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여행 해파랑길 33코스 추암해변-묵호역 1, 추암에서 전천
'해파랑길'은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길 약 750킬로미터가 연결된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다.
총 50개 코스로 이루어져서 구간별로 스탬프를 찍으며 나누어 걸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에서 33, 34코스는 동해시 끝에서 끝까지 연결된다. 여기서는 추암해변에서 묵호역까지 연결되는 '33코스' 길을 살펴보겠다.
32코스가 추암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관광지를 둘러보고 추암역으로 나오도록 돼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추암해변 관련 소개나 사진은 생략하겠다.
32코스에서 못 봤다면 시작 전에 촛대바위와 출렁다리를 한 번 둘러보고 나오자. 33코스는 그걸 다 구경하고 나와서 추암역에서 동해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로로 시작된다.
해파랑길 33코스 스탬프는 추암해변 주차장에서 추암역 쪽으로 가면 찾을 수 있다. 조각공원 입구 쪽으로 가거나, 추암해변 굴다리에서 둘러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탬프 찍는 곳 바로 옆으로 나 있는 길은 추암조각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해파랑길 안내 표찰이 이쪽으로도 붙어있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데, 이쪽은 33코스 길이 아니다.
공원을 한 번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구경 후에는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지도만 보면 조각공원을 구경하고 저기 'X' 표시 된 길로 나가면 될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저쪽 길은 기차길이 지나는 곳으로 출입금지 구간이었다.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는게 좋다.
따라서 공원 구경을 한다면 다시 굴다리 쪽으로 돌아 나와야 하므로, 각자 체력을 잘 생각해서 행동하도록 하자.
추암해변 굴다리를 통과하면 이제 추암을 벗어나서 본격적인 도보여행이 시작된다.
유명한 관광지이니만큼 표지판도 잘 돼 있다. 그런데 이 길을 조금만 걸어보면 금방 알게된다, 이 코스는 재미없는 길이 많다는 사실을. 어떤 길이 계속되는지 살펴보고 나중에 각자 판단해보자.
일단 국토종주 자전거길 표시인 파란색 선을 따라가면 된다. 동해시에서 만든 코스인 '해물금길' 표시도 돼 있다.
이 일대는 동해자유무역지역, 북평국가산업단지 등의 공단이 형성돼있다. 그래서 인도 자체는 한산하지만 보이는 건 공장 굴뚝 같은 것들 뿐이다. 가끔씩 트럭이 지나가면서 무료함을 달래주고 정신을 차리게 해준다.
공단뷰를 감상하며 한적한 차도를 따라서 가다보면 옆길로 빠지는 곳이 나온다. 이것도 자전거길 따라서 가면 된다.
뭔가 이상한 곳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이 길이 맞나 의심하게 되는데, 파란색 자전거길 표시가 돼 있으니 그냥 들어가면 된다.
동해시 위생처리장 부지 안쪽을 통과하도록 돼 있는데, 길을 연결하다보니 이런 방법 뿐이었나보다.
저쪽에서 들어오는 입구는 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가서 반대편으로 걸어가보면 멀쩡하게 생겼다. 딱히 구경할 것은 없으니까 빨리 빠져나온다.
밖으로 나오면 두 갈래 길이 보인다. 앞으로 뻗은 비교적 잘 닦여진 큰 길은 자전거길이고, 옆으로 꺾어지는 길이 해파랑길이라고 표식이 붙어있다.
지도를 보면 이곳은 바닷가 끄트머리 쪽인데, 표식이 붙어있는 정식 루트로 가면 얉은 언덕을 약간 올라서 둘러가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 길이 사람도 잘 안 다니고해서 상태가 좋지 않다. 자전거길을 따라가도 결국 얼마 안 가서 만나게 되니까, 미리 어느쪽 길을 갈 건지 생각해두는게 좋다.
해파랑길 표시를 따라가면 비포장길이 슬슬 나오다가 이런 황량한 벌판(?)을 만나게 된다.
벌판 끄트머리 쪽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딱 보기에도 이거 뭔가 고생을 조금 하겠다 싶은 느낌이 든다.
올라가다보면 바닥뷰가 보이는 데크도 있는데,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서인지 유리로 막아놓지 않았다. 원한다면 이 바닥을 통해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나름 쉼터도 조성되어 있고, 동해항 일부 작업장도 구경할 수 있다. 나름 하버뷰라 할 수 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쉼터 윗쪽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철책을 따라서 산길을 걸어가게 돼 있다. 나중에 보면 이곳이 군사작전구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길이 영 좋지가 않다.
돌무더기가 듬성듬성 튀어나와있는 흙길은 그렇다 쳐도, 철조망 지지대가 길을 중간중간 막고 있어서 걷기가 불편하다.
중간에 이런 풍경이 잠시 보이기는 하는데, 사실 동해시에서 이런 풍경은 흔하다. 이 구간은 거의 철조망 감상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철조망에서도 나름 아름다운 패턴을 발견하고 걸을 때마다 달라지는 철망의 조화를 감상할 수도 있는데, 그 정도 경지라면 당장 가서 아트를 하는게 인류 사회에 도움이 된다.
철책따라 쭉 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길 자체는 단순하다. 언덕을 넘어서 건너오면 '할미바위'가 나온다. 이걸 보라고 이 길로 걷도록 한 것이다.
할머니를 상징하는 조형물 맞은편 언덕에 있는 것이 할미바위다. 역광을 피하려다보니 윗부분이 나무에 가려졌는데, 저 부분이 흔들바위라고 한다. 한두 사람이 밀면 흔들리는데 여러 사람이 밀면 꿈쩍도 안 한다고. 옛날에는 여기서 바위를 흔들며 아기를 갖게 해 달라고 빌기도 했다고 한다.
