서 학습하기 좋긴 한데, 한꺼번에 여러개 외우려고 해봤자 결국 나갈 때 남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예전에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갈 때마다 식물 이름 하나씩만 확실히 익히자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게 실천했더니 몇몇 식물 이름은 이제 다른 산에서 봐도 알 수 있게 됐다.
위 사진에 보이는 우산나물도 그 중 하나. 이건 이제 산에서 봐도 확실히 알겠더라.
출입 규정 설명 외에는 딱히 설명할 것도 없다. 날짜 시간 잘 맞춰서 입장해서 여유롭게 산책삼아 돌아보면 되는 곳이니까.
나름 이것저것 찍어봤는데, 어디나 그렇지만 사진처럼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한다. 사진은 아름다운 부분만 잘라서 찍는 거니까 실제보다 과장될 수 있다.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너른 공간, 왕벚나무 쉼터. 앉아 쉴 공간이 넓게 있고 커다란 벚나무들이 있어서, 벚꽃 필 때면 장관을 이루어 상춘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제 벚꽃이 다 져버려서 좀 애매한 시기라 요즘은 주말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봄꽃 필 무렵에 사람들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가을, 그 외에는 거의 한산한 수준이다.
봄꽃이 한창일 때도 구경와서 정신없이 꽃 사진을 찍었는데 정리해서 올리기가 귀찮아서 어두운 하드디스크 어딘가에서 썩고 있다. 언젠가는 뜬금없이 올리는 날이 있겠지.
시험림이라 이렇게 텃밭처럼 조성해서 다양한 식물들을 주제별로 심어놓고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광지가 아닌 만큼 예쁘장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가만 보고 있으면 나도 텃밭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슬슬 생기는데, 그래봤자 나는 상추나 키우겠지.
언제봐도 신기한 둥굴레. 둥굴레가 어떻게 생겼는지 산책하며 이런 것도 배우는 걸로 활용하면 좋다.
어정. 사실 뭐 대단한 곳은 아니고, 고종이 홍릉에 들렀다가 여기서 잠시 쉬며 물을 마셨다고 한다.
바로 이 근처에 명성황후 능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보고 가던 왕이 여기서 잠시 쉬었을 테다.
안쪽 구석으로 가보면 최근에 생긴 '천장산 하늘길' 일부를 볼 수 있다. 홍릉숲 내부에서는 저 길로 올라갈 수 없고, 밖에서 따로 마련된 입구로 들어가야 이 길로 올라갈 수 있다.
이 안쪽에서 저 길로 올라가는 길을 찾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현재는 이 안에선 저 길로 가는 방법은 없다. 하늘길은 따로 포스팅 할 예정.
봄꽃이 한창일 때와 비교하면 꽃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시기를 달리해서 피는 꼿도 있고, 지는 꽃도 있고 해서 수시로 가보면 항상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
어정에서 숲길을 따라서 조금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홍릉. 바로 명성황후의 능이 있던 자리다. 이것 때문에 여기가 홍릉숲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원래 여기 안장해서 홍릉으로 관리하다가, 1919년 고종이 승하한 뒤에 경기도 남양주 금곡동 홍유릉으로 이장하여 합장했다. 그래서 여기는 이제 터만 남아있는 상태.
계속해서 약간 산길로 올라가면 꼭대기 쯤에 조경수원이 나온다.
'조경인의 숲'이라고 새겨진 돌과 함께, 단풍나무, 이팝나무 등의 나무들과 비비추, 꽃잔디 등이 어우러져 정원 같이 꾸며져 있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끄트머리 지점이라, 왕벚나무 쉼터와 함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기자기함과 잘 꾸며진 숲 같은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쉬어가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영역의 상징이라면 아무래도 할미꽃. 여기서는 아주 쉽게 많이 볼 수 있다. 꽃이 자라다가 뻥 터져버리는 것 처럼 돼버리는 게 좀 괴기스럽기도 하다.
수는 많지 않지만 한쪽 옆의 홍매도 시기를 잘 맞춰가면 볼 만 하다. 그 새빨간 꽃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한창일 때 가보면 정말 넋을 놓게 된다.
이제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이 더 많아졌고, 곧 여름이 오면 초록색 천지가 되겠지. 여름에는 거의 시원한 바람을 쐰다는 것 뿐이어서 좀 심심한 곳이긴 하다. 잘 살펴보면 나름 그 속에서도 뭐가 있기는 하지만.
슬슬 해가 지고 있으니 내려가기 시작하자. 하절기엔 여섯시에 문을 닫는다.
올라갈 때 선택한 길은 산길이었고, 내려갈 때는 아스팔트 놓인 쉬운 길로 가면 된다. 내부를 반시계 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도는 셈.
내려갈 때는 크게 두 곳의 볼거리 포인트가 있다. 본관 앞쪽 꽃밭과, 정문 앞쪽 약용식물원.
물론 이 루트로 갈 필요는 없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길을 택한다. 나도 많은 변형을 시도해봤지만, 이렇게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게 제일 편하게 많이 보는 방법이더라.
본관 앞 꽃밭에는 아직도 많은 꽃들이 피어있어서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사실 이쪽은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어서 꽃이 한창일 때도 사람이 그리 많이 붐비지는 않는다.
정문 바로 옆쪽에 위치한 약용식물원. 앉아 쉴 곳이 있어서, 지친 다리 쉬면서 마무리를 여기서 하면 좋다.
여기도 구역을 나눠서 다양한 식물들을 재배하고 있는데, 이름 그대로 약용식물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한약재로 유명한 황기, 당기, 오미자, 용담 등을 볼 수 있다.
금방울꽃 피었을 때가 전체적으로 제일 예뻤던 것 같은데, 여기도 수시로 이것저것 볼 수 있어서 항상 소소하게 볼거리가 있다. 식물사진 찍는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기도 하다.
정문 들어서서 바로 왼쪽으로 꺾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 산길 오르내리는 것 싫고 조용히 쉬었다 가고 싶다면 여기로 바로 가는 것도 좋다.
이렇게 이번 주말 홍릉숲 산책 끝. 봄꽃 필 때는 자주 갔는데, 이제 또 한동안 뜸하게 찾지 않을까 싶다.
규모는 동네 뒷동산과 비슷하지만 다양한 식물들을 보면서 쉬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동네 뒷산 산책과는 크게 다르다.
청량리역에서 2킬로미터 정도라, 버스를 타도 되고, 걸어가도 되니까 시간나면 한 번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