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강원도

해파랑길 34코스 동해여행 묵호역-망상-옥계 2, 대진해변-옥계 구간

빈꿈 2020. 10. 23. 14:26

 

대진해변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면, 나는 왜 여태까지 파도라고는 야구장 관중석이나 시위 때 길거리에서 타 본 것 뿐인가하며 살짝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이게 사는건가 싶어지면 당장 달려가서 서핑 기초부터 배울 수도 있겠지만, 추워.

 

일단은 해안을 따라서 길을 걷기로 했으니까, 시원하게 파도 타는 모습들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나보자. 대진에서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해파랑길 34코스 앞부분은 아래 글을 참고하자.

 

> 해파랑길 34코스 동해여행 묵호역-망상-옥계 1, 묵호-대진 구간

 

 

 

 

해파랑길은 대진해변 입구를 살짝 스쳐 지나가도록 돼 있는데, 백사장을 걸어가도 뒷쪽 계단을 통해서 도로 쪽으로 나갈 수 있다. 백사장을 한 번 걸어보고 싶다면 이용해보자.

 

 

 

대진에서 망상까지도 국토종주 자전거길 파란색 선을 따라가면 된다. 이 구간에서 자전거는 차도로 가야할지 인도로 가야할지 조금 애매한데, 도보라면 당연히 보행로를 이용하면 된다.

 

 

 

한동안은 군부대 등으로 바다가 가려져서 조금 재미없는 길이 이어지지만, 오래지 않아서 다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노봉해수욕장. 거의 망상과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따로 이름이 있는 별개의 해변이고,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비수기엔 오토캠핑을 많이 하는지 자동차와 텐트가 자주 보이는데, 그렇다해도 망상보다는 훨씬 한적하다. 조용한 해변에서 잠시 쉬어가기 원한다면 여기서 쉬어가도 좋다. 코스를 벗어나서 일부러 들어가야 한다는게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노봉해수욕장을 지나면 바로 망상해수욕장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이 엄청나게 큰데, 내륙쪽으로는 망상제2오토캠핑장에 캠핑트레일러(카라반)들이 줄줄이 서 있다. 이쪽 부분만 봐도 망상은 굉장히 넓고 긴 해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주차장 입구에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스탬프를 찍는 무인 인증센터가 있고, 그 옆에 작은 쉼터가 있다. 좀 더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다면, 시계탑이 있는 망상해변 입구 쪽으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편의점이나 카페 같은 것들도 나온다.

 

 

 

 

어차피 망상해변 끝까지 걸어야하기 때문에, 주차장 옆 산책로를 이용하든, 백사장을 걸어가든 아무 상관없다.

 

백사장이 걷기는 힘들지만, 이쯤에서 바다 냄새를 맡으며 잠시 기분을 내 봐도 좋겠다. 그러다가 지치면 쓰러진 김에 이 동네에서 자리 펴고 하룻밤 지내고, 여행이 그런거지 뭐.

 

 

 

백사장이 워낙 넓고 길다보니 중간중간 이것저것 조금씩 설치해놓은 것들이 많다.

 

년도를 표시해놓은 저 설치물은 매년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인걸까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숫자 갈아끼우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더라.

 

차라리 매년 공모를 해서 그 해에 어울리는 설치물을 만들고, 지난해 것은 솔밭 쪽이나 공터에 갖다두면 자연스럽게 공원이 하나 조성되지 않을까 싶던데. 어쨌거나 여기에 왔다는 인증샷 찍기는 좋다.

 

 

 

언제부턴가 망상의 상징물이 된 빨간 시계탑. 이 앞이 망상해수욕장 정문 역할을 하고 있고, 이 근처에 이것저것 요란한 것들이 많다. 카페라든가, 편의점이라든가.

 

여기서 큰 길을 따라 내륙 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관광안내소가 있다. 동해시 관광지도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면 미리 알아두자.

 

참고로 망상종합관광안내소 한쪽 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담겨 있다 - 니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한쪽 벽면에 아주 큼지막하게 적어놨기 때문에, 사랑 때문에 고민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걷는 사람이라면 한 번 가서 보도록 하자. 직접 커다란 글씨로 보면 머리를 한 대 맞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 사랑, 망상이오'라고 누가 크게 소리쳐주는 것처럼.

 

 

 

 

망상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길어서 걷다가 지칠만큼 힘들고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구간 마지막 해변이 될 수 있으니 되도록 천천히, 많이 즐기고 가자.

