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산 하늘길, 산림과학원 이문어린이도서관 코스 산책로 탐방
'천장산 하늘길'은 2020년 1월 17일에 정식 개통해서 생긴지 얼마 되지않은 따끈따끈한(?) 숲길이다.
'천장산 산책로'와 혼동해서 둘 다 '천장산 둘레길'이라고 혼용해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헷갈리기 일쑤인데, 천장산 산책로와 하늘길은 완전히 다른 길이다. 중간에 만나지도 않는다. 즉, 천장산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봐야한다.
높이 140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하늘이 숨겨놓은 명당이라는 천장산. 옛날엔 안기부가 있어서 일반인들이 전혀 출입할 수 없었고, 지금도 산림과학원, 의릉, 경희대, 한예종, 군부대 등이 자리잡고 있어서 산책로를 막 만들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하늘길도 2013년부터 관련기관들과 협의를 해서, 2019년에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뭔가 하나 틀어지면 또 막힐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아서, 생각날 때 빨리 한 번 가보기를 권한다.
초행이라는 일단 출발점을 국립산림과학원, 흔히 홍릉수목원, 홍릉숲이라 부르는 곳 입구로 잡는게 편하다.
하늘길 입구는 홍릉숲과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사이에 조그맣게 있으므로, 국립산림과학원 입구에서 카이스트, 경희대 쪽 방향으로 길을 따라 약 200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된다.
홍릉숲 담장을 끼고 걸어 올라가다보면 버스정류장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 이렇게 숲길 입구가 나온다.
23시부터 05시까지 소등을 한다고 나와있으니, 이 시간에는 출입하지 말라는 뜻이 되겠다.
요즘 산에 가면 푸쉬쉬쉭하면서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는 저 먼지털이 기계가 하나씩 꼭 있더라. 바지 찢어질 것 같던데.
중요한 건 안내판에 있는 지도다. 그냥 길따라 가면 되기 때문에 딱히 필요는 없지만, 이 하늘길은 다음이나 네이버 지도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대략 감을 잡으려면 안내판 지도를 보는게 좋다.
반대편 끝지점이 '이문 어린이 도서관'인데, 경희대 평화의 전담을 살짝 비켜서 옆으로 내려가게 돼 있다. 즉, 경희대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후문 근처로 가게된다.
본격적인 탐방 시작. 나무 데크로 쫙 깔려있다. 생긴지 얼마 안 돼서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데크에서 통통 튀는 소리가 난다.
홍릉숲은 주말에만 일반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들어갈 수 없다. 하늘길은 홍릉숲 일부를 한참동안 옆으로 끼고 걸을 수 있기 때문에, 평일에도 홍릉숲을 살짝 구경하며 걷기 좋다.
천장산 하늘길은 정상이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이 길이 둘레길이라는 이름에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천장산 정상을 구경하려면 하늘길이 아니라 '산책로'를 가야한다.
둘레길인데 꽤 오르락내리락한다. 고개를 넘으면 홍릉숲에 들어가서도 볼 수 없는 홍릉숲 나무들을 구경할 수 있다.
군데군데 쉼터를 만들어놓긴 했는데 그늘이 없는게 흠이다. 비가 오거나 햇볕이 쨍쨍할 때는 쉬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무 그늘 드리워진 계단에서 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홍릉시험림을 구경하며 쭉 걸어가면 어느새 데크길이 끝난다. 이제 흙바닥이 나오고 소나무숲길이 시작된다. 이 구간은 크게 재미가 있지는 않은 구간이고, 가끔 자동차도 지나다닌다.
이 구간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위와 한 덩어리가 된 나무들. 할 수 있다면 앙코르와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내어보자.
아무 생각없이 흙길을 따라가다보면 옆쪽으로 경희대가 살짝 보이기 시작하면서, '천장산 정상'이라고 쓰여진 문이 나온다. 이 문으로 내려가면 하산이다.
정상이라고 쓰여져 있는데 좀 이상하다. 여기가 진짜 정상일까.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기분 좋으라고 써놓은 건가. 어쨌든 여기까지는 딱히 전망이라 할만 한 것도 없다.
이제 경희대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이쪽 길은 내려가면서 구경하는게 더 좋겠다. 산과 어우러진 전망이 보여서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옆쪽 펜스 너머는 의릉 산책로. 내가 알기로는 천장산 정상은 의릉 산책길로 올라가서 도달하는 지점이 진짜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면 말자. 정상에 연연하지 말고 산을 즐기면 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천장산 전망은 역시 의릉 산책로에서 보는게 제일 좋다. 하지만 입장료 천 원의 압박은 꽤 큰 것이어서 자주 못 간다.
이쪽 지역은 경희대 뒷산 정도로 인식되기 때문인지 대학생들이 산책삼아 많이들 오가더라.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마당이 나오면 아파트 뷰가 나온다. 탁 트인 곳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너른 바위 한 켠에 앉아 우주의 이치를 생각하다보면 모기 물린다.
옆으로 돌아보면 경희대의 평화의전당 건물이 보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 앞은 중국인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했는데. 중국인들 중에는 건물이 유럽풍이라서 경희대로 유학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지.
넘실거리는 아파트 물결. 밤에는 불빛으로 예쁠 수도 있을 텐데, 낮에는 딱히 흥미롭지 않다.
길따라 다시 쭉 내려가면 된다. 길이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느냐면, 여대생들이 굽 낮은 구두 신고 올라갔다 내려갈 정도다.
이쪽 동네는 길이 몇 개로 갈라지기도 하는데, 이정표는 그리 잘 돼 있지가 않다. 산책 나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어느 길로 내려가도 다 똑같다고 한다.
바위에 글자가 새겨졌다가 지워진 흔적이 보인다. 뭔가 사연 있는 바위인가 싶은데 모르겠다.
홍릉숲 쪽 길이 빼곡한 나무들을 전망하며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경희대 쪽 길은 오밀조밀하게 구경하는 맛이 있다. 둘 다 길이도 짧아서 부담이 없다.
천장산 하늘길 전체 구간 길이가 1.76킬로미터라고 한다. 산길을 2킬로미터 살짝 산책하는 셈이다.
쭉쭉 가다보면 느닷없이 툭 떨어지는 느낌으로 이문 어린이도서관 앞이 보인다. 여기가 끝지점이다.
나가면 바로 경희대 후문 쪽 주택가가 보인다. 조금만 내려가면 카페도 많으니까 적당한 데서 쉬어가도 된다.
이 동네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라서, 이쪽을 시작점으로 잡으면 산책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쪽 동네에서는 카페놀이 말고는 이어서 뭔가 할 것이 없다. 홍릉숲을 끝지점을 잡으면, 주말엔 홍릉숲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어쨌든 잘 선택해서 산책해보자.
p.s.
아래 지도에서 1번이 '천장산 산책로', 2번이 '천장산 하늘길'이다.
1번이 좀 더 짧아보이는데, 저쪽은 정상으로 수많은 계단을 타고 쭉쭉 올라갔다가 내려가게 돼 있다. 한예종을 가로지르는 것이 정식 코스이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자세한 것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