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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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은 가난의 기억들 - 인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국내여행/경기도 2011. 7. 9. 11:41
해가 졌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구석에 드문드문 흐릿한 가로등 불빛이 길을 비춘다. 동네 어귀마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집 저 집 밥 짓는 냄새가 지친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디선가 악을 쓰며 싸우는 소리. 또 어디선가 요란하게 떠들며 노는 소리. 오늘도 달빛은 무심히 골목을 창백하게 비춘다. 70년대 달동네. 누군가는 아련한 기억으로 다 지난 추억으로 곱씹을 수 있을 테고, 누군가는 생각도 하기 싫은 악몽으로 아직 남아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삶의 일부분일 테다. 아마 아직 많은 사람들이 그때 그 시절을 구질구질하다 여기고 돌이키기 싫은 기억으로 생각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 지금도 낡은 동네를 흔적도 없이 밀어버리고 높은 아파트로 깨끗하게 새 단장하는 것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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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신라면이 ?웹툰일기/2011~ 2011. 6. 6. 16:51
신라면을 좋아하는 외국인 친구가 하나 있다. 한국 신라면은 너무 매워서 평소엔 스프를 반 정도만 넣는다는데, 밖에서 먹을 때는 스프 반만 넣어 달라해도 까먹고 맵게 해 주니까 뜨거운 물을 라면에 팍팍 부어 먹기도 한다. 하루는 걔가 경주 놀러 간다고 하길래, 신라면이 원래 '신라-면'이라는 뜻이라고 해줬다. 신라시대 때부터 먹던 면의 일종인데 현대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조한 거고, 경주박물관에 잘 찾아보면 신라면 원래 형태가 전시 돼 있다고. 그랬더니 진짜로 경주박물관 가서 신라면 어디 있는지 물어봤덴다. 후훗- 사실대로 말 해주지 않고 좀 더 장난쳐서, '그거 귀중한 자료라서 원래 외국인한테는 잘 안 보여준다'고 했으면 아마 막 소문나지 않았을까? 나중엔 론리 플래닛에도 막 소개되고, 전세계적으로 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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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전곡리 구석기축제 & 전곡선사박물관국내여행/경기도 2011. 4. 3. 23:45
'연천 전곡리'하면 뭔가 떠오르는 것 없는가? 옛날 국사시간 때 다들 아마 구석기 유적지와 신석기 유적지를 구별하는 시험문제 한 번 쯤은 풀어봤을 테다. 듣도보도 못 한 지명을 쭉 나열한 다음 이게 구석기고, 이게 신석기고 하면서 달달 외워야 했고, 외워도 시험문제로 나오면 헷갈려서 틀리기 일쑤였던 그 지명들. 그 중 연천 전곡리는 구석기 선사유적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학창시절 혹은 공무원 시험 같은 곳에서만 잠시 나오는 그 이름. 그리고 먹고 사는 데 별 도움 되지 않아 쉽게 잊혀지고, 잊어버리는 지식. 거기가 구석기 유물로 유명한 곳이다 달달 외우기만 했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유물들이 나왔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등의 의문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쉽사리 뒤로 묻히곤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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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클래식 명품 자동차들을 만나보자 - 제주 세계자동차박물관국내여행/제주도 2010. 11. 24. 20:18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서 하나의 패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굳이 세계적으로 따져보지 않아도, 당장 집 밖에만 나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자동차다. 그에따라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많은데, 그에 비해 우리가 구경할 수 있는 자동차란 그 종류가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나, 외제차, 그리고 새롭게 발표한 차 정도. 제주도에 있는 '세계자동차 제주박물관'은 그런 한계를 깨트려 준다. 실제로 시동을 걸면 걸릴만큼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는 세계의 명차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최신형 자동차들은 없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한 자동차들을 보면, 지금과는 굉장히 다르면서도 저마다 독창적인 형태를 하고 있다. 어쩌면 자동차 디자인은 현대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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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을 간직한 미소들 -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전시 공연 2010. 11. 13. 18:16
700년을 간직한 미소들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 고려가 사라지고 7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사람들은 고려에 대한 기억을 잊어갔고, 결국엔 고려청자를 필두로 한 몇몇 기억 말고는, 찾기도 보기도 힘들어져 버렸다. 고려불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삼국 시대의 혼란과 분열을 정리하고, 새로운 통일왕조로 사회를 통합하고자 했던 고려였다. 그래서 사회통합과 저마다의 안녕과 기원을 위해 불교를 숭상했으니, 당연히 불화를 그렸을 거라는 추측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그림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제대로 본 적은 없이 다만 그렇게 문자에 적혀 있는데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의 것, 우리의 것, 목놓아 소리쳤던 것이 부끄러울 만큼, 고려불화를 본 사람 수는 그리 많지 않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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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나비가 나비같은 보석처럼 - 제주도 프시케월드, 퀸즈하우스국내여행/제주도 2010. 11. 8. 02:10
나비와 보석은 닮은 꼴이다. 보잘것 없고 예쁘지도 않은 애벌레의 형태에서, 소리없이 힘든 시간을 거쳐 날아오르는 나비. 그처럼 보석도 보잘것 없는 원석의 형태에서 오랜시간 조용히 땅속에 있다가, 세공을 거쳐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어느날 탈바꿈한다. 따스한 바람을 타고 세상을 나풀거리는 한 마리 나비는, 마치 세심한 장인의 손길에 잘 세공된 하나의 보석과도 같다. 그래서 우리는 나비의 날갯짓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물들 또한 나비의 우아한 날갯짓을 보면, 폴짝폴짝 날뛰며 손짓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나비와 보석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제주도에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나비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는 프시케월드. 단순히 나비와 보석을 전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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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미소의 나라, 백제 - 유홍준 교수에게 듣는 백제 미술 이야기취재파일/인터뷰 2010. 9. 6. 18:47
자랑스러운 우리의 고대국가 "세계적으로 고대국가를 겪은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프랑스나 독일도 고대국가의 역사 쪽으로는 다른 나라의 것을 갖다 쓰고 있습니다." 백제의 미술을 설명하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대뜸 서양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와 비교했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자기네 역사를 기술하면서 고대역사를 이집트 때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에 그리스, 로마 시대가 나오고, 그 후에 중세역사로 넘어가는 식이라 한다. 물론 로마시대 이전에도 그 땅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딱히 고대국가라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그런 식이라 한다. 그에 비하면 한국사는 굉장히 깊이가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고조선부터 국가체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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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의 문화공간, 국립중앙박물관 - 최광식 관장님과의 대화취재파일/인터뷰 2010. 7. 29. 15:17
박물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어두컴컴한 방, 유리, 그리고 오래된 물건들. 웬지 모르게 퀘퀘한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적막 속의 오래묵은 공기들이 무겁게 머리를 누르는듯 한 느낌도 든다. 지루한 시간들과 한산한 공간이 만들어내는 의기소침한 분위기,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물건들과, 이걸 봐서 뭘 하겠다는 건가 라는 회의감. 내게 박물관이란 그저 관심의 변두리에 머물며 눈에 띄면 한 번 즘 들어가보는, 그런 어두운 공간일 뿐이다. 아마도 학창시절 때 경험들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수백여 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줄 서서 우르르 들어간 박물관은, 그저 줄 서서 한바퀴 돌고 나오는 곳일 뿐이었다. 대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슨 의미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