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천 원, 동해시 묵호항 까치분식, 부담없는 가격 맛집
동해시 묵호항 인근에는 중앙시장이 있다. 정식 이름은 '동쪽바다 중앙시장'이지만, 그냥 옛날 이름 그대로 중앙시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묵호항 바닷가 쪽에는 횟감을 주축으로 한 수산물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싱싱한 활어를 잔뜩 구경할 수 있다면, 중앙시장은 현지인들의 생활을 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느 동네 시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 시장 가는 길목 어귀에 '까치분식'이 있다. 핵심만 우선 요약하자면, 국수를 1,000원에 파는 가게다. 참으로 아름다운 가격이다.
처음 이 가게 입구를 보면 선뜻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단 의심부터 들테다. 이런 마케팅 수법에 얼마나 많이 속아왔던가. 국수 천 원 해놓고는 들어가보면 천 원 짜리 메뉴는 팔지도 않고, 다른 곳과 비슷한 가격의 다른 메뉴를 파는 그런 곳들 말이다.
나도 처음엔 그런 의심을 했지만 용기를 내어 들어가보니, 이곳은 최소한 가격으로는 정직한 곳이었다. 국수가 진짜 천 원이다. 그 외에 다른 것들도 밖에 쓰여져 있는 것과 똑같다. 일단은 안심하고 들어가도 된다.
가게 안에는 탁자가 두 개 뿐이다. 의자는 여덟개 정도가 있어서, 사람이 많을 때면 밖에서 기다리거나 합석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이곳을 식사보다는 출출할 때 간식으로 즐기자고 제안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딱 맞춰서 가면 기다려야 하고, 대기하는 사람들때문에 천천히 먹지도 못 할 수가 있으니까.
점심때를 살짝만 비켜가도 한산한 가게에서 혼자 여유롭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국수를 즐길 수 있다.
테이블 바로 옆 벽면으로 주방이 있다. 큰 창으로 슬쩍 넘겨다보는 주방이 아니라, 아예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진정한 오픈형 주방이다.
주인이 재료를 뭘 쓰는지, 국물에 뭘 넣는지 바로 한 발짝 뒤에서 볼 수 있는 이런게 진정한 오픈형 주방 아닌가 말이다.
메뉴는 간단하다. 잔치국수 천 원, 비빔국수 2천 원, 오뎅5개 천 원, 계란 3개 천 원. 이게 전부다.
국수 곱배기는 천 원을 더 추가하면 되는데, 보통도 일반적인 남자가 먹기에 양이 그리 적은 편이 아니다. 어묵 같은 것을 함께 먹으면 곱배기는 다 못 먹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여기 음식들이 크게 특색있는 맛은 아니다. 그냥 국수 맛이고, 그냥 오뎅 맛이다.
중요한 건 가격이다. 묵호 일대를 구경하다가 출출할 때 마침 이 앞을 지난다면, 부담없이 들러서 간식 정도로 즐기기 딱 좋다.
그래서 특색있는 인테리어나 특별한 맛을 찾는 사람들에겐 추천하진 않는다. 동해시와 묵호 일대를 여행하면서 수산물 말고 다른 것을 먹고 싶다거나, 그냥 가볍게 중간에 허기를 달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잔치국수에 고명이 없어서 영 심심할 것 같다면, 비빔국수와 오뎅을 함께 시켜서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빔국수는 어차피 고명이 그리 많이 중요하진 않으니까 매운 맛으로 먹을 수 있다. 불닭볶음면을 싫어하는 내 입맛에 여기 비빔국수는 살짝 매운 편이었다. 그걸 오뎅으로 중화시키면서 먹으면 조합이 딱 맞다.
주인 아주머니는 근 20년을 이렇게 장사했다고 한다. 오래 장사했지만 돈은 하나도 못 벌었다고 푸념하셨지만, 사실 이런 가격은 일종의 사명감 없이는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게 없었다면 벌써 가격을 올리거나 장사를 접었겠지.
지역에 이렇게 오래된 가게가 계속 살아남아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가게들이 좀 있어줘야,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동해를 찾게 되었을 때, 여기는 아직도 장사하고 있네하며, 마치 오래된 아는 사람 집을 찾듯이 반갑게 들어가서 옛 추억도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아무리 우겨봐야 배고픈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좋은 곳에서 예쁜 것들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밥은 먹고 다니자.
p.s.
해파랑길이나 동해안 국토종주 자전거길과도 아주 가깝게 붙어있어, 지나다가 이용하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