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

Way Back

빈꿈 2020. 11. 28. 01:39

 

꿈을 꾸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꿈이었다.

꿈에서 나는 제발 꿈을 깨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렇게 슬픈 꿈을 꾸고나면 세상은 또 한번 서글퍼진다.

내가 글을 쓰지 않게 된 것은 방구석에서 인생을 논하는 자들의 글월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음을 깨달았을 때부터였고,

내가 아무 글이나 써갈기기 시작한 것은 세상의 모든 시인의 시들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부터였다.

 

 

 

 

삶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고,

죽음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미 알고있다, 세상은 쓸데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미 당신은 목격하고 있다,

아무렇게나 써갈겨도 아무 글이나 나온다는 사실을.

돈이나 권력이 있다면 이런것도 글이랍시고 낭독하고 박수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꿈을 꾸었다, 너무나 슬퍼서 너무나 아름다운 꿈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미련은 없다, 나는 이미 신새벽을 맞이했다.

 

 

 

 

 

이 새벽이 오직 나만을 위해 빛나는 것은 아닐테니,

이 옆에 당신이 있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