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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정원길, 동해 묵호 걷기 여행 코스 - 논골담길과 묵호 일대 한 번에 둘러보기

빈꿈 2020. 11. 16. 13:43

 

동해시 묵호 쪽에 있는 도보여행 길이라고 하면 논골담길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이 지역은 묵호등대가 있는 등대마을 외에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언덕배기 마을들이 있다.

 

당일치기 정도로 짧은 여행을 한다면 논골담길과 바람의언덕 정도만 여유롭게 구경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 되겠지만,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여행한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걷기 코스도 한 번 고려해보자.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마다 특색 있는 골목길과, 그 너머로 보이는 묵호항 일대 바다 풍경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길을 걸으면 묵호 일대를 조금 깊이 탐험하면서, 여행지에서 일상의 느낌을 느껴볼 수 있다.

 

이 글을 읽게 됐다면 아마도 동해시나 묵호 쪽으로 여행을 하려고 준비 중이거나, 묵호 일대를 조금 더 깊게 여행해보고 싶은 사람일 테니, 일단 지도를 보고 전체적인 설명을 먼저 하겠다.  

 

 

위 지도에 전체 코스를 표시해놨다. 임의로 색깔을 구분해서 각각의 구간을 표시했다.

 

여기서 일단 주의할 것은, 1에서 3번까지는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 골목길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 공개한 글들에서 나름 자세히 설명해놨으니, 그 글들을 참고하자. 

 

이 글은 전체적인 설명과 함께, 따로 글을 쓰지 않은 4, 5, 6번 길을 묶어서 한꺼번에 소개한다.

 

1번부터 6번까지 전체 도보여행 코스 이름이 '바다정원길'이다. 어쩌다가 사람들에게 1번 길이 바다정원길로 알려지게 됐는데, 1번 길의 원래 이름은 '바람의언덕'인 듯하다. 논골담길 쪽을 조금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명칭이 좀 꼬였다. 그러니 길 이름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1번은 '중앙시장(동쪽바다 중앙시장)'에서 '묵호 119안전센터'까지 이어지는 언덕길이다. 중앙시장 쪽 계단이 인상적이고, 언덕 윗쪽에 인스타용 촬영 소품(?)들이 있다.

 

위 사진은 중앙시장 쪽에서 힘든 계단을 다 올라왔을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쪽은 바람개비가 많이 있어서 바람 불 때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계단쪽으로는 바다가 보이지 않지만, 여기서 조금만 언덕 쪽으로 가면 바로 바다가 보인다.

 

 

 

 

언덕 위쪽에서는 이렇게 각종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나름 잘 찍으면 인스타에 올릴만한 예쁜 셀카를 찍을 수도 있을 테다. 이쪽은 거의 항상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머리는 그냥 부스스하게 해 가도 좋다.

 

예쁜 사진을 원한다면 하늘 맑을 때 가는 게 좋지만, 혼자 조용히 멍때리면서 삶과 인생에 대한 쓰디쓴 사색을 하는듯한 분위기를 잡고 싶다면 약간 흐린 날이 좋다.

 

아주 센티멘탈해서 미치겠다 싶은 컨셉을 잡고 싶다면 밤에 가보자. 밤에 갈 때는 중앙시장 쪽 말고, 119 쪽에서 올라가는 게 조금 더 안전하다. 아무래도 그쪽에 사람 사는 집들이 많아서 가로등도 켜지고 하니까, 길도 잘 보이고 올라가다 다리가 부러져도 도움을 청할 곳이 많다.

 

 

 

2번은 '옥상정원'으로, 게구석1길과 산제골3길 골목이 이어진다. 길 이름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냥 길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니까.

 

이 코스 가운데쯤에 그네 의자가 설치된 데크가 하이라이트다. 그네 옆에 벤치도 있으니까, 어차피 흔들리는 세상 정신을 잃어보자고 그네를 타다가, 너무 어지러우면 바로 옆 벤치에서 진정시키면 된다. 아무런 전설도 없지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놀라운 사자상도 나름 구경 포인트다.

 

이곳은 비오는 날이 꽤 운치있다.