이 바위에 얽힌 설화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동해시 관광 홈페이지에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망부석이 된 바위라고 나와있다.
다른 설화는 심술궃은 마귀할멈이 흔들바위를 밀어서 바다에 떨어트렸는데, 마을 사람들이 빌어서 용왕이 다시 바위를 갖다놓고 할멈을 벌했다고 한다.
마지막 설화는 심술궃은 어떤 사람이 힘 자랑을 한다고 바위를 밀어 떨어트렸는데, 마귀할미가 앞치마에 바위를 싸서 그 자리에 다시 얹어놓았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귀할미는 마고할미가 아닐까 싶다.
옛날에 이 바위에 영험함이 있다고 믿고 소원을 빌기도 하고 제를 지내기도 했다면 아마도 마고할미에 얽히 이야기가 크게 영향을 끼친 것 같은데, 지금은 여러가지 설화 중 하나일 뿐이고 특별히 밀고 있는 스토리도 없는 듯 하다. 이런것에 재미있는 스토리 하나를 잘 개발해서 밀어붙이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뒷쪽에 있는 한 바위가 더 사람 얼굴을 닮았더라. 어쨌든 이곳이 옛날에는 경치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풍경이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계단 몇 개를 내려가면 바로 '호해정'이 나온다. 그런데 이쪽 계단에는 기왓장을 깔아놨다.
가끔 이렇게 바닥에 기왓장을 깔아놓은 곳이 있는데, 아마도 비가 와서 물이 고여도 물 위로 드러난 부분을 딛고 걸으라고 나름 생각해서 만들었을 테다. 하지만 이게 딛다보면 발도 아프고, 맑은 날에도 미끄러워서 걷는 길에 깔기는 적합치가 않다. 차라리 벽돌을 깔아놓는게 좋은데.
내려가면서 볼 수 있는 공장뷰. 아래쪽에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 낚시꾼들이 많이 있다.
호해정은 이 지역 주민들이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서 1946년 3월에 세운 정자다. 현판 왼쪽의 '천하괴석'은 추사 김정희, 오른쪽의 '풍속영귀'는 만제 홍낙섭 선생의 글이라고 한다.
정자 앞으로는 전천이 동해바다와 만나는 모습이 펼쳐지고, 뒤로는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서 옛날에는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아주 좋았나보다.
그래서 동해8경에 호해정과 할미바위가 각각 들어가기도 하고, 동해7경이라면서 둘이 한 묶음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때때로 동해9경에 둘을 넣기도 하는데, 도대체 뭐가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좋은 곳이니까 보라고 권하는 건가보다 하면 되겠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공장뷰. 최근에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유행하기도 했는데, 잘 보면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호해정 바로 아래쪽은 '동해 갯목' 혹은 '북평 갯목'이라고 불리며, 낚시 포인트로 꽤 유명한 곳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서부터 전천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한동안 계속해서 낚시꾼들이 보인다.
호해정에서 내려와 전천 상류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다시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과 만난다.
그러니까 아까 갈림길에서 편하게 자전거길을 따라오다가 호해정과 할미바위를 구경해도 된다. 어차피 이 산길로 안내하는 것이 두 곳을 구경하라는 의미이니까 어떤 형태든 이곳을 보고 지나가기만 하면 되겠다.
이제 전천을 따라서 차도 옆 자전거길로 걸어가면 된다. 일단 강쪽으로 붙어서 걸을 수 있으니까, 크게 볼거리는 없다해도 일단은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엘레강스한 뷰를 마음껏 감상해보자. 스팀펑크 스타일이라고 해도 되겠는데, 어떻게든 멋진 단어 갖다 붙이면 그럴싸해질 수도 있다.
오성급 호텔에 가도 싼 객실에 묵으면 마운틴 뷰라고 해서 창 밖으로 산만 보이는데, 그렇게 치면 오성급 호텔보다 경치가 좋다고 할 수도 있다며 위안을 삼아보자. 어쨌든 강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오니까.
북평고가교 아래서 자전거길과 해파랑길이 갈라진다. 자전거는 여기서 올라가 다리를 건너서 동해항 쪽으로 차도를 따라가고, 해파랑길은 전천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동해역 쪽으로 꺾어진다.
나중에 용정삼거리에서 다시 두 길이 만나게 되니까, 여기서도 편한 길을 선택하면 된다. 자전거길은 별 볼 것은 없지만 조금 더 편하고, 해파랑길을 따라가면 전천 강변을 조금 더 즐기다가 이상한 길로 빠지게 된다. 이것도 앞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보고 판단하도록 하자.
북평고가교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바람개비를 많이 꽂아놓은 꽃동산이 나온다. 전천을 따라서 쭉 꽃밭을 만들어놓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만 꾸며놓은 게 조금 아쉽다.
숫자로 따지면 넓은 평수가 나오겠지만, 전천 규모와 걸어온 길에 비하면 작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쪽에 조그만 정자도 두어개 있고, 벤치도 여럿 있어서 예쁘게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꽃밭 공원을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면 징검다리 위에 철판을 놓아 만든 작은 다리가 나온다. 이 근처엔 자전거로 강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에 이런 형태로 다리를 만들어 놓은 듯 하다.
한강변처럼 여기도 산책이나 자전거 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 다리를 건너서 다시 상류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또 굴다리 하나가 나오는데, 거기서부터 동해역까지 이어지는 길이 좀 거시기하다.
이후 여정은 2편에서 이어가겠다.
> 해파랑길 33코스 추암해변-묵호역 동해여행 2, 전천에서 묵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