 

 

 

망상 끄트머리에 달하면 해파랑길은 차도 옆 인도를 이용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망상 컨벤션센터 근처에서 바다 쪽으로 보면 길이 나있다. '망상 해안사구'라는 푯말에는 이곳이 해안식물 자생지 생태탐방로라고 소개하고 있다. 동해시에서 이 일대를 식물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도 있어서, 나중에는 또 모습이 바뀔 수도 있겠다.

 

해안사구 식물 자생지라 보호를 해야한다고 적혀 있기도 한데, 사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냥 바닷가에 이름모를 풀들이 조금 나 있는 걸로만 보여서, 식물을 보면서 큰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다.

 

다만, 해변으로 나있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니 백사장을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이쪽 길을 선택하면 캠핑장이나 해변한옥촌까지 가게 되는데, 거기까지 가면 다시 길을 돌아나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차피 여행으로 걸으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는 셈이지만, 묵호역에서 여기까지 쭉 걸어와서 지친 상태라면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 길을따라 걸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몸 속 가득 채울 수 있으니, 체력에 무리가 안 된다면 한 번 걸어보기를 권한다.

 

 

 

사진은 몇 장 안 올렸지만, 해안사구 길을 따라서 한옥촌까지 가면 1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걷게 된다.

 

캠핑장 쪽으로 접어들면 기곡해수욕장인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망상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해변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도보길은 동해망상 해변한옥촌 앞에서 계단을 통해 차도로 내려갈 수 있게 돼있다. 물론 캠핑장 앞쪽에서도 어떻게 잘 넘어가면 중간에 빠져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여기까지 가보자. 한옥촌도 나름 예쁘게 조성되어 있으니까.

 

뒷쪽으로 보이는 것은 동해휴게소인데, 저쪽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지만 고속도로 너머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는 어렵다.

 

 

 

어떤 길을 선택했든간에, '망상오토캠핑리조트' 입구로 가야한다. 성인 키보다 큰 엄청난 돌덩이로 만든 입구 표지석 앞에서 캠핑장 안으로 들어가지말고, 그 앞에 있는 굴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자전거길 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굴다리를 통과해서 바로 위로 올라가면 7번 국도와 만난다.

 

이쯤에서 꼭 알아둬야 할 정보가 있다. 해파랑길 34코스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니, 잘 파악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위 지도에서 '빨간색' 선은 예전 해파랑길 코스였다. 망상에서 내륙 쪽 마을로 들어가서 망운산 기슭을 지나 강릉 옥계 현내시장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은 '검은색' 선으로 코스가 바뀌었다. 고성, 속초 일대에 산불이 크게 일어난 후로 이렇게 바뀌었다고 한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서는 아직 예전 코스를 보여주는데, '두루누비' 공식 해파랑길 홈페이지에서는 위 지도에서 '검은색'으로 표시된 길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하니까 다시 반복하는데, 지금 현재 공식 해파랑길은 위 지도에서 '검은색'으로 표시된 길이다. 나중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지, 돌아간다면 언제쯤 돌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렇다.

 

새로 바뀐 길은 예전 길보다 훨씬 쉽다. 예전에는 거의 산 중턱을 넘어야 했는데, 이제는 망상에서 7번 국도를 따라서 기곡, 도직, 옥계로 이어진 평지를 쭉 걸어가면 된다.

 

새로운 34코스의 종점은 옥계해변 근처에 있는 '한국여성수련원' 문 앞까지다. 거의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따라가는 셈인데, 옥계해변까지 겸사겸사 구경할 수 있어서 나름 괜찮은 경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할 것이 있다. 2020년 10월 현재, 해파랑길 스탬프는 옥계시장에 있다는 것이다. 지인에게 들으니, 9월에 한국여성수련원 앞에 가봤더니 스탬프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스탬프를 찍으려고 다시 옥계시장까지 가야했다.

 

혼란을 막으려면 두쪽 다 스탬프함을 두는 것이 좋을 듯 한데, 나중에는 어떻게 개선될지 몰라도 어쨌든 지금은 스탬프가 옥계시장에 있으므로, 스탬프를 찍으려면 여행자 스스로 루트를 살짝 수정해서 가야한다.

 

그래서 나는 옥계휴게소 앞까지는 새로 바뀐 길을 따라서 가다가, 옥계해변 쪽으로 가지 않고 옥계시장 쪽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어떤 길로 갔는지는 일단 글을 진행하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각자 여정에 참고하자.  