 

 

 

데크 바로 옆에 묵호항 여객선 터미널 쪽으로 내려가는 철 계단이 있다. 그런데 웬만하면 이용하지 말기를 권한다. 자칫 잘못하면 굴러떨어지기 십상이다. 119가 지척에 있어서 빠르게 구조되기는 하겠지만.

 

 

 

이 길은 구불구불하면서도 바다쪽으로 한쪽이 탁 트인 것이 아주 인상적이다. 거의 야외 전망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전체 코스 중에서 추천을 하라면 1번과 2번 길을 꼭 가보라고 하고 싶다.

 

 

 

3번은 '성황당길'이다. 중간에 성황당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만, 성황당 자체는 별로 볼 게 없다.

 

이 길은 묵호시장 입구쪽에서 논산길을 거쳐서 연리지 펜션으로 이어지는데, 성황당에서 연리지까지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면서 바다쪽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반대로 내려가면 한동안 바다를 앞으로 보면서 갈 수 있어서 좋은데, 이쪽을 내리막길로 이용하기에는 가파른 경사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사실 이 길은 연리지 카페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으니까, 편하게 즐기려면 그냥 카페에 가서 앉아서 봐도 된다.

 

묵호시장 입구에서 성황당까지는 딱히 볼거리가 없다. 동네 전체를 탐험하듯 걸어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상관없지만, 인상적인 것들만 짧고 굵게 보겠다면 경로를 수정하자.

 

3, 4, 5, 6번 길을 다 빼고, 묵호시장을 가로질러서 시장을 구경하고 바로 논골담길로 가는 방법이 있다. 묵호시장은 시장이라고 하기엔 좀 무색하지만, 식당은 많으니까 밥 먹고 가기는 좋다. 시장을 가로지르면 바로 논골1길이 나오니까 연결해서 올라하면 된다.

 

 

현장에 가기 전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딱 한 번만 가보면 이해할 수 있다. 대충 사진으로 분위기를 파악하고 지도로 동선을 짠 다음, 현장에서 아무렇게나 발길 닿는 데로 움직이면 된다.

 

내 경우는 현장에서는 무계획으로 여행하는데, 여행 가기 전에는 최대한 현장 정보나 이미지를 많이 본다. 어차피 계획 없이 여행할 건데 왜 그러냐면, 여행을 앞두고 여행지에 대한 여러가지를 보는 것 또한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딱히 정보를 스크랩하거나 따로 적어두지 않는다 해도, 현장에서 무계획으로 움직이다 보면 가끔씩 인상적이었던 정보들은 몸이 기억해 내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여행 초능력이다.

 

 

 

계속해서 연리지에서 '묵호동 주민센터'까지 이어지는 4번 길은 '명태 덕장길'이다. 이 일대는 덕장마을로 불리며 묵호 먹태를 생산하기로 유명한 동네다.

 

이 길을 걸어보면 철봉 같은 것들이 많은데, 그것이 바로 명태를 말리는 '덕장'이다. 겨울철에 말리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는 그냥 철골 구조물만 볼 수 있는데, 그것도 각도 잘 잡아서 잘 보면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어디든 그렇듯이 각도가 문제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행성의 각도 문제고, 셀카가 잘 찍히느냐 못 찍히느냐도 각도의 문제다.

 

가끔 보면 연인들이 여행지에서 사진 찍으면서 "위에서 아래로 찍으라고!"하면서 화를 내기도 하는데, 감각 부족한 연인을 탓하기 전에 자기가 다리를 구부리고 얼굴을 돌려서 각도를 잘 맞출 생각을 해보자. 느닷없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느닷없는 것이 한두번이냐.

 

 

 

 

인도가 없는 차도 옆을 걸어야하지만, 나름 바다도 보이는 구불구불한 길이 이 동네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가드레일 너머 골짜기 아래로 길이 있고, 그 너머로 묵호등대와 논골 마을도 보인다.

 

이 걷기 코스를 이용하면 덕장길의 반쪽만 걸을 수 있는데, 한 번쯤은 덕장길 전체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딱히 대단한 볼거리가 있지는 않지만, 석양이 예쁜 색깔로 드리우는 동네다.

