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동서울터미널점 탐방기, 서울에서 가장 큰 다이소 중 하나
'서울에서 가장 큰 다이소'로는 크게 세 군데가 손 꼽힌다. 명동, 강남고속터미널, 동서울터미널이다.
여기서 명동점은 명동역 쪽에 8개층을 사용하고 있어서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데, 층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한꺼번에 구경하기에 좀 재미가 덜하고, 사람도 많은 편이라 경쾌한 쇼핑(?)을 즐기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고속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 점은 하나의 층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데, 마치 백만 군대를 끌어들여 쇼핑의 늪에 빠트려 주겠다는 듯 너른 벌판을 전장으로 삼고 있어 구경하며 돌아다니기가 훨씬 수훨하다.
어느 심심한 날, 그중에서 비교적 사람이 적은 편인 동서울터미널 점을 찾아가봤다. 이렇게 큰 곳을 가면, 가뜩이나 들어가면 뭔가 사고야 마는 다이소에서 더 많은 것을 지를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들어가야 한다.
2호선 강변역에서 내려, 길 하나를 건너서 동서울버스터미널 입구로 들어가면, 중앙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보통은 강원도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2층으로 올라갈 때 사용하는데, 지하로 내려가면 다이소를 구경할 수 있다. 버스 시간이 남을 때 잘 이용해보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 바로 왼쪽으로 가면 입구가 나온다.
보통 다이소는 좁은 공간에 이것저것 잡다한 것이 가득해서 어지러운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일단 넓은 공간이 펼쳐져서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잡다한 것이 많아서 어지러움을 준다. 잡다한 물건으로 어지럼증을 선사하는 것이 다이소의 컨셉이니까(아니면 말고).
입구 쪽에는 여름 시즌을 맞아서 물놀이 시즌 용품들을 전시해놨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까 주력으로 판매하고픈 용품들을 길 가운데 배치해놓는 듯 했다.
5천 원 짜리 4단 삼각대를 잔뜩 쌓아놨던데, 이건 한 달 전에 동네 다이소에서 살까말까 엄청 망설였던 물건이다. 그런데 맨 끝부분 다리가 툭 치면 휘어질 것 같이 얇아서 3단으로 선택했다. 직접 가서 보면 알겠지만, 바람 안 불면 쓸 만 하겠던데, 바람 불면 흔들리겠더라.
오늘의 컨셉은 "뭔가 쓸 데 없는 것들을 잔뜩 사자"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완구 쪽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너무 조잡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다. 완구 쪽은 좀 더 강화했으면 좋겠는데.
넓이는 넓은데, 몇 개 층으로 되어있는 곳보다 과연 물건이 많은 것인가 의문을 품고 돌아보던 중, 역시 여기가 크긴 크구나라는 생각이 든 곳이 있었다. 컵, 그릇 등 식탁용품 파는 섹션에서였다.
테이블 커버 종류만 보고도 다른 곳에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릇도 그릇이지만 컵 종류가 굉장히 많다. 보고 있으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컵을 물 먹는 용도 뿐만 아니라, 동전 담아두기, 어어폰 담아두기, 사탕 담아두기 정도로 간단히 사용하려면 여기서 구해봐도 좋겠다.
디즈니 코너에서 살까말까 한참을 고민했던 스톰트루퍼와 BB-8 인형. 뭔가 좀 찌그러진 듯 하면서도 귀엽게 만들어놨다. 딱히 쓸 데가 없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는데, 메이커와 콜라보라고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었다.
분위기를 대략 이렇다. 안쪽 구석 쯤에서 찍어서 별로 안 큰 것 같이 나왔는데,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구경하면 한 시간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반짝반짝하는 것들을 많이 구경하다보니 어지러워서 적당히 끊고 나왔다.
하늘은 맑고 세상에 쓸모없는 것들은 많더구나. 다이소에서도 크게 쓸모없는 것들은 적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퇴장하겠지만, 뭐 어떠냐 쓸모가 있어서 팔려가서 쓰다가 부숴져서 버림받는 거나 조용히 사라지는 거나 크게 다를 건 없는데.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