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수변공원 전망대, 논골담길과 바람의 언덕이 보이는 동해시 비 올 때 가볼 만한 곳
묵호항 수변공원에 높이 서 있는 저 전망대같이 생긴 타워는 전망대이다. 무슨 말장난하나 싶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저 건물을 보기는 하지만 별생각 없이 지나친다. 나 역시도 근 한 달간 보고 있었으면서도 올라가 볼 생각을 못 했다.
딱히 뭔가 거부감이 들었거나 가보기 귀찮았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저기에 전망대 같이 생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가봐야지라거나, 가보기 귀찮다라거나 그런 생각이 아예 들지 않았던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지. 마치 눈앞에 항상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느껴지는 먼지 같은 것이란 말인가. 먼지 치고는 너무 큰데. 어느 날 저곳이 전망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야 비로소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묵호항 일대나 논골담길 쪽을 가본 사람들은 한번쯤 봤을 건물이다. 이 일대뿐만 아니라 하평해변 같은 데서도 보이기 때문에 일종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존재감이 없다.
어쩌면 바로 뒤에 논골담길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바람의언덕과 묵호등대가 이 전망대보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묵호 일대를 전망하겠다면 논골담길을 오르는 게 더 좋다. 유리창을 통과하지 않은 전망을 깨끗하게 눈에 담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 전망대에서는 바람의 언덕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바람의 언덕이다. 에펠탑 안에서는 에펠탑을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논골담길에서는 논골담길을 볼 수 없다. 그것만으로도 이 전망대는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수변공원 전망대는 '동해시 수협 수산물 유통센터' 건물에 있다. 묵호항 활어판매센터 쪽에서 들어갈 수도 있고, 수변공원 방면에도 입구가 있다.
어느 쪽이든 들어가서 1층의 '동해시 수협 바다마트' 입구 옆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건물 구조가 단순해서 들어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참고로 1층에 있는 수협 바다마트는 이름 그대로 마트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 주변에서 물이나 음료수, 과자 같은 것들을 사려면 이곳으로 가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전망대가 나온다. 편하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이 근처에 왔다면 구경 삼아 한 번 가보자. 물론 무료다.
묵호등대 쪽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360도 사방을 둘러볼 수 있다. 묵호항 일대와 먼바다도 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논골담길과 수변공원 경관이다.
맑은 날에는 유리가 더러워서, 풍경 사진 찍기가 영 좋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유리에 이것저것 비치기도 해서 필터가 없으면 사진 찍기는 안 좋을 테다. 그냥 눈으로만 본다면 대강 볼만하다.
그래서 나는 태풍 오는 날이나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 주로 이 전망대를 이용했다. 아무래도 논골담길 쪽에서는 비가 오거나 하면 밖에서 경치 구경하기가 어려우니까.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더라도 이런 경치가 나오는 곳이 없기도 하고, 비교적 일찍 문 닫는 곳이 많아서 밤에는 딱히 갈 곳도 없으니까.
물론 장소마다 보이는 풍경도 다르고 느낌도 달라서, 어디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때그때 상황 따라 기분 따라 좋은 곳을 선택할 뿐. 다만,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 여기가 땡길 때가 있고, 그런 날에 여기서 보는 풍경이 꽤 좋을 때가 있다.
해 질 녘 다시 올라가서 바람의 언덕 쪽을 바라본 모습. 뭔가 윈도우즈 OS가 오버랩 된 것 같은 느낌.
위쪽에 살짝 열어놓은 유리창에 빗방울이 떨어져 있다. 비도 오고 해는 지고, 바람도 불어서 추울 때도 이곳은 꽤 괜찮은 야경 감상 장소였다.
냉난방이 안 돼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실내라서 여름에는 바깥보다 더 덥지만, 그나마 겨울에는 바깥보다 덜 추운 편이다. 일단 바람을 막아주니까.
이 동네는 부지런히 다녀보면 멍 때리기 좋은 곳들이 많다. 멍 때리기를 하려는데도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니겠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좋은 데서 멍 때린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그것 말고는 딱히 쓸 것도 없다. 뭐 대단히 감동적인 어떤 것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올라가서 둘러보면 된다.
논골담길을 갈 계획이라면, 바람의 언덕까지 구경한 후에 전망대를 가보면 좋다. 조금 다른 시각에서 풍경을 보면서 차이를 느낄 수도 있고, 이미 경험한 논골담길을 감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변공원에서 온몸으로 파도와 바람을 맞아보는 것도 잊지 말고. 이 동네, 알고 보면 은근히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