 

 

 

 

큰길따라 쭉 가면 '등대'라고 길바닥에 큼지막하게 써놓은 표시를 볼 수 있다. 묵호등대도 아니고 그냥 등대. 강원도 포스가 느껴지는 단면이다.

 

이쯤에 묵호동 주민센터가 있는데, 주민센터 건물을 가로지르면 길을 조금 단축할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괜히 헷갈릴 수도 있으니까, 그냥 차도를 따라서 가는 걸로 하자. 지도를 확대해서 보면 많이 둘러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긴 거리가 아니다.

 

그리고 주민센터로 가로질러간다면, 삼본아파트를 보려면 다시 길을 조금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괜히 두 번 일을 하게 된다. 어차피 한 번만 가보면 가로지르는 길 구조도 저절로 파악되니까, 일단은 큰 길로 가보자.

 

 

 

삼본아파트 앞에서 등대가 보이기 시작하는 곳까지 길은 '봄날의 기억'이라는 이름이다. 이 일대가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라서 그렇다.

 

특히 삼본아파트는 영화에서 이영애가 사는 집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최근에 색칠을 다시하는 바람에 옛 모습을 느끼기 어렵게 돼버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에서 나왔던 것과 거의 비슷했는데. 그래서 여행지는 무조건 빨리 가봐야 한다.

 

이 일대 영화 촬영지에 대한 설명은 다른 글에 따로 썼으니 참고하고, 여기서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라면 먹고 갈래? 동해시에서 -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 은수네 아파트

 

 

 

여기가 영화에서 유지태가 버스와 택시에서 내려서 뛰어온 길이다. 지금은 좀 더 깨끗하게 단장되고 여러가지 건물들도 많이 들어섰지만, 바다가 살짝 보이는 이 길 자체는 변함없다. 그리고 당신을 기다리는 이영애나 유지태가 없다는 사실도 변함없을 듯.

 

 

 

저 앞에 보이는 커브에서 5번 길이 끝난다. 따로 표시 같은 건 없다. 어차피 이 코스 전체가 임의로 연결하고 이름 붙여진 것뿐이라, 걸으면서 자기 나름의 이름이나 의미를 붙여보는 것도 좋다.

 

 

 

이제 등대가 보이기 시작하면 여기서부터가 6번, '등대가는 길'이다.

 

아주 단순한 이름을 붙여놨는데, 나는 이 길에 '울릉도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가 기억하는 울릉도 분위기와 매우 비슷하다. 딱히 어떤 곳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이미지다.

 

 

 

이 길도 중간쯤에 시원하게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구간이 있다. 특히 골짜기 사이로 난 길과 함께 수변공원 방파제가 마치 커다란 뱀처럼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밤에도 불빛이 예쁘니까, 이 근처 숙소에서 묵는다면 밤에 마실을 나와도 좋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묵호등대. 밤에 불 켜진 모습도 예쁘다. 최근에 이쪽에 이마트24 편의점이 생겼다.

 

 

 

등대 앞 주차장에서 6번 길이 끝나고 논골담길(논골1길)이 시작된다. 이쪽으로 내려가면 '논골카페'로 유명한 바람의 언덕으로 갈 수 있다. 논골카페가 여기서 소개한 전체 도보여행 코스의 끝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실 이 걷기 코스는 어디 설명이 나온 것도 아니고, 중앙시장 쪽에 서 있는 표지판에 지도만 덜렁 나와있을 뿐이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길 이름과 코스 지도만 나와 있었다.

 

웬만하면 무시하고 넘어갔겠지만, 이 코스는 내 마음에도 들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줄 만 하다 싶어서 소개해봤다.

 

여행지에서 조용히 일상의 소소함 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따라서 걸어보자. 힘은 좀 들겠지만 실망하지는 않을테다.  

 

 

p.s.

이전에 코스별로 소개한 길은 아래 글들을 참고하자.

 

* 1번 길: 동해시 바다정원길, 묵호 중앙시장 인근 바다가 보이는 산책길

 

* 2번 길: 동해시 산제골3길, 묵호항 여객선 터미널 맞은편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 골목길

 

* 3번 길: 동해시 묵호 성황당길, 바다정원길 도보여행 코스 - 논골담길을 전망하는 또 다른 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