 

예전에는 망상오토리조트 앞 굴다리를 지나면 차도를 건너서 마을 쪽으로 가야했다. 그런데 새로 바뀐 코스는 차도를 건너지 않고, 그대로 7번 국도 옆으로 나 있는 보행로 겸 자전거길을 따라서 걸어가면 된다. 길이 훨씬 단순해지고 쉬워졌다.

 

 

 

기차길이 바로 옆에 가로막고 있어서 바다를 온전히 구경하기는 좀 힘든 구간이다. 거의 차도 옆을 걷기 때문에 힘들고 재미 없을 수도 있는데, 중간중간 망상 한옥촌을 넘겨다 볼 수 있는 등 소소한 재미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인생은 어차피 외롭고, 옆에 누가 함께 걷는다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스스로 재밋거리를 찾아보도록 하자.

 

 

 

도직항 근처에서 시원한 바다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스탬프에 신경을 안 쓴다면 바로 옥계해변으로 가서 또 바다를 볼 수 있을테다.

 

 

 

 

'옥계역교차로'에서 저 앞으로 보이는 다리를 건너가면 '옥계해변'으로 갈 수 있다. 그러면 새로 바뀐 코스를 그대로 답사할 수 있다. 이쪽으로 가겠다면 자전거길을 따라가자.  

 

 

 

스탬프를 찍으러 가겠다면 여기서 코스를 벗어나야 한다. 그대로 7번 국도를 따라서 계속 간다.

 

'주수교차로'에서 국도를 벗어나 '수주교'로 향하는 작은 차도로 들어가야 한다. 이 교차로는 다섯 개의 길이 만나기 때문에 좀 헷갈릴 수 있는데, 지도를 보고 잘 찾아가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길을 자세히 알려주려고 해도 기준이 될 만한 건물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난감하다. 그래도 괜찮다, 나도 딱 한 번 헤매고 바로 길을 찾았으니까, 길치가 아닌 사람들은 잘 찾을 수 있을테다. 용기를 가지자. 없으면 말고.

 

 

 

 

수주교로 수주천을 건너면 바로 마을이 나온다. 딱 시골 읍내 모습이라 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옛날에 살던 동네 모습을 추억할 수도 있다.

 

마을 안쪽으로 난 길이 싫다면, 수주천을 따라서 올라가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쨌든간에 목적지는 '승규반점'. 지도에서 미리 찾아놓고 마음대로 길을 선택하도록 하자.

 

옥계초등학교에서 강 쪽으로 나 있는 길에 있다는 정도만 기억해둬도 된다.

 

 

 

승규반점 옆쪽 벽에 해파랑길 코스 소개 안내판과 함께 스탬프함이 있다. 짜장면 냄새는 덤이다.

 

 

 

 

내가 이걸 찍자고 지도보며 머리까지 굴렸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도장을 찍으면 뿌듯하기는 하다.

 

 

 

스탬프함 바로 옆을 보면 강 쪽으로 나가는 굴다리가 있다. 저 앞에 보이는 다리는 현내교인데, 다리를 건너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있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을 다르게 하고 싶다면 길을 잘 조합해보자.

 

 

 

이 일대가 시장인데, 의외로 규모가 좀 있는 편이었다. 식당도 꽤 있고, 편의점이나 하나로마트도 있으니 이쯤에서 취향대로 식사를 하면 되겠다.

 

 

 

근처 한 편의점 앞에 놓여있는 커다란 의자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이거 버리려고 내놓은 건가 싶었는데, 손님들 앉으라고 설치해놓은 의자였다. 

 

색깔은 좀 흐릿한 분홍색이지만 크기로 압도해서, 적극적으로 나 의자요 어필하는 강렬함이 마음에 들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 먹었다는 이야기다.  

 

 

 

해 떨어지기 전에 다시 마을을 돌아나왔다. 이제 해파랑길 35코스가 시작되는 셈이다. 일단 여기서 끊고 가겠다면, 다음 코스는 옥계해변에서 시작하면 되겠다.

 

34코스는 마지막에 이렇게 수정된 부분 때문에 사람들이 헷갈리기도 하고, 도장을 찍으러 다시 되돌아가기도 하니까, 미리 지도를 보면서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바닷가 길을 따라서 동해시의 주요 해변들을 두루두루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가볼만 한 가치가 있다. 옥계 쪽만 계획을 잘 세운다면 즐거운 도보